충격 또 충격 ‘안전자산 아니었다’ 흔들린 양궁·태권도···‘깜짝 금’ 강준이·황서현 나고야에 뜬 별들
여자 양궁 대표 선수들이 2일 열린 리커브 단체전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걸고 아쉬워하고 있다. 오카자키|강윤중 선임기자
16일 동안의 열전이 막을 내렸다. 한국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종합 3위를 지켰지만 마냥 웃을 수는 없었다. 금메달 39개(은 43, 동 68)로 1982년 뉴델리 대회 이후 44년 만에 가장 적었다. 양궁, 태권도 등 전통적인 메달 텃밭에서 부진했다. 반면, 단체 구기종목에서 선전했고, 안세영·오상욱 등 종목 세계 최강자들이 기량을 과시했다. 주최국 일본은 홈 이점까지 등에 업고 한국보다 2배 이상 더 많은 금메달을 수확했지만, 운영에서는 온갖 사고로 낙제점을 받았다.
양궁, 태권도의 부진은 충격이 컸다. 양궁은 리커브와 컴파운드를 합쳐 금메달 3개(은 3, 동 3)에 그쳤다. 금메달 5개를 휩쓴 인도에 종목 1위를 내줬다. 여자 양궁은 아시안게임 역대 최초로 ‘노 골드’를 기록했다. 태권도 역시 품새 2개와 겨루기 1개 등 금메달 3개(동 4)에 만족해야 했다. 여자 68㎏ 초과급 금메달 송다빈이 아니었다면 겨루기 결승전에 한 명도 올리지 못하는 굴욕을 겪을 뻔했다.
기대한 수영도 김우민 부상 악재 등이 겹치며 3년 전 항저우 대회 금메달 6개에서 이번 대회 1개로 낙폭이 컸다. 또 다른 기초종목 육상 역시 남자 400m 계주 한국신기록 등 성과를 냈지만 결과적으로 동메달 3개에 그쳤다. 육상에서 중국과 일본은 금메달만 각각 17개, 10개를 쓸어 담았다.
단체 구기종목에서는 승전보가 이어졌다. 야구와 축구, 농구에서 금메달이 쏟아졌다. 야구와 남자 축구가 목표대로 아시안게임 5연패와 4연패를 각각 달성했다. 농구는 남녀 동반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다만 야구 노시환, 축구 양민혁 등 인기 종목 스타 선수들이 우승 이후 병역 특례와 관련해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발언으로 빈축을 샀다.
안세영이 29일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우승 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걸고 기뻐하고 있다. 이치노미야 | 강윤중 선임기자
오상욱이 지난달 23일 아시안게임 펜싱 사브르 개인전 우승 후 감격스러워하고 있다. 도코나메 | 강윤중 선임기자
배드민턴 안세영, 펜싱 사브르 오상욱은 왜 세계 최고 선수인지를 새삼 증명했다. 안세영은 개인전 32강전부터 결승전까지 5경기 동안 단 한 게임도 내주지 않는 ‘퍼펙트 우승’으로 아시안게임 역사상 첫 배드민턴 단식 2연패를 달성했다. 오상욱은 개인전 금메달에 이어 단체전에서도 벼랑 끝 연속 4득점으로 역전극을 만들어내며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스케이트보드 강준이와 여자 기계체조 황서현은 깜짝 금메달을 따내며 10대 ‘뉴 스타’로 떠올랐다. 14세 양궁 대표 강연서는 여자 컴파운드 32강과 16강에서 연속 150점 만점을 쐈다.수영 김영범은 남자 자유형 50m 금메달에 이어 자유형 100m에서도 세계기록 보유자 중국 판잔러와 0.04초 차로 접전하며 은메달을 따내 새 간판으로 이름을 알렸다. 평균 연령 41.7세로 e스포츠 격투 게임 금메달을 합작한 이광노, 배재민, 연제길은 항저우 김관우에 이어 ‘아재’들의 ‘오락실 감성’을 다시 일깨웠다.
중국은 금메달 169개를 따내 자국에서 열린 2023년 항저우 대회(201개), 2010년 광저우 대회(199개)를 제외하면 역대 가장 많은 금메달을 수확했다. 2위 일본이 자국 역대 최다인 금메달 83개를 따냈는데, 중국은 그 2배 이상 금메달을 차지했다.
대회 운영 면에서 파행이 끊이지 않았다. 비용 절감을 명분 삼아 크루즈·컨테이너 시설과 나고야 일대 저가 호텔에 각국 선수들을 분산 숙박시켰지만 열악한 시설과 객실 부족 논란이 터졌다. 셔틀버스가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거나 아예 오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선수단 식사를 두고도 부실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한국 선수단도 부실 운영에 직격탄을 맞았다. 남자 농구 대표팀은 결승전 당일에도 ‘버스 노쇼’로 예정된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애국가 대신 북한 국가가 연주되는 촌극이 있었고, 남자 축구 우승 뒤 시상식에서는 태극기가 제대로 올라가지 않는 사고까지 터졌다. 대회 도중 “등급을 매기자면 F급”이라고 조직위원회를 강도 높게 비판한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4일 결산 회견에서 “대한체육회 차원에서 조직위에 가장 많은 항의 서한을 보낸 대회”라고 돌아봤다.
남자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3일 아시안게임 우승 후 기뻐하고 있다. 도요타|강윤중 선임기자
여자 농구 대표 선수들이 지난달 26일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일본을 꺾고 금메달을 차지한 뒤 태극기를 들고 코트를 뛰고 있다. 나고야 | 강윤중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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