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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September 27, 2026

[미디어세상]언론 신뢰도 조사는 신뢰할 만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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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정년퇴직한 한 교수는 현재 언론사 대표다. 재취업을 한 게 아니라, 퇴직 즈음해 인터넷신문을 설립했다. 평소 한국 언론에 대해 갖고 있던 문제의식을 반영해 사회적 쟁점들을 팩트체크하는 기사를 직접 쓰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한 것도 아닌데, 꾸준히 기사를 쓰고 페이지를 관리하느라 퇴직 이후 생활이 느슨해질 틈이 없어 보였다.

이런 인터넷신문을 차리는 데에 제도적이거나 기술적인 장벽은 거의 없다. 지방자치단체들에 등록된 인터넷신문이 1만4000개 가까이 되는 이유다. 유튜브에는 ‘TV’나 ‘뉴스’ 같은 단어를 넣어서 스스로 언론을 표방하는 채널들이 즐비하다. 행정적인 등록 여부가 언론인지 아닌지를 가르는 기준일 수는 없으니, 우리 사회에는 정부가 관리하는 통계보다 훨씬 더 많은 언론사가 존재하는 셈이다.

여기서 진지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 있다. 어떤 매체가 행정기관에 등록했거나 스스로 언론이라고 표방하면 그것은 언론사인가? 도대체 언론과 언론이 아닌 것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언론사나 언론인에 대한 신뢰도나 영향력 등을 조사한 결과를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조사들을 보면, 사회적 영향력만 있으면 언론이나 언론인으로 보는 것 같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최근 한 시사 주간지의 조사도 그랬다.

언론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기능은 지금 같은 대의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주권자들이 선거를 비롯한 정치 과정이나 사회적 의사 결정에 직접 참여하기 위해서는 주요한 쟁점들에 대한 기본 정보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쟁점들에 대한 다양한 의견도 골고루 접할 수 있어야 한다. 지지하는 진영은 물론 반대쪽 주장도 제대로 알아야 비로소 균형 잡힌 자기 생각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성’이 언론윤리의 가장 기본적인 요건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사실성은 제대로 된 언론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성 다음으로 중요한 요건은 ‘공익성’이다. 언론 활동은 특정인이나 특정 세력, 진영 같은 분파적 이익이 아닌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공익성은 언론이 되기 위한 ‘충분조건’이다.

공익성도 중요하지만, 사실성은 모든 언론윤리 규범의 출발점이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공익을 추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선의의 거짓말’도 있지 않냐고? 그건 사적 관계에서나 통하는 말이다. 공적 영역에서 누군가의 거짓을 선의라는 주관적 잣대로 정당화하려는 것은 전형적인 정파적 행위일 뿐이다. 사실성과 공익성을 무시하면서 언론이나 언론인을 표방하는 것은 일종의 속임수다. 상업적 필요에서든,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든 마찬가지다.

서두에서 소개한 것 같은 1인 매체도 이런 원칙을 지키기만 하면 얼마든지 제대로 된 언론일 수 있지만, 아무리 큰 매출을 올리고 시청자·독자를 구름처럼 모으더라도 이런 기본을 무시한다면 언론이라고 할 수는 없다. 언론인지 아닌지는 목소리의 크기가 아니라 언론으로서의 기본적 기능을 수행하는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언론에 대한 신뢰도나 영향력 조사가 이런 언론윤리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과 무관하게 이루어진다면 그 조사의 정당성을 의심해봐야 한다. 그것은 인기투표나 영향력 조사일 수는 있어도 ‘언론 신뢰도’ 조사라고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 언론 신뢰도 조사들은 과연 얼마나 신뢰할 만한지, 그 결과를 이 원칙에 비추어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어차피 사람들이 잘 구분하지 않는다’는 핑계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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