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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4, 2026

[버금 밥상]백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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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세종대왕이 하동 백차와 중국 백차를 비교해 맛봤다면 “나라 차맛이 듕귁과 달라”라고 하지 않았을까. 한글 창제 이전에는 우리가 쓰는 말이 중국과 달랐음에도 한자를 빌려 사용했다. 차나무의 종류와 채취 시기가 다른데도 차에 대한 설명은 중국 백차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백차’란 명칭은 찻잎에 난 흰 솜털에서 유래했다. 그러나 우리 백차에는 흰 솜털이 없다.

백차에 관한 설명을 조사해 보면 으레 흰 솜털 이야기가 나온다. 사실 흰 솜털은 중국 백차 가운데서도 백호은침이라는 최상급 차에서만 제대로 볼 수 있다고 한다. 목단, 공미, 수미로 내려갈수록 솜털은 점점 줄어든다. 수미는 큰 잎으로 만들기도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백차 판매 글에는 흰 솜털을 이야기하고 있다. 흰 솜털이 거의 없는 것을 팔 때도 생산이 적은 백호은침의 설명만 가져다 쓰고 있다.

우리나라 백차도 사정은 비슷하다. 중국 백차나 우리 백차나 같은 백차인데 뭐가 다를까 싶지만, 아는 만큼 맛있는 것이 식문화다. 우선 차나무 품종부터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본 품종인 야부기타와 재래종이 대표적이다. 반면 중국은 차나무 품종이 입이 아플 정도로 많다. 백차는 그중 대백차, 수선, 군체종(씨앗 번식) 등의 새순으로 만든다. 백차 산지로는 푸젠성을 알아 준다.

세 가지 차나무로 만든다고 다 백차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가공법이 따로 있다. 잎을 따는 것은 같다. 잎을 따면 자체 효소와 산소가 차를 산화한다. 산화는 잎을 갈색으로 만든다. 녹차는 산화를 막기 위해 열 가공으로 찌든 볶든 한다. 반면 산화를 이용하기도 한다. 산화는 찻잎의 색뿐만 아니라 맛에도 변화를 준다. 산화를 중간에 멈추면 우롱차가 되고, 끝까지 진행하면 홍차가 된다. 홍차는 산화를 촉진하기 위해 시들리기한 찻잎을 비비는 과정도 추가한다(유념). 이후 열이나 자연건조로 말린다. 이때 유념하지 않고 딴 상태 그대로 시들리고 건조해야 백차가 된다.

우연한 기회에 부평에서 중국 백차를 맛봤다. 백차 가운데 두 번째인 백모단이었다. 은은한 단맛과 이름 모를 꽃향이 났다. 매일 마시는 하동 백차와는 맛과 향의 결이 달랐다. 하동의 재래종 차나무에서 딴 잎으로 만든 백차는 단맛과 여린 향의 여운이 좀 더 길었다. 추측건대 차나무 품종과 찻잎을 따는 시기가 달라 생긴 차이가 아닐까 싶다.

지금은 거의 매일 마시지만, 솔직히 백차를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녹차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기에 백차도 그와 비슷한 차의 한 종류쯤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직접 맛을 보니 녹차와는 맛의 결이 완전히 달랐다. 녹차는 끝맛에 떫은맛이 미세하게 남지만 백차는 떫은맛이 거의 없고 부드럽다. 이 맛이 백차의 매력이다.

우리 백차는 중국 백차와 차나무부터 다르다. 그 다름을 인정하고 우리만의 설명과 이름으로 부르면 어떨까. 제조법은 같아도 우리 백차는 흰 솜털이 거의 없는 찻잎으로 만든다. 은침이니 솜털이니 우리 차나무에서 보기 힘든 것은 그만 가져다 썼으면 한다. 이 맛있는 차를 마실 때마다 백차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부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세종대왕이 우리 백차를 맛봤다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우리 것이 무조건 좋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서로 다른 것은 다르게 설명하고 부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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