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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18, 2026

연가시와 알고리즘 [이서윤의 인공지능&인권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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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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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윤 | 사법연수원 교수·판사

5년 전 고베대학교 연구팀은 연가시의 숙주 조종 메커니즘에 관한 100년 묵은 수수께끼를 풀었다. 연가시에 감염된 사마귀는 이리저리 배회하다 물에 들어가 결국 익사하고 마는데, 그 이유는 사마귀의 빛에 대한 본능적 감각이 왜곡되어 물빛에 강렬한 이끌림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마귀에게 직접 물에 뛰어들 것을 명령한 것이 아니라, 마치 사마귀 스스로의 선택인 것처럼 교묘하게 포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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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에 자의식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또는 인공지능의 배후에 세계를 지배하려는 암흑세력이 있어서, 대중의 특정한 선택을 유도하려 한다고 상상해보자. 가장 깔끔하고 뒤탈 없는 방법은 배후에서 그 판단을 조종하면서도 대중으로 하여금 자신의 선택이라고 믿게 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겉으로는 여러 가지 선택지를 준다. 충분한 지식이 없거나 고민하는 과정 자체도 버겁게 느껴질 때 인공지능의 추천을 받는 것은 일견 위험성도 낮고 시간도 절약되는 합리적인 방법처럼 보인다. 사용자는 선택지 에이(A)와 비(B) 중 어느 것을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 바로 되묻는다. 어느 것이 나아 보여? ~와 같은 이유로 비가 나아 보입니다. (대충 읽어본 뒤) 그럼 그렇게 해.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생각의 근육은 점차 퇴화하고, 대신 결정해주는 편리함에 길든 뇌는 혼자의 힘으로 내리는 결정에 대하여 불안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불편함을 넘은 불안감이야말로 인공지능과 기존 도구의 큰 차이점이다. 문제는 이렇게 하나씩 맡겨보면서 조금씩 더 신뢰하고 점점 더 의존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내린 결정이 과연 ‘내’ 결정이 맞는지 자문해보아야 할 시점이 분명히 온다는 것이다. 인간은 유도된 선택조차 나의 결정이라고 믿고 비합리적으로 옹호하는 경향이 있다. 2005년 스웨덴 룬드대학의 선택맹 실험에서 참가자들의 대부분은 자기가 골랐던 사진이 불과 몇초 뒤 바꿔치기 되었음에도 이를 알아채지 못하고 자신이 그 사진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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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에 길든 인간의 능력 퇴화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데, 폴란드의 내시경센터 네곳에서 진행되어 작년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인공지능 도입 석달 만에 인공지능을 사용하지 않은 숙련의들의 대장내시경 선종 발견율이 28.4%에서 22.4%로 감소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의 능력도 이럴진대, 다른 영역이야 말해 무엇 하랴! 조사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서울에서 이미 약 95%의 중고등학생이 인공지능을 써본 적이 있고, 그중 80%는 학습 용도로 사용하였다. 이들이 성인이 되어 움직이는 미래에 인공지능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 결정은, 단언컨대, 없으리라.

샌프란시스코에서 컴퓨터공학을 가르치는 한 교수님이 최근, 아이에게 검증의 중요성을 반복적으로 가르쳤더니 요즘에는 아이가 먼저 엄마가 인공지능에 의존할까 봐 경계하더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렇다. 교육이 열쇠다. 생각의 근육을 키워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육 생성의 방해 요인을 인식시켜주는 것이 더 근본적인 해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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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왜곡하여 받아들인 사마귀가 물에 뛰어들어 자살하듯, 인간도 알고리즘의 숙주가 되어 극단적으로 편향된 선택을 할 수 있다. 인간을 사마귀에 대다니, 황당하게 들리는가? 그러나 곰곰이 생각하면 그렇게 무리한 비유도 아니다. 알고리즘으로 인해 강화된 편향, 그에 기반을 둔 간편한 선택, 그 결정이 ‘내 것’이라는 믿음과 옹호가 나와 내 주변에서 얼마나 자주 일어나고 있는지를 솔직하게 자문해본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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