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의전 뒤 제한된 성과…트럼프·시진핑, ‘빅딜’ 대신 ‘관리된 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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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5일(현지시각) 사흘간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워싱턴 정상회담은 미·중 전략경쟁의 판도를 바꿀 ‘빅딜’보다는, 무역전쟁이나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한 ‘관리된 휴전’을 연장하고 제도화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화려한 의전과 환대가 돋보였지만, 희토류 공급, 인공지능(AI) 패권, 대만 문제 등 양국의 핵심 갈등 요소에서는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해 내실보다 겉치레에 치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300억달러 비민감 품목 우대·휴전 두달 연장…희토류는 미완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무역 분야에서 나왔다. 양국은 일부 비민감 품목을 무역 갈등에서 떼어놓는 완충 장치를 마련했다. 지난 5월 설립에 합의하고 이번에 가동한 미·중 무역위원회를 통해 미국산(농산물·수산물·목재·화장품·의료기기)과 중국산(소형가전·장난감·어린이용 카시트) 비민감 품목 각각 300억 달러어치에 대해 낮은 관세를 적용하도록 권고하기로 합의했다. 오는 11월 10일 종료 예정이던 무역휴전은 내년 1월 10일까지 두 달 연장됐다. 백악관은 중국이 2027년과 2028년 각각 최소 1000만톤의 미국산 석탄을 수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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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의 핵심 뇌관은 그대로 남았다. 백악관은 최대 쟁점인 희토류와 핵심 광물 문제에 대해 “공급량을 적절한 수준으로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협의 중”이라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규모나 이행 방식은 공개하지 않았다. 국가 안보 및 인공지능 경쟁 우위와 직결된 첨단 반도체 수출통제 완화에서도 진전이 없었다.
■인공지능·군사엔 ‘사고 방지 장치’…기술경쟁은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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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상회담에서 새롭게 도출된 가장 뚜렷한 안전판은 인공지능과 군사 분야의 위기관리 장치다. 백악관은 양국이 ‘인공지능’ 대신 ‘초지능(SI·Super Intelligence)’으로 부르기로 하고, 위험과 혜택을 논의하는 ‘미중 초지능 대화’를 출범시켰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은 발표자료에서 ‘인공지능’이라는 용어를 고수했다. 양국은 11월 첫 후속 협의를 열고, 관련 사고 발생 시 양국 정부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별도의 소통채널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는 대형 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일 뿐, 기술 주도권 경쟁이나 개발 속도를 제한하는 제동 장치는 아니다. 조너선 친 브루킹스연구소 중국센터 연구원은 가디언에 “두 정상 모두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속도를 늦추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점만큼은 합의한 듯하다”고 지적했다.
군사 분야에서도 위기관리 장치를 강화하기로 했다. 중국 외교부는 양국 군이 위기소통과 위기예방을 강화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조속히 체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내 미군 실종자 유해 수색 협력도 계속하기로 했다. 다만 이런 내용은 백악관 팩트시트에는 담기지 않았다. 두 정상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해서는 안 되며 어떤 국가나 기관도 국제수로에 통행료를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데에도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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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북한은 그대로…정상외교로 시간 버는 미중
양국 간 구조적 갈등 지점에서는 뚜렷한 합의가 도출되지 않았다. 시 주석은 비공개 회담에서 미국이 ‘대만 독립 반대’라는 올바른 입장을 ‘견지’하며 대만 문제를 신중히 다룰 것을 요구했다. 중국이 ‘견지’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미국이 이미 대만 독립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처럼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대만 정책에 한층 가까워진 듯한 인상을 주려는 시 주석의 의도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회담 직후 공개된 백악관 팩트시트에는 대만 관련 합의가 포함되지 않았다.
북한 문제에서도 구체적인 합의는 공개되지 않았다. 백악관은 두 정상이 러시아·북한·이란 등 국제 현안을 논의했다고만 밝혔다. 지난 5월 베이징 정상회담 뒤 두 정상이 “북한을 비핵화한다는 공동 목표를 확인했다”고 백악관이 명시했던 것과 차이가 있다. 중국 외교부가 26일 발표한 ‘중미 8개 성과·공감대’에도 북한과 러시아는 포함되지 않았다. 대니얼 크리텐브링크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워싱턴포스트에 “양국 관계의 단기적인 전술적 안정에는 기여했지만 미중 관계의 근본적인 경쟁적 성격을 바꾸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두 정상은 오는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펙) 정상회의와 12월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다시 만날 예정이다. 한 차례의 ‘빅딜’로 전략경쟁을 해결하기보다 정상 간 반복적인 접촉과 실무협의를 통해 충돌 위험을 관리하는 방식이 당분간 미중관계의 기본 틀이 될 것임을 보여주는 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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