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꼬리 울고 선계의 문 열리는 왕실 잔치…200년 만에 창덕궁서 부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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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후원 연경당에서 200년 전 조선 왕실의 잔치가 되살아난다. 봄날 꾀꼬리의 지저귐을 표현한 독무부터 신선 세계로 통하는 문을 형상화한 군무 등 궁중의 춤과 음악, 복식과 의례가 어우러진 왕실 향연이 실제 잔치가 열렸던 공간에서 재현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부설 세계민족무용연구소는 3~4일 창덕궁 후원 연경당 본채에서 ‘조선 순조 무자년 연경당 진작례 복원 공연’을 개최한다. 공연의 원형인 1828년(순조 28년) 무자년 진작례는 효명세자가 어머니 순원왕후의 40살 탄신을 축하하기 위해 연경당에서 마련한 궁중 잔치다. 진작례는 왕실의 경사스러운 날 술잔을 올리며 예를 표하는 의식이다. 당시 대리청정을 하던 효명세자는 어머니를 향한 효심을 예술로 표현하는 한편, 춤과 음악, 의례를 통해 질서와 조화를 추구한 조선의 예악사상을 구현하고자 했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 일부 정재(궁중 예악)를 복원해 선보인 데 이어 ‘순조 무자 진작의궤’에 기록된 17개 정재 가운데 10개를 무대에 올리는 것이다. 궁중의 춤과 음악은 물론 복식과 의물, 정교한 의례 절차까지 고증해 재현한다. 옛 춤을 단순히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당시 향연의 구성과 예술적 질서를 되살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실제 진작례가 열렸던 연경당 본채에서 공연한다는 점은 200년 전 왕실 잔치의 역사적 현장성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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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에는 ‘첩승무’, ‘무산향’, ‘최화무’, ‘향령무’, ‘춘광호’가 공연된다. 여섯명의 무동이 추는 ‘첩승무’는 노래와 춤이 결합한 정재로, 궁중 향연에서 노래가 차지했던 비중을 보여준다. ‘무산향’은 한명의 무동이 대모반이라는 작은 무대 위에서 추는 독무다. 제한된 무대에서 섬세하고 절제된 춤사위를 펼치는 게 특징이다. ‘최화무’는 ‘꽃이 피도록 재촉한다’는 이름처럼 꽃의 생명력을 소재로 한 춤으로, 여섯명의 무동이 군무를 펼친다. ‘향령무’ 역시 여섯명이 추는 춤으로, 손에 든 방울을 흔들어 소리를 내며 춤과 음악의 어우러짐을 보여준다.

4일 공연에서는 ‘망선문’, ‘공막무’, ‘영지’, ‘춘앵전’, ‘박접무’를 선보인다. ‘망선문’은 네명이 새 깃털 모양의 부채로 신선의 세계로 통하는 문을 형상화하고, 깃발을 든 두명이 문을 드나들며 춤을 춘다. ‘공막무’는 중국 초나라 항우와 한나라 유방의 홍문연 고사에서 유래한 검무로, 유방을 제거하려는 항장의 칼춤을 항백이 막아내는 장면을 춤으로 풀어낸다. ‘박접무’는 꽃을 찾아 날아드는 나비의 모습을 형상화한 군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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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총감독을 맡은 허영일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는 “이번 공연을 통해 효명세자의 지극한 효심을 되새기고, 그 안에 담긴 궁중예술의 아름다움을 오늘날의 관객과 나누고자 한다”며 “의궤 속 기록으로 전해지던 소중한 문화유산이 역사적 공간인 연경당에서 다시 살아 숨 쉬며, 그 정신과 예술이 앞으로도 생생히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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