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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September 17, 2026

제도권으로 온 임신중지약물 ‘미프진’, 내년 도입까지 해결해야 할 일들 [플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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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 만에 임신중지 약물 도입을 추진한다. 임신 9주(63일) 이내 여성을 대상으로 내년 1분기 이내에 의료기관에서 의사의 처방과 조제를 통해 임신중지 약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성평등가족부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4회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을 보고했다.

미프진 국내 판권을 보유한 현대약품은 2024년 12월 식약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했으며 현재 보완 심사가 진행 중이다. 신준수 식약처 의약품안전국장은 “위해성 관리계획 등 허가·심사에 필요한 부분이 남아 있고, 허가 이후에는 업체가 물량을 수입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업체와 협력해 최대한 내년 1분기 안에는 도입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도입 초기 2년 동안 의사가 처방한 뒤 의료기관 안에서 직접 약을 조제하는 ‘원내 조제’ 방식으로 제도를 운영할 계획이다. 곽순헌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낙태죄에 대해 형법상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왔지만 약사의 경우에는 형법상 처벌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이 있다”며 “초기 2년 동안은 안전하게 의사가 직접 조제하는 방식으로 도입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미소프로스톨, 게티이미지

미소프로스톨, 게티이미지

미프진 품목허가는 임신 9주 이내 여성을 대상으로 심사가 진행되고 있으나 처방 가능 연령 등 그 밖의 구체적인 기준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청소년의 경우 특별한 심리·정서적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런 부분들이 가이드라인에 잘 담길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초기 임신중지약인 ‘미프진’ 도입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다. 2019년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임신중지 약물 도입 논의가 이어졌지만 국내 품목허가는 계속 미뤄져왔다. 현대약품은 2021년 7월부터 식약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했지만 자료 보완 등의 과정에서 신청을 자진 취하하거나 심사 절차가 중단됐다. 지난 7월 이재명 대통령이 임신중지 약물 허용 가능성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관계부처의 도입 논의에도 속도가 붙었다.

초기엔 비급여, 최소 2회 의료기관 방문해야

복지부와 성평등부는 식약처의 허가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의료현장에서 적용할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로서는 임신 주수와 자궁외임신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라면 어디서나 처방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임신 주수와 자궁외임신 여부를 확인할 역량을 갖춘 의사라면 처방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학계와 세부 기준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식약처에 신청된 방식대로 허가될 경우 임신중지 약물을 사용하는 여성은 최소 두 차례 의료기관을 방문하게 된다. 식약처에 허가 신청된 내용에 따르면, 미페프리스톤(미프진)과 미소프로스톨 성분의 약제를 순차적으로 복용하는 방식으로 미프진을 사용해야 한다. 먼저 임신 유지에 필요한 호르몬의 작용을 차단하는 미페프리스톤을 복용한 뒤 24~48시간 후 자궁 수축을 유도하는 미소프로스톨을 복용한다. 이후 7~14일 이내 의료기관을 다시 찾아 임신중지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건강보험은 도입 초기에는 적용되지 않아 비급여로 처방될 것으로 보인다. 의약품이 식약처의 품목허가를 받더라도 곧바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제약사가 별도로 요양급여 결정신청을 해야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여 적정성 평가 등을 거쳐 건강보험 적용 여부가 결정된다. 식약처는 약제 급여화와 별개로 사전에 초음파 검사를 하는 부분 등에 건강보험을 적용할 수 있는지는 별도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의료계 “형법·모자보건법 개정하고 진료선택권도 보장해야”

임신중지 약물 도입에 관해 대한산부인과학회·대한산부인과의사회·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가 낸 공동 성명. 대한산부인과학회 홈페이지

임신중지 약물 도입에 관해 대한산부인과학회·대한산부인과의사회·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가 낸 공동 성명. 대한산부인과학회 홈페이지

대한산부인과학회·대한산부인과의사회·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 등 3개 단체는 이날 정부 발표 이후 “정부의 정책 방향에 공감하며, 학술과 진료 현장을 아우르는 산부인과 전문 단체로서 안전한 도입과 사용 관리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성명을 냈다.

다만 의료계와 논의해 정비해야 할 제도적 과제도 제시했다. 우선 모자보건법과 형법 등 관련법에 의사가 원하지 않을 시 처방을 거부할 수 있는 진료선택권과 관련된 내용이 규정돼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이들 단체는 “개인의 신념에 따라 임신중지 약물 처방에 참여하지 않을 의사의 선택을 존중하되, 여성이 필요한 진료로 신속히 연계될 수 있도록 하는 절차가 법률에 명확히 담겨야 한다”고 했다.

임신중지 시 배우자 동의를 받도록 한 현행 모자보건법 제14조도 개정을 요구했다. 단체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와 여성의 자기결정권, 그리고 약물을 통한 초기 임신중지라는 새로운 진료 형태를 고려할 때 이 조항은 현실과 정합성을 잃은 상태다”라며 “현장의 의료진이 법적 불확실성 속에서 판단을 떠안지 않도록 정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형법 개정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처방과 투약에 참여하는 의료진이 형사적 불확실성에 놓이지 않도록 안전관리 체계와 보상 방안, 의료인 보호 규정도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곽 정책관은 “관련법으로 모자보건법과 형법이 있는데, 모자보건법은 의원입법안으로 개정안이 6개 정도 나와 있으며 올 하반기에 국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회와 다양한 단체의 의견을 모아 법 개정 논의에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의료진의 처방 거부 문제에 대해서는 “의료진의 진료선택권을 존중하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약 도입만으론 부족…의료기관 접근성·지원체계 마련해야”

여성계에서는 임신중지 약물의 공식 도입을 환영하면서도 원내 조제 방식이 접근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영 성적권리와재생산정의를위한센터 셰어(SHARE) 대표는 “기존에 다른 약제를 사용하는 것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약물을 이용한 임신중지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며 “그간 약물 도입에 대해 5년 넘게 식약처가 결정을 미뤄왔는데 이번에는 정부의 의지로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다만 “원내 조제를 전제로 한다면 접근성이 상당히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된다”며 “환자가 안전하게 약을 사용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접근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의료기관 접근이 어려운 사람이나 청소년 등을 위한 지원체계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미성년자의 경우 부모의 동의를 요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있을 수도 있고, 의료비용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며 “이런 사람들을 위해 별도의 상담이나 지원 창구를 마련해 필요할 경우 신속하게 지원할 수 있는 체계까지 함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년 동안 시범적으로 운영해보겠다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그 기간 동안 어떻게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제도를 정착시킬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까지 정부가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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