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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September 20, 2026

[단독] 유기 야생동물 왜 이리 많나 봤더니… ‘백색목록’ 유럽은 30여종, 우리는 888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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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나와 열대우림의 바위 지형에 서식하는 바위너구리는 본능적으로 바위를 오르내리는 행동이 매우 중요하지만, 사육장 내 환경이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어웨어 제공
사바나와 열대우림의 바위 지형에 서식하는 바위너구리는 본능적으로 바위를 오르내리는 행동이 매우 중요하지만, 사육장 내 환경이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어웨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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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어캣·라쿤 등 외래 야생생물 유기 사례가 늘어나는 가운데, 정부가 소위 ‘반려 야생동물’을 관리하고자 도입한 ‘백색목록제’가 지나치게 많은 종을 허용해 오히려 무분별한 수입과 사육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목록을 지정하는 위원회엔 동물을 사고파는 업계 인사들이 대거 포함돼 있었다.

20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미 백색목록제를 도입·운영 중인 국가들이 30~40종 수준으로 운영하는 것에 견줘, 우리나라는 무려 888종을 지정해 너무 많은 종을 허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색목록제도란, 일반 가정에서 사육해도 환경·공중보건·동물복지에 위해가 없다고 보는 야생동물 종을 지정해 사육을 허용하는 제도다. 네덜란드·벨기에·노르웨이·몰타 등에서 시행 중이고, 프랑스·핀란드 등 유럽 국가들과 아시아의 홍콩, 대만 등에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는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야생동물로 인한 인수공통감염병 위험을 예방하고, 그동안 규제 사각지대에 놓였던 ‘반려 야생생물’을 관리하기 위해 지난해 말 도입했다.

백색목록제도 도입 이전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멸종위기 야생생물(CITES 종), 생태계교란 야생생물 등 법정관리종을 따로 관리했지만, 이외 야생동물에 대해선 별다른 제재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라쿤 등 가정에서 키우기 어려운 야생동물을 키우다 유기·유실하는 사례가 계속 발생했고, 꽃사슴 등 외래 동물이 지나치게 늘어 생태계를 교란하는 문제가 생겼다. 이에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기존에 관리하지 않던 야생동물을 ‘지정관리 야생동물’로 분류해 원칙적으로 국내 반입·양도·양수·보관(사육)을 금지하고, 백색목록에 등재된 종만 지방정부 신고를 거쳐 사육·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백색목록 외의 종을 수입·반입해 양도·양수·보관하면 1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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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기후부가 지난해 12월 고시한 백색목록에 포함된 종이 888종(포유류 9종·조류 17종·파충류 655종·양서류 207종)에 달하는 데다, 목록 대다수(97%)가 개인 사이 거래·온라인 판매가 이뤄지는 양서·파충류여서 오히려 무분별한 거래를 부추긴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달리 네덜란드의 백색목록은 포유류만 30종이고, 벨기에(브뤼셀·왈롱)도 대부분 가축화된 동물이나 설치류 40여종만을, 노르웨이는 파충류 19종만을 허용한다.

아프리카 남부 지역 사막 평원에 서식하는 미어캣은 10~30마리 규모의 군집생활을 하는 사회적 동물이다. 집단의 크기가 충분하지 못한 경우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릴 수 있다. 어웨어 제공
아프리카 남부 지역 사막 평원에 서식하는 미어캣은 10~30마리 규모의 군집생활을 하는 사회적 동물이다. 집단의 크기가 충분하지 못한 경우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릴 수 있다. 어웨어 제공

제도가 느슨해진 원인으로 위원회 구성의 불균형이 지목된다. 박해철 의원실이 기후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백색목록을 지정하는 ‘백색목록위원회’는 기후부 6명, 전문가 6명, 업계 4명(동물산업협회·한국관상조류협회·한국양서파충류협회·작은생명공존연합)으로 구성됐지만, 시민단체(동물보호단체)는 단 1명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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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종별 사육 적절성을 세밀하게 평가하는 분류군별 소위원회에도 이해당사자인 동물업계 인사들이 포함돼 있었는데, 이와 달리 벨기에·네덜란드 경우 수의사·지방정부 대표, 비영리 동물보호단체 등 이해관계가 없는 인사들로 구성된다.

그러다 보니 동물의 기본 습성 충족이 어렵고, 수의학·질병학적 위험이 큰 종들도 목록에 포함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예컨대 미어캣·바위너구리·유대하늘다람쥐(슈가글라이더)의 경우 10마리 이상 군집생활을 하는 사회적 동물인 데다, 본능적으로 굴을 파거나 바위를 오르내리는 습성이 있어 가정에선 키울 수 없는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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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철 의원은 “방대한 백색목록 지정은 자칫 외래종의 제한 없는 유통·수입을 허가하는 것으로 오인될 소지가 크다. 무분별한 외래종 사육은 끝내 사육 포기·유기로 이어져 생태계 교란은 물론 국민 안전·보건 환경까지 위협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나라 백색목록 지정 과정은 산업계와 시민단체 균형이 무너진 것처럼 보인다. 고시된 백색목록을 전면 재평가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종 목록을 구성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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