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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October 23, 2026

[책과 삶]마오쩌둥 아들은 북한 땅에 묻혔다···중국이 북한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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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51년 한국전쟁 시기 북한 여성들과 중국인민지원군 병사들이 함께 감자를 삶는 모습을 담은 선전 사진. 책과함께 제공

1950~51년 한국전쟁 시기 북한 여성들과 중국인민지원군 병사들이 함께 감자를 삶는 모습을 담은 선전 사진. 책과함께 제공

냉전의 동지들

그렉 브라진스키 지음 | 나종남 옮김 | 책과함께 | 424쪽 | 2만8000원

북한이 핵실험, 미사일 발사 등으로 긴장을 고조시킬 때마다 미국은 ‘책임 있는 이해당사자’가 나서라고 촉구하곤 한다. 중국이 나서 북한에 압박을 가하라는 것이다. 한국어·중국어에 능통한 그렉 브라진스키 미국 조지워싱턴대 역사학·국제관계학 교수는 올해 초 현지에서 낸 신간 <냉전의 동지들> 결론부에 이렇게 적었다. “중국의 대북 정책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리라고 기대하거나, 베이징이 평양을 압박해 미국과 협력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희망하는 이들은 실망하게 될 것이다.”

브라진스키는 “중조우의(중국·북한 우호관계)의 이상과 정서는 양국의 유전자에 깊이 각인”돼 있다고 본다. 멀리는 일제강점기의 투쟁 경험, 결정적으로는 한국전쟁을 거치며 형성된 북한과 중국의 역사적·문화적·감정적 유대는 너무나 끈끈해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냉전의 동지들>은 중국공산당과 조선노동당이 서로를 향한 공감, 감사, 애도를 어떻게 만들고 연출해왔는지 분석한다.

북한과 중국의 우의는 신생 사회주의 국가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고 국가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줬지만, 이 정서를 단지 전략적 필요성, 국가 이익을 위한 도구로만 볼 수는 없다. 양국 지도자와 국민의 감정 교류는 일정 수준 이상의 진심이었다. 인류학자 윌리엄 레디의 ‘정서 체제’는 이를 이해하는 중요한 개념이다. 정치권력이 정서 규범을 세우고 사람들이 그것을 표현하고 내면화하도록 만드는 것을 뜻한다. 의례, 공식 예술을 통해 개인들은 국가가 승인한 정서를 표현하도록 반복적으로 요구됐다. 국가의 요구에 따른 감정 표현이 되풀이되면서 내면의 감정으로 자리 잡는 ‘자기 변형적 효과’가 나타났다. 브라진스키는 국가가 기획한 감정과 개인의 자발적 공감이 얽혔다고 본다.

1954년 10월 마오쩌둥 주석이 북한 대표단을 맞이하며 김일성 원수와 악수하고 있다. 책과함께 제공

1954년 10월 마오쩌둥 주석이 북한 대표단을 맞이하며 김일성 원수와 악수하고 있다. 책과함께 제공

지도자의 카리스마를 중시하는 북한과 중국에서 김일성과 마오쩌둥의 상호 공감은 중조우의의 핵심이었다. 냉전기 중국에서 김일성의 국빈방문만큼 성대한 행사는 드물었다. 일제에 맞선 두 사람의 투쟁 경험은 북한과 중국인에게 “제국주의적 억압을 함께 겪는 동지”라는 인식으로 확대됐다. 1947년 김일성은 수만명의 조선인을 마오쩌둥의 인민해방군에 파견해 국민당에 맞서게 했고, 1950년 10월 마오쩌둥은 한국전쟁에 중국인민지원군을 보내 화답했다. 지원군은 북한 지역에서 점령군 행세를 하지 않았다. 마오쩌둥은 지원군에게 “조선의 산수초목 하나하나를 아껴라”라고 연설했다. 전쟁이 발발하자 장남 마오안잉은 즉시 참전하겠다고 지원했으며, 결국 미군 폭격으로 전사해 북한 땅에 묻혔다. 마오안잉의 유해는 두 나라 ‘공동의 고난’의 상징이 됐다.

신생국가로서 사정이 넉넉하지 않았던 중국은 북한에 아낌없이 지원했다. 1953년 7월 정전협정이 서명될 때까지 한반도에 파견된 지원군은 300만명에 이른다. 당시 북한 인구는 1000만명 정도였다. 지원군은 1958년까지 북한에 머물며 전후 재건을 도왔다. 김일성은 저우언라이에게 “지원군이 조선에서 철수할 때, 조선에서 울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천하의 가난한 이들은 모두 한 가족입니다”라고 말하며 참전한 지원군 병사는 당시의 정서를 잘 보여준다. 이는 ‘사회주의 발전을 향한 공유된 로맨스’였다.

1955년 10월 발간한 북한잡지 ‘활살’에 실린 뤄성자오에 관한 만화. 뤄성자오는 1952년 1월2일 평안남도 성천군에서 물에 빠진 북한 소년을 구한 뒤 숨졌다. 중국과 북한에선 뤄성자오를 열사로 기렸고, 북한에선 그의 이름을 딴 학교도 생겼다. 책과함께 제공

1955년 10월 발간한 북한잡지 ‘활살’에 실린 뤄성자오에 관한 만화. 뤄성자오는 1952년 1월2일 평안남도 성천군에서 물에 빠진 북한 소년을 구한 뒤 숨졌다. 중국과 북한에선 뤄성자오를 열사로 기렸고, 북한에선 그의 이름을 딴 학교도 생겼다. 책과함께 제공

양국의 정서 교류는 민간 차원에서도 활발했다. 오늘날까지 중국의 주요 외교 사절로 꼽히는 자이언트 판다는 1965년 평양 동물원에 전달됐다. 북한은 소련에 이어 판다를 받은 두 번째 나라가 됐다. 북한 요리사가 베이징의 유명 오리 요리 식당인 취안쥐더에서 요리를 배우기도 했다. 취안쥐더와 평양 옥류관의 교류도 제안됐다. 예술가들도 수시로 압록강을 넘나들었다. 중국공산당은 급박한 전시 상황에도 예술단을 파견해 공연을 선보이게 했다. 중국 예술인들은 북한의 혹독한 기후, 미군 공습의 위험 속에서도 “강렬한 애국적 열의와 내면의 영예감”으로 전시 위문 공연을 이어갔다. 전설적인 무용가 최승희는 중국에서 많은 제자를 양성하고 공연을 선보였다. 전쟁 중 북한 어머니의 참혹한 고난을 형상화한 최승희의 <어머니>는 중국 객석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중국의 저명한 소설가 바진은 <춘향전>을 관람한 뒤 꺾이지 않는 춘향의 기개를 미군에 맞서는 북한 여성들의 용기에 비유했다.

브라진스키는 건국 이후 중조우의가 한결같았다고 주장하진 않는다. 문화대혁명, 미중 데탕트 시대, 덩샤오핑의 집권을 거치며 중조우의의 중요성은 일시적으로 감소하기도 했다. 심지어 중국은 1992년 한국과 수교해 북한을 당황시켰다. 그럼에도 “중국과 북한 사이에 ‘각별한 우정’이 존재한다는 믿음”은 여전하다. 크고 작은 갈등에도 불구하고 북·중관계가 무너지지 않는 배경에는 국익을 넘어, 공통으로 만들어간 감정의 역사가 있었다고 브라진스키는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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