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이 점점 사라진다, 통장 잔고에서”…퇴직 뒤 5년, 혹독한 ‘연금 공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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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 (잔고) 뒷(자리)에서 0이 점점 없어지는 거예요. 아차 싶은 상황이더라고요.”
30년 넘게 근무한 정보통신회사에서 은퇴한 ㄱ씨(62)는 퇴직 후 1년쯤 지나 통장 잔고가 눈에 띄게 줄자 비로소 소득공백을 실감했다. 그는 “조기 수령도 고민해봤으나 (수령액이) 70%로 깎인다고 해서 안 하기로 했다”며 “공장에 취업하려고 면접도 봤는데 사무직 출신이라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 ‘중고령층 소득공백의 현황과 대응 방안’을 보면, 1957~1964년생 가구의 소득 자료를 분석한 결과 소득공백기 소득이 정년 전 해당 출생집단의 중위소득(1957~1960년생 월 280만3천원, 1961~1964년생 월 326만2천원)보다 적은 가구는 50.2%로 나타났다. 소득공백기 소득이 중위소득의 절반에도 못 미치지는 소득 취약 가구는 16.1%였다. 이들 소득 취약 가구의 72.5%가 소득보다 지출이 많은 적자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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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소득공백기는 법정 정년(60살)에 퇴직한 뒤 국민연금 수령 전까지의 기간을 뜻한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2013년부터 61살로 상향되는 등 2033년까지 단계적으로 늦춰져, 61살에 받기 시작하는 1957~1960년생은 2년, 62살에 받는 1961~1964년생은 3년의 연금 소득공백기를 겪는다. 1965~1968년생은 64살, 1969년생 이후는 65살부터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어 소득공백기는 각각 4년과 5년으로 늘어난다.
보고서를 보면, 소득공백기를 메우려고 상당수 중고령층이 다시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60~64살 경제활동 참가율은 2011년 57.0%에서 2025년 66.7%로 상승했다. 취업자 중 임금근로자 비중도 같은 기간 49.4%에서 66.2%로 뛰었다. 하지만 일자리의 질은 열악했다. 소득공백기에 새 일자리를 구한 1961~1964년생 취업자의 61.3%가 임시·일용직이었고, 정규직 비율은 22.1%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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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이 적은 가구일수록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다. 공백기 소득이 정년 전 중위소득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취약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가구원은 124만원으로, 소득이 유지되거나 증가한 가구(234만9천원)보다 100만원 넘게 적었다. 반면 전체 소비지출에서 식비·주거비·보건비 등 필수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취약 가구가 50.0%로, 소득 유지·증가 가구(34.8%)보다 15.2%포인트 높았다.
연구진은 정년 연장과 재고용 지원을 병행하고, 국민연금 가입 상한 연령(59살)을 단계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존 조기노령연금 제도는 최대 30% 감액된 연금을 평생 받아야 하는 부담이 있는 만큼 필요한 금액만 먼저 받을 수 있는 부분연금제를 도입하고 소득공백기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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