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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25, 2026

털 없는 동물도 고통 느낀다 [이형주의 비인간동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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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동물복지기본법 제정안 마련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는 기본법의 동물 정의에 ‘감응력’을 명시하고, 고통을 느낄 수 있는 파충류·양서류·어류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은 인도적 도살 규정이 없어, 고통사 하는 개구리·자라의 모습이 담긴 게시물. 어웨어 제공
지난 9월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동물복지기본법 제정안 마련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는 기본법의 동물 정의에 ‘감응력’을 명시하고, 고통을 느낄 수 있는 파충류·양서류·어류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은 인도적 도살 규정이 없어, 고통사 하는 개구리·자라의 모습이 담긴 게시물. 어웨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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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주 |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십여년 전, 한 인터넷 개인방송에서 진행자가 살아 있는 물고기의 눈을 담뱃불로 지지는 영상이 화제가 됐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관련 기록을 찾기 어렵지만, 당시 동물 학대로 고발되거나 처벌받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성장하고 제도가 강화되었으니 지금이라면 이런 행위는 당연히 동물 학대로 처벌받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답은 ‘아니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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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을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로 정의하면서도, 식용 목적의 파충류·양서류·어류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금지하면서도, 식용 어류라면 아무리 잔혹한 학대를 가하더라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2022년 일본산 활어 수입 반대 집회에서 살아 있는 방어와 참돔 등을 바닥에 내던져 죽게 한 사건에 대해 검찰은 식용 어류가 동물보호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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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충류와 양서류도 마찬가지다. 유튜브나 에스엔에스(SNS)에서는 조회수를 올리려고 야생에서 포획한 황소개구리 등을 산 채로 끓는 물에 넣거나 불에 올리는 등 의도적으로 고통을 주는 영상을 찾아볼 수 있다. 이 동물들은 식용으로 양식된 게 아니지만, 식용 목적이라는 이유로 법적 보호에서 배제될 수 있다. 애초에 무엇을 기준으로 식용 여부를 판단하는지도 불분명하다. 식용으로 사육해야 식용 동물인지, 잡아서 먹으려는 순간 식용 동물이 되는지 명확한 기준이 없다.

실제로 식용으로 유통되는 동물의 관리에도 공백이 있다. 자라와 북방산개구리 등은 식용으로 소비되지만, 이들의 운송과 도살 과정에서 최소한의 동물복지나 안전을 보장할 기준은 없다. 동물보호법은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도살하거나 도살 과정에서 불필요한 고통과 공포, 스트레스를 주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파충류, 양서류는 다른 농장동물과 달리 별도의 도살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데다, 이러한 일반적인 원칙에서조차 제외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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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국가들은 일반적으로 모든 척추동물을 법적 보호 대상으로 규정한다. 식용 여부에 따라 척추동물 중 일부 분류군을 제외한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무척추동물의 감응력에 관한 과학적 근거가 축적되면서 영국, 스위스, 뉴질랜드 등은 일부 무척추동물까지 보호 범위를 확대했다.

파충류나 어류가 고통을 경험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는 이미 충분히 축적된 만큼, 새로운 합의가 필요한 사항은 아니다. 그런데도 최근 국가 동물복지 정책의 기본 원칙을 마련하기 위해 논의되는 ‘동물복지기본법’ 제정안조차 현행 동물보호법과 마찬가지로 식용 목적의 파충류·양서류·어류를 제외하고 있다. 왜 이런 차별이 계속되는 것일까.

인간이 자신과 진화적으로 가까운 동물에게 더 큰 공감과 애착을 느끼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개나 고양이, 곰 같은 포유류에 비해 어류나 파충류의 정서적 상태를 인간이 직관적으로 알아보기 어렵다는 점도 작용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동물복지가 주요 사회적 의제로 부상한 데에는 반려동물 양육 인구의 증가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도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동물의 고통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해서 그 고통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동물에 대한 윤리적 고려의 기준은 인간에게 얼마나 친숙한지가 아니라, 그 동물이 고통과 즐거움 등을 경험할 수 있는지에 있어야 한다. 눈망울이 초롱초롱하고 털이 복슬복슬한 동물만 고통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동물복지를 국정과제로 내세운 국가라면, 사람과 친한 동물만 선택적으로 보호할 것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동물의 복지를 고려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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