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최장수 당 대표' 된 장동혁, 이전과 비교하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426일째를 맞았습니다. 취임일과 오늘 날짜 포함 기준입니다. 이준석 전 대표가 세운 425일 기록을 넘어섰습니다. 2020년 9월 국민의힘 출범 이후 역대 당 대표 가운데 가장 오래 자리를 지킨 대표가 됐습니다. 김기현 전 대표는 281일, 한동훈 전 대표는 147일 재임했습니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까지 포함하면 어떨까요. 장 대표의 재임 기간은 역대 보수 정당 대표 가운데 어느 정도에 해당할까요.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이 따져 봤습니다.
국민의힘이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되던 총재 체제를 끝내고, 지금과 같은 합의제 성격의 '대표최고위원(당 대표)' 지도체제를 정착시킨 원년은 2002년 5월입니다. 전신인 옛 한나라당 시절입니다.
이전까지는 제왕적 권력을 행사하는 '총재' 중심의 단일지도체제로 운영됐는데, 당시 당내 민주화와 제왕적 총재직 폐지 요구가 거셌습니다. 결국, 이회창 한나라당 당시 총재가 대선 출마를 위해 총재직을 사퇴하면서,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당 총재직을 폐지하고 집단지도체제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해 5월 열린 전당대회에서 서청원 의원이 최초의 '대표최고위원'으로 선출됐습니다.
2002년 5월 옛 한나라당 대표로 선출된 서청원 전 의원.
지금과 같은 당 대표 체제 이후, 즉, 2002년 5월 이후의 당 대표 임기를 모두 계산했습니다.
분석에는 비상대책위원장, 즉, 비대위원장도 포함했습니다. 당 대표 사퇴 등 궐위가 생기면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는데, 비대위원장은 당헌 제98조에 따라 기존 당 대표와 동일한 지위와 권한을 갖기 때문입니다. 다만, 당 대표 권한대행은 제외했습니다. 당 대표 권한대행은 새로운 정식 대표 혹은 비대위원장이 선출되기 전까지 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임시 관리자'입니다.
국민의힘 홈페이지(연혁) : www.peoplepowerparty.kr/about/history
당 대표 선출일과 취임일 등 언론 보도 별로 시기가 조금씩 차이가 나는데, 국민의힘 홈페이지의 연혁에 있는 날짜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당 스스로 공표한 날짜가 가장 정확하다고 봤습니다.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 그리고 국민의힘까지 당명이 4번 바뀌는 동안, 모두 33명(중복 포함)의 당 대표와 비대위원장이 있었습니다. 2002년 5월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를 시작으로, 지금의 장동혁 대표까지입니다.
이들의 '평균' 재임 기간은 256일로 계산됐습니다. 8달이 조금 넘는 수준입니다.
당헌 당규가 명시한, 당 대표 임기 2년을 제대로 완주한 당 대표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 그리고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까지 딱 3명 뿐이었습니다. 대부분 선거 패배 책임론이나 대형 스캔들 등으로 중도 사퇴했습니다.
위 분석을 토대로 순위를 매겼습니다.
2년 임기를 마친 황우여, 강재섭,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해,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박희태 전 한나라당 대표가 5위권 안에 있습니다.
이번에 국민의힘 최장수 대표가 된 장동혁 대표는 이들에 이어 6위에 기록됐습니다. 한 주 뒤인 11월 1일이 되면 장동혁 대표는 박희태 전 한나라당 대표의 432일까지 제치고, 역대 5위가 됩니다.
그렇다면 재임 기간이 길었던 당 대표들은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요.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대선을 앞두고 당내 결집과 안정이 중요했던 시기에 장기 재임이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는 724일,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는 730일 동안 당을 이끌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대선이라는 거대한 정치적 이벤트를 관리하고, 선거에 승리했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강 전 대표는 2007년 대선 경선에서 이명박·박근혜 두 계파가 치열하게 맞붙는 상황을 관리했습니다. 당내 갈등을 조정하면서 정권 교체를 위한 기반을 다지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황 전 대표 역시 2012년 대선 정국에서 승리한 데 이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당청 관계를 유지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위 사례가 대선 승리로 장기 리더십이 가능했다면, 반대로, 당이 심각한 위기에 빠졌을 때 새로운 구심점으로 선택된 인물이 오히려 장기간 당을 이끄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2004년 3월, 한나라당 현판을 직접 천막당사로 나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습.
대표적인 사례가 698일 동안 재임한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한나라당 대표입니다. 2004년 불법 대선자금 사건과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한나라당이 존립 위기에 몰리자, 박 전 대표는 이른바 '천막당사'를 내세우며 당 쇄신에 나섰습니다. 이후 선거에서 잇따라 승리하면서 무너진 당의 지지 기반을 회복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선거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이때 나왔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당을 수습한 정치적 구심력이 장기 재임의 배경이 됐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의 사례도 비슷합니다. 425일 동안 당을 이끈 이 전 대표는 헌정 사상 최초의 30대 당 대표였습니다. 정권 탈환을 위해 청년층의 지지가 절실했던 보수 정당의 위기감이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인물의 선출로 이어졌습니다.
이 전 대표는 대선과 지방선거를 잇달아 승리로 이끌며 선거 관리자로서 성과를 거뒀습니다. 그러나 재임 기간 내내 당내 주류 세력과 극심한 갈등을 겪었고, 결국 당원권 정지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으며 임기를 마쳤습니다. 선거 승리와 당내 갈등이 공존했던 셈입니다.
이준석 전 대표가 2021년 6월 국민의힘 당대표로 당선된 전당대회에서 당 깃발을 흔들고 있다.
박희태 전 한나라당 대표도 432일 동안 당을 이끌었습니다. 이명박 정부 초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등으로 정국이 혼란스러웠던 시기였습니다. 여당의 중심을 잡고 당내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 진영이 큰 타격을 입었던 시기에도 상대적으로 긴 재임 기록이 나타났습니다. 홍준표 전 대표는 347일, 황교안 전 대표는 414일 동안 당을 이끌었습니다.
홍 전 대표는 당의 존립마저 위태로웠던 시기에 전통적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황 전 대표 역시 조국 사태 등을 둘러싼 극심한 진영 대결 속에서 미래통합당 창당을 이끌었습니다. 다만, 두 사람 모두 선거 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홍 전 대표는 2018년 지방선거 참패 이후 당 대표직에서 물러났고, 황 전 대표도 2020년 총선 참패 이후 사퇴했습니다.
결국, 장기 재임은 반드시 정치적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역대 기록은 당 대표가 오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배경에 정치적 필요와 위기 상황이 함께 상호 작용했음을 보여줍니다.
역대 6위에 오른 장동혁 대표의 재임 기간도 이런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장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과 대선 패배로 보수 정당이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당권을 잡았습니다. 당원 투표에서 승리하며 지도부를 출범시켰고, 한동훈 전 대표 제명 논란과 지방선거 패배 이후 불거진 사퇴론 등 여러 차례 위기를 넘겼습니다. 그렇게 국민의힘 출범 이후 최장수 대표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당세가 위축된 상황에서 당내 권력을 유지하며 임기를 이어갔다는 점은 분명 장 대표의 성과입니다. 하지만, 당내에서 권력을 지켜낸 것과 국민적 지지를 넓힌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지지율을 보면 이러한 차이가 드러납니다. 한국갤럽 조사 기준, 국민의힘 지지율은 장 대표 취임 이후 20% 초중반대에서 큰 폭의 상승 없이 움직이다가, 지방선거 이후에는 20% 후반대에서 등락하는 흐름을 보였습니다. 민주당 지지율 하락의 반사이익을, 상대적으로 국민의힘이 얻지는 못했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당원 중심 결집이 국민 전체의 지지 확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장 대표가 당내 지지 기반을 유지하며 재임 기간을 늘리는 데 성공했더라도, 당의 외연을 넓히고 유권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여전히 과제가 많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당장 욕설 녹취록 논란도 불거졌습니다. 리더십 교체 요구는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고 있습니다. 최장수 대표라는 기록이 정치적 성공의 증거가 되려면, 앞으로는 '최장수'라는 타이틀 이상의 정치적 성과를 입증해야 함은 분명합니다. 재임 기간이 길어졌다고 해서 정치적 성과까지 비례해 커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작가 : 김효진, 인턴 :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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