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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4, 2026

[NGO 현장]아시아의 빈민들이 만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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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쪽방 주민과 홍콩의 홈리스, 마닐라에서 철거에 맞서는 빈민과 일본의 생활보호 수급자는 얼마나 비슷한 문제를 겪을까. 지역과 제도는 달라도 이들의 삶을 위협하는 힘은 놀랍게 닮았다. 집과 도시를 상품으로 만드는 개발, 재정 부족을 이유로 사회보장을 줄이는 정부, 필수서비스의 민영화, 가난을 개인의 실패로 돌리는 낙인이다.

세계에는 어느 때보다 많은 부가 쌓인다. 올 6월 일론 머스크의 자산은 한때 1조달러를 넘었다. 소수가 천문학적 부를 누릴 때 평범한 사람들은 치솟는 물가와 주거비 속에 일자리와 생계를 지키기 위해 분투한다. 기후위기와 전쟁은 이 간극을 벌린다. 모든 곳에 비가 와도 물은 가장 낮은 곳부터 차오른다. 위기의 비용 역시 가난한 이들의 삶부터 덮친다.

그러나 이에 맞선 저항도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다. 2014년 대만의 해바라기운동 당시, 민주주의를 외치며 수많은 사람이 거리를 메웠다. 그곳에서 단체 ‘인생백미’를 만든 활동가들은 시위대에 나눠주는 도시락을 받으려다 제지당한 홈리스를 만났다. ‘모두가 말하는 시민에 왜 이 사람은 포함되지 않는가.’ 이후 인생백미는 홈리스와 노점상, 폐지 수집인과 함께 도시 빈곤과 낙인의 문제를 말해왔다. 나의 사무실에는 인생백미가 만든 포스터 한 장이 걸려 있다. “우리가 도시를 만들었으니, 도시는 우리에게 더 친절해져야 한다.” 도시를 청소하고, 거리에서 장사하며, 이 도시의 하루를 굴려온 사람들이 정작 도시에서 밀려나는 현실에 대한 말이다.

일본에서는 국가의 복지 삭감에 맞서 수급자들이 정부를 법정에 세웠다. 2013년 일본 정부가 생활보호 기준을 인하하자 전국의 수급자들이 소송에 나섰다. 10년이 넘는 싸움 끝에 2025년 최고재판소는 정부의 인하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복지 축소는 피할 수 없는 문제가 아니라 따지고 뒤집을 수 있는 정치적 선택임을 보여준 사례다.

홍콩에서는 홈리스와 열악한 주거의 주민들이 주거권을 요구하고, 필리핀에서는 빈민들이 강제퇴거에 맞서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조직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쪽방 주민, 홈리스, 장애인, 노점상과 수급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비슷한 질문을 던져왔다.

모두의 삶이 불안할수록 그 원인을 더 가난한 사람과 이주민, 장애인 등 소수자에게 돌리는 정치도 힘을 얻는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집과 일자리, 의료와 돌봄을 걱정하며 살아야 하는지는 질문되지 않는다. 빈곤을 개인의 실패로 설명하는 사회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연대는 질문을 뒤집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의 몫을 빼앗아가는 불평등한 구조를 함께 겨누는 것이다.

10월16~17일, 서울에서는 ‘아시아빈민대회’가 열린다. 대만·일본·필리핀·홍콩에서 온 빈민 당사자와 활동가들이 각 지역의 빈곤과 사회보장 현실을 살피고, 서로의 싸움과 승리, 남은 문제를 나눈다. 일본 수급자들의 승리는 한국의 사회보장에 어떤 질문을 던질까. 대만과 홍콩, 필리핀 도시 빈민의 싸움에서 우리는 어떤 권리를 발견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 이어온 쪽방 주민과 홈리스, 장애인, 노점상의 싸움은 이들에게 어떤 가능성을 열어줄까.

자본은 이미 오래전 국경을 넘었고 불평등과 위기도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빈곤에 맞선 싸움만 각자의 국경 안에 머물 이유도 없다. 가난한 사람을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빈곤을 만들어내는 세계를 함께 바꾸기 위해 만난다. 서로가 서로의 가능성이 되는 것. 아시아의 빈민들이 서울에서 만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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