וואלהסעודיה: הופעלה התרעה מוקדמת בשארוורהESPN DeportesPuebla castigó al Necaxa en el añadido y se llevó la victoriaESPNMLB-best Brewers clinch playoff berth after 20-0 routThe Jerusalem PostNYC Mayor Mamdani shares Rosh Hashanah message with Jewish communityPunchNCAA fines RwandAir N15mColliderKeanu Reeves' Bonkers 79% RT Fantasy Finds Redemption on StreamingLa TerceraLady Gaga se convierte en madre por primera vez junto a su novio Michael PolanskyHet Laatste NieuwsIrak ontslaat commandant na droneaanval op Saoedi-Arabië - Volledige westkust van Jemen in handen van Houthi’sNew Straits TimesShelton powers past Tiafoe to book US Open title clash with ZverevLenta.ruТакер Карлсон назвал способ отказаться от доллараEl ComercioJuntos por el Perú, Obras y Ahora Nación solicitan nuevo pedido de facultades legislativasThe Sydney Morning Herald‘One tough kid’: Boy, 15, found after days clinging to capsized boat in frigid water off Alaska
The Daily Newsstand · Free, Always
Saturday, September 12, 2026

[이진송의 아니 근데] 삐걱거리고 덜컹대는 복수로 가는 길, 애도의 시작이었다

Translate
<경주기행> 속 박소담, 이연, 공효진(왼쪽부터).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경주기행> 속 박소담, 이연, 공효진(왼쪽부터).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복수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을 매혹하는 소재다. 문명화와 법치 질서의 수립 이후 죄의 무게는 공권력이 결정하지만, 자본과 권력에 휘둘리는 사법 체계는 신뢰받지 못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 돈이 있으면 죄가 없고 돈이 없으면 죄가 있다는 공분은 법 바깥에서 개인이 응징하는 사적 제재 서사의 인기에 기름을 끼얹는다. <모범택시>(SBS), 비질란테(디즈니+), <더 글로리>(넷플릭스), <살인자o난감>(넷플릭스), <베테랑2>(2024) 의 인기는 물론, 올해만 해도 영화 <하얀 차를 탄 여자>, (사적 제재의 욕망을 국가기관의 권위에 의탁한) 드라마 <참교육>(넷플릭스), <김부장>(SBS)등이 공개됐다. 약자가 힘을 갖는 전도된 상황, 복수를 기획하고 실현하는 긴장감, 악인을 무너뜨리는 쾌감, 가상적으로나마 정의가 구현되었다는 만족감, 그 과정에 따르는 폭력과 자극이 오락적 재미를 보장한다. 사적 제재와 복수극은 기본적으로 ‘폭주하는’ 장르다. 그런데 이 공식을 비틀며 독특한 질감을 형성한다는 평가를 받는 영화가 툭, 등장했다. 매끄럽게 질주하기보다 덜컹거리는 이야기. 8월 26일 개봉한 김미조 감독의 <경주기행>은 복수에 꼬인 매듭을 더듬는 영화다.

공개 직후 화려한 캐스팅과 흥미로운 설정으로 주목받은 <경주기행>의 공식 소개는 다음과 같다. “엄마 ‘옥실’(이정은)과 세 딸 ‘장주’(공효진), ‘영주’(박소담), ‘동주’(이연)는 8년 전 수학여행을 떠난 이후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 막내 ‘경주’의 생일을 맞아 단체 티셔츠까지 맞춰 입고 경주로 가족여행을 떠난다. 얼핏 단란하고 화목한 가족여행처럼 보이지만, 봉고차 트렁크에는 낯선 한 남자가 실려 있는데… 여행은 알리바이, 목적은 복수! 확실하게 계획한 대로 죽이는 가족여행이 시작된다!” 막내 경주를 죽인 살인범 백상현(변요한)이 낮은 형량의 처벌을 받자, 아버지는 절망하여 자살했다. 한꺼번에 가족을 둘이나 잃은 옥실은 백상현의 선처를 호소했다. 그리고 그가 감형된 8년을 사는 동안 준비한 복수를 시작하는 참이다. 제목 <경주기행>은 다의적 의미를 띤다. 첫 번째, ‘여행한다’라는 의미인 기행은 알리바이가 목적이다. 이들은 요금소 통과 시간을 기록하고, CCTV의 위치를 의식하며 돌아다니고, 날짜가 찍히는 일회용 필름 카메라를 써서 사진을 찍는다. 백상현이 죽은 채 발견될 때 용의선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이다. 대포폰을 쓰고, 위치 추적을 피하는 기술도 쓴다. 이 모든 것은 가족의 두뇌, 둘째 영주가 설계했다. 마취 주사를 맞은 채 기절해 있는 백상현은 옥실의 친구 필례(남권아)가 두 아들과 함께 능숙하게 납치해서 넘겨줬다. 어쩜 복수를 하려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다 수상하고 비범한 능력이 있는 주변 사람이 있는지. 차에 들어온 날벌레 하나 잡지 못해서 소란을 벌이는 사람들이긴 하지만, 여기까지는 순조롭고 익숙한 복수극의 전개 같다.

영화 <경주기행>에서 네 모녀가 도망치려는 살인범 백상현을 붙잡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경주기행>에서 네 모녀가 도망치려는 살인범 백상현을 붙잡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런데 예측하지 못한 일이 연달아 터지면서 여행이었던 기행은 기행(奇行)이 된다. 12시간짜리여야 할 마취제가 3시간짜리로 잘못 전달되면서 중간에 깨어난 백상현이 탈출을 시도한다. 비닐에 둘둘 감긴 채로 펄쩍펄쩍 뛰어서. 날벌레 때보다 더 당황스러운 상황, 네 가족은 코미디와 스릴러 사이를 오가며 좌충우돌한다. 프로레슬러 출신의 동주가 활약하여 어찌어찌 잡아넣었는데, 숙소에 도착하니 무슨 심보인지 영주가 부른 불청객까지 따라온다. 첫째 장주의 남편과 아이다. 간신히 두 사람에게는 비밀로 하고 백상현을 창고에 숨겨놨는데 설상가상, 결박이 어느 틈에 풀어져 있다. 백상현은 새벽에 혼자 자신을 처리하러 온 옥실을 공격하고, 산의 어둠을 틈타 달아나 버린다. 처음에 마취에서 깬 백상현이 비닐에 얼굴이 덮인 채 “경주 가족이시죠? 제가 잘못했습니다.”라고 울먹거릴 때는, <경주기행>이 혹시 ‘제멋대로 참회해 버린 가해자와 윤리적 딜레마’에 대한 이야기일까? 생각했다. 하지만 백상현이 ‘경주의 가족들이 선처한 이유는 자기들이 직접 나를 죽이려는 속셈이다’라는 확신에 사로잡혀, 교도소에서부터 출소 직후까지 옥실네를 해치려고 별러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영화는 다시 스릴러의 골격을 세운다.

<경주기행>의 이야기가 삐걱거리는 이유는 등장인물들이 복수라는 단일한 하나의 목표를 향해 일사불란하게 달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의기투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을 뒤집어보면, 이 여행에서 네 사람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은 따로 있다. 그것들은 서로 충돌하거나 겉돈다. 그래서 복수 외의 주변부를 건드리는 네 사람의 행동은 장르 문법에서 ‘기이하고 특이한 행동’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왜 영주는 복수에 방해가 되는 사람들을 불러들였는가? 누가 백성현의 결박을 몰래 풀었는가? 동주는 왜 철딱서니 없이 사람 죽이러 온 여행에서 휴게소 간식 따위를 사 먹으러 가는가? 옥실은 왜 범죄의 증거가 될 수 있는 낡은 봉고차 버리기를 거부하는가? 동시에 그것은 복수극에 연루된 사람들 또한 복잡한 삶의 층위와 다른 욕망을 품은 개인이라는 점을 간과한, 복수극을 가능하게 하는 합의에 대한 도전이다. 지극히 현실적인 복수의 무게, 사람을 죽이는 행위의 어려움을 가늠하고 개개인에게 복수가 어떤 의미인지, 그래서 이 여행에 참여한 목적이 무엇인지 톺아본다.

옥실은 나머지 가족을 잃고 싶지 않다는 불안에 사로잡혀, 자다가도 자식들의 수를 센다. 그렇게 세 딸을 자신과 동일시한 나머지, 자신이 원하는 복수극에 딸들을 끌어들인다. 당연하게도 세 딸은 옥실이 아니고, 서로도 아니다. ‘K-장녀’인 장주는 언제나 옥실의 편이었기에, ‘동주랑 나는 한이 많아.’라고 말하며 사랑받고 싶은 마음을 감춘 영주는 사랑받고 싶어서, 막내 경주가 수학여행을 경주로 가도록 설득했던 동주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경주기행에 동참한다. 하지만 사실은, 누군가는, 복수하고 싶지 않다. 경주를 사랑하지 않거나 엄마의 고통을 이해 못 해서가 아니다. 서로의 결핍이 다르고, 과거의 고통과 비극 이후에도 이어지는 삶, 복수 이외의 자기 몫이 있기 때문이다. 내내 엄마의 편이었던 장주가 처음으로 자신의 감정을 쏟아내며 맞설 때, 옥실은 놀라며 읊조린다. “나는 네가 나인 줄 알았어.” 복수만큼 가슴을 후벼파는, 가족 사이의 역학 관계 그중에서도 모녀 관계를 관통하는 대사다. 영화 바깥의 정보를 조금 더하자면 김미조 감독은 실제로 네 자매인데, 첫째부터 막내까지 각자가 기억하는 엄마의 모습이 다른 점이 인상 깊었다고 밝혔다. 노개런티로 출연한 변요한은 개봉 후 SNS에 “네 모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움직이는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것 자체에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영화 <경주기행>의 네 모녀, 엄마 옥실(이정은)과 첫째 장주(공효진), 둘째 영주(박소담), 셋째 동주(이연)가 경주 불국사에서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한 가족 사진을 찍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경주기행>의 네 모녀, 엄마 옥실(이정은)과 첫째 장주(공효진), 둘째 영주(박소담), 셋째 동주(이연)가 경주 불국사에서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한 가족 사진을 찍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부딪치고 들러붙고 밀어내고 끌어당기는 관계 속에는 가해자를 향해 쏟아져야 할 신속한 철퇴도, 복수를 행하는 이들의 고민 없는 손속도, 단일한 협동도 없다. 복수의 서사는 매끄럽지 못하고 꼬인다. 고통과 회한 속에서도 실제로 복수에 성공하는 사람이 드문 이유이다. 그러면서도 영화는, 털털거리면서도 달리는 노란 봉고차처럼 나아간다. 엄마를 지키기 위해 딸들은 달리고, 딸들의 속내를 확인한 옥실은 누구도 대신하거나 함께 할 수 없는 자신의 몫을 직면한다. 그리고 그 자신조차, 백상현을 앞에 두고 사실은 너를 용서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고 고백한다. <더 글로리>에서 동은의 독백처럼, 복수의 맛이 마냥 통쾌하고 후련한 것은 아니다. 복수란 결국 복수를 행하는 사람의 자기파괴를 필연적으로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그렇기에 옥실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다. 그 치열하고 처절한 순간을 구현하는 이정은의 얼굴은 아주 힘이 세다.

<경주기행>에서 ‘경주’는 여행지이자, 막내딸 경주의 이름이다. 경주라는 지역으로 간다는 의미 외에도, ‘경주’라는 사람에게 간다는 의미까지 포함한다. 사건 이후로부터 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가슴에 불덩이를’ 안고 사는 옥실과 가족들에게 필요한 애도의 여정 말이다. 동주는 경주에 왔더니 사방이 경주라며, 간판을 읽으며 투덜댄다. 옥실은 자꾸 꿈을 꾼다. 경주가 여행을 떠나던 날의 아침이다. 그날은 아쉬운 것투성이다. 생각보다 빨리 집에서 출발한 경주를 제대로 배웅하지 못한 마지막 순간이, 도저히 경주와 작별하지 못하는 옥실의 마음을 보여준다. 영화의 마지막에 옥실의 꿈은 조금 바뀐다. 짧게나마 더 경주를 쓰다듬고 이야기할 시간이 생긴다. 경주는 손을 흔들며 떠난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옥실은 그 애를 붙잡을 수 없다. 산 자는 우두커니 서서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다. 이 장면은 누군가를 불시에 떠나보낸 사람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재생되는 어떤 날과 포개어질 것이다.

View the original on 경향신문

KioskNews shows a cleaned-up reading view extracted from the publisher’s page — the original always lives on their site, not 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