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의 뒷그늘, 소부장 기업선 노조탄압…“엄벌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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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에스케이(SK)하이닉스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 등 반도체 호황을 누리는 동안 정작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 노동자들은 단체교섭 회피와 노동조합 탄압, 건강권 침해 등 기본적인 노동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전국금속노동조합과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대기업과 자본에 특혜를 주는 동안 반도체 소부장 기업 및 하청 노동자에게는 탄압이 이뤄지고 있다”며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과 부당노동행위 엄벌을 촉구했다. 아울러 서남권(호남) 메가프로젝트와 같은 산업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노동자의 건강권과 휴식권 보장 등을 위해 현장 노동자의 목소리를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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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반도체 부품을 만드는 리노공업에선 노동부 중재로 진행한 특별교섭 내용까지 회사가 뒤집고 사실상 백지화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승하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리노공업지회장은 “지난 7월부터 두 달 넘게 총파업을 벌이는 동안 노동부 부산북부지청의 중재로 회사와 네 차례 밤샘 특별교섭을 진행했고 일부 조항에 대해선 서명까지 진행했다”며 “그런데 합의 직전 회사가 인사 관련 조항에 대한 기존 입장을 번복해 교섭이 무산됐다”고 말했다.
리노공업은 창립 이후 48년간 무노조 경영을 이어온 사업장으로, 지난 3월 노동자들이 노동환경과 처우 개선을 위해 처음 노조를 설립한 뒤 단체교섭을 요구해왔다. 김 지회장은 국회와 노동부에 “특별교섭 무산 경위와 회사의 입장 번복 과정을 면밀히 확인하고 책임있게 단체교섭에 임하도록 역할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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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아산시 반도체 부품 공장 하나머티리얼즈도 주요 교섭 회피 사례로 지목됐다. 금속노조는 “회사가 임금·단체협약의 핵심 사항을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쟁의행위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며 “특별근로감독 실시, 국정감사 소환, 부당노동행위 엄벌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산업 성장에 가려진 반도체 하청 노동자의 고용불안과 열악한 노동환경 증언도 이어졌다. 경기 안성시 반도체 부품 제조기업 티씨케이의 이정곤 지회장은 3조 2교대로 연중 공장을 가동하는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강제 휴직과 불합리한 전환배치, 일방적인 성과급 결정 등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이 지회장은 “반도체 생산현장은 365일, 24시간 가동되고 이 때문에 노동자들은 교대근무와 불규칙한 생활 리듬을 감내해야 한다”며 “개별 사업장의 문제를 넘어 산업정책 차원에서 노동자가 얼마나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지, 충분히 쉬고 지속 가능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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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광주특별시에 있는 반도체 후공정 업체 앰코코리아에서는 보안을 이유로 노동자의 알 권리와 노조 활동이 제약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수옥 지회장은 “산재 위험을 증명하려 사진을 찍었다가 징계를 받는 일이 벌어진다. 이러한 보안조치가 노동청의 근로감독마저 무력화한다”고 지적했다. 최소한의 안전조처도 이뤄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 지회장은 “화재가 나도 관리자 대피 명령 전까지 기계 앞을 떠날 수 없고 임신한 여성 노동자는 최소한의 보호장구도 없이 엑스레이 검수 업무에 배치된다”며 “노조가 유해물질 자료를 4년 동안 요구해도 회사는 주지 않고, 단체협약에 보장된 작업환경측정 참여와 결과 공개도 모두 거부당한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는 정부가 메가특구특별법의 노동 특례 등 기업 지원과 규제 완화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노동권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금속노조는 “반도체 산업이라고 특별하게 치외법권일 수 없다”며 “인간과 노동의 존엄을 강화하는 반도체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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