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바페가 말아 올린 ‘세우타 셔츠’…스페인 축구 뒤흔든 이민 논쟁
시위대가 지난 20일 스페인 세우타에서 모로코발 대규모 이주민 유입에 항의하며 ‘SOS, 침략당한 세우타’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모로코 국경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스페인령 세우타를 둘러싼 대규모 이민 사태가 축구계까지 번졌다. 킬리안 음바페와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등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이 세우타 연대 문구가 적힌 셔츠를 말아 올린 행동을 계기로 선수와 구단, 팬 사이에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논란은 지난 15일 엘체와 레알 마드리드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경기를 앞두고 시작됐다. 양 팀 선수들은 ‘우리 모두 세우타 사람들이다’는 의미의 ‘Todos somos caballas’ 문구가 적힌 흰색 셔츠를 입고 그라운드에 나섰다. 세우타 주민들을 지지하기 위한 캠페인이었다.
음바페와 비니시우스, 이브라히마 코나테는 셔츠를 입기는 했지만 문구가 보이지 않도록 옷을 가슴까지 말아 올렸다. 이후 이들의 행동을 놓고 세우타에 대한 연대 표시를 거부한 것 아니냐는 비판과 개인에게 정치·사회적 메시지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맞섰다. 레알 마드리드는 선수 개개인의 의사 표현의 자유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음바페는 세우타 주민들을 외면하려는 뜻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민 과정에서 고통을 겪거나 목숨을 잃은 사람들도 생각해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하며 특정 집단의 고통만 우선하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바르셀로나는 앞서 레반테와의 경기를 앞두고 아예 이 셔츠를 입지 않기로 했다.
논란은 지난 20일 마드리드 더비까지 이어졌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홈구장 메트로폴리타노 남쪽 관중석에는 경기 시작 13분 만에 ‘세우타는 스페인이다. 말아 올리지도, 가리지도 않는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등장했다. 음바페 등이 셔츠를 말아 올린 행동을 직접 겨냥한 표현이었다. 음바페와 비니시우스는 선발 명단이 발표될 때 관중의 야유도 받았다.
사태의 배경에는 지난 7월 말 세우타에서 발생한 대규모 이민 유입이 있다. 스페인 내무부 집계에 따르면 7월30~31일 이틀 동안 모로코에서 세우타로 비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넘어온 사람은 약 7만2000명에 달했다. 대부분 다시 모로코로 돌아갔지만 9월에도 수천 명이 세우타에 남아 숙박시설이나 거리에서 생활하면서 인도주의적 문제가 이어졌다.
킬리안 음바페(오른쪽)와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가 지난 15일 스페인 엘체의 마누엘 마르티네스 발레로 경기장에서 열린 엘체와의 2026-2027 프리메라리가 경기를 앞두고 세우타 주민 연대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말아 올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세우타 연대 캠페인은 지난 11일 스페인의 비영리 경제인 단체인 발렌시아기업인협회(AVE)가 시작했다. 단체 측은 이민자 유입으로 어려움을 겪는 세우타 주민과 기업을 지원하고 스페인의 ‘영토적·사회적 결속’을 강조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축구계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하비에르 테바스 라리가 회장은 이번 캠페인을 정치적인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의 행동을 비판했다. 반면 스페인프로축구선수협회(AFE)의 다비드 아간소 회장은 선수들에게 셔츠를 입히기에 앞서 캠페인의 취지와 의미를 충분히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모로코 국가대표 압데 에잘줄리는 레알 베티스 경기에서 해당 셔츠를 입었다가 모로코 일부 팬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는 세우타 주민들을 돕기 위한 사회적 연대였을 뿐 모로코를 겨냥한 정치적 행동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세우타를 연고로 하는 AD 세우타의 루하이 하미도 회장은 선수 개개인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누구에게도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대의에 동참하도록 강요할 수 없다”면서도 스페인 축구계의 관심이 위기를 겪는 세우타에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우타 위치. 위키피디아
세우타는 북아프리카 지중해 연안, 지브롤터해협 입구에 있는 도시로 1415년 포르투갈이 점령했고 17세기 후반 스페인 영토로 확정돼 현재는 스페인의 자치도시다. 모로코는 1956년 독립 이후 세우타와 멜리야를 자국 영토로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스페인은 두 도시의 주권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며 자국의 불가분 영토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세우타는 아프리카 대륙에 있으면서 스페인·유럽연합(EU)에 속해 있어 유럽과 아프리카가 육상 국경을 맞대는 곳이라는 전략적 의미가 크다. 때문에 스페인-모로코 영토 갈등뿐 아니라 아프리카 이주민의 유럽 진입 문제까지 집중되는 상징적인 지역이기도 하다.
KioskNews shows a cleaned-up reading view extracted from the publisher’s page — the original always lives on their site, not 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