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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25, 2026

[단독] 성추행에도 “직접 항의하라”···피해 요양보호사 유급휴가제도, 있어도 못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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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6월 30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가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 참가자가 ‘돌봄은 국가 책임’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한수빈 기자

요양보호사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6월 30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가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 참가자가 ‘돌봄은 국가 책임’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한수빈 기자

방문요양보호사 A씨는 일을 시작한 직후부터 자신이 돌보는 수급자에게 “뽀뽀하자”거나 특정 신체 부위를 “좀 만져보자”는 말을 들었다. 출퇴근 인사를 할 때면 안아달라고 했고, 지나가며 몸을 툭툭 치는 일도 잦았다. 그러다 결국 성추행까지 당했다. A씨가 놀라 소리를 치며 항의했지만, 수급자는 “그럴 수도 있지 않냐”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보호자에게도 항의했지만 돌아온 말은 “아버지는 점잖으신 분이라 그랬을 리 없다. 헛소리하지 말라”는 핀잔이었다. A씨는 소속 기관에 몇 번이고 상황을 알리며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기관 역시 “수급자에게 직접 단호하게 항의하라. 기관이 해줄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답했다. A씨는 “성추행까지 당하고 거짓말한다는 의심까지 사니 더는 이 일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B씨는 오전 7시 수급자 집으로 출근했다. B씨가 돌보는 수급자는 아들과 함께 사는데 아들은 잠에서 깨면 속옷 차림으로 집 안을 돌아다녔다. B씨가 일하는 동안만이라도 옷을 입어달라고 부탁하자 “내 집에서 내가 어떻게 입든 무슨 상관이냐. 옷차림까지 간섭하는 건 월권 아니냐”는 항의가 돌아왔다.

이는 전국요양보호사협회가 진행한 피해 상담 사례다. 정부는 이러한 피해를 겪는 요양보호사에게 고충상담을 지원하고, 소속 기관이 업무전환이나 휴가 부여 등 보호조치를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보호조치가 제 역할을 못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희롱 피해 요양보호사의 휴식과 회복을 돕는 유급휴가비 지원사업이 대표적이다.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성희롱 피해 요양보호사 유급휴가비 지원은 단 5건(총 138만3750원)에 그쳤다. 이 사업은 2024년 인천·경기에서 시작해 지난해 서울까지 확대됐다. 지난해에는 하루 5만5350원씩 최대 닷새간 27만6750원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올해는 대전·강원·충북·제주를 추가해 사업지역을 7개 시·도로 넓혔다. 지원액도 하루 5만7020원씩 최대 닷새간 28만5100원으로 올랐다.

[단독] 성추행에도 “직접 항의하라”···피해 요양보호사 유급휴가제도, 있어도 못 쓴다

문제는 피해가 지원으로 잘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 유급휴가비는 약 70명을 지원할 수 있는 규모로 설계됐지만 실제 집행은 7% 수준에 그쳤다. 성희롱 피해가 적어서가 아니다. 지난해 장기요양요원지원센터 상담 현황을 보면, 시범사업 지역인 서울·인천·경기 센터에 접수된 성희롱 상담만 시설 종사자 등을 포함해 46건이었다. 기호운 전국요양보호사협회 기획위원은 “드러나지 않은 성희롱 피해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며 “현장에서는 제도를 모르는 분들이 많고, 신청 절차가 복잡해 피해자가 지원을 받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현행 제도상 성희롱 피해자가 지원을 받으려면 먼저 장기요양요원지원센터에서 상담을 받아야 한다. 피해자가 상담 내용을 소속 기관에 알리는 데 동의하면 공단이 기관에 피해 사실을 통보한다. 기관은 사실을 확인하고 피해자에게 유급휴가를 줄지 정한다. 휴가 부여와 비용 신청 모두 소속 기관을 거쳐야 하는 구조다. A씨처럼 기관에 외면당한 피해자는 지원을 받기 어렵다. 피해 뒤 일을 그만두면 이마저도 받을 수 없다.

[단독] 성추행에도 “직접 항의하라”···피해 요양보호사 유급휴가제도, 있어도 못 쓴다

게다가 휴가비는 피해자가 가해 수급자에 대한 돌봄을 최대 닷새 멈추는 동안 임금을 보전해 줄 뿐이다. 휴가가 끝나면 같은 수급자에게 다시 가야 할 수도 있다. 담당 요양보호사를 바꿔도 가해 수급자는 계속 돌봄을 받는다. 이 경우 다른 요양보호사가 두 번째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기 위원은 “일부 기관은 피해자에게 참고 일하라고 하거나 오히려 요양보호사가 잘못한 것처럼 대응하기도 한다”며 “요양보호사들은 자기가 잘못했다고 여기거나 낙인이 찍힐까 봐 피해를 잘 털어놓지 못한다”고 말했다.

공단은 지원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 “시범사업으로 인한 지역적 한계, 성희롱 피해에 대한 성인지 감수성 부족, 성희롱 피해 사실 노출에 대한 심리적 부담 등으로 신청이 저조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피해자가 노출을 꺼린다고 설명하면서도, 정작 소속 기관에 상담 내용을 알려야 지원받을 수 있는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다.

남 의원은 “요양보호사들이 돌봄 현장에서 폭언·폭행·성희롱 등 부당한 대우에 노출되어 있지만,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유급휴가비 지원제도조차 불이익을 우려해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요양보호사를 함부로 대해도 되는 존재로 여기는 잘못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수급자와 가족에 대한 교육, 요양보호사 괴롭힘 금지 등을 담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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