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병도 없던 분이 심장마비 돌연사”…수십년 쌓인 ‘이것’ 때문입니다

직장인 이모 씨(42)는 최근 건강검진에서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별다른 지병도 없고 평소 혈압이나 혈당 수치도 정상 범위였지만, 심장 벽이 다소 두꺼워져 있다는 진단을 받은 것이다.
원인은 다름 아닌 만성 스트레스와 피로였다. 특별한 통증이나 증상이 없어 방치했던 스트레스가 수년에 걸쳐 심장 구조를 조용히 변형시키고 있었던 셈이다.
일상에서 받는 만성 스트레스가 몸속에 ‘숨겨진 염증’을 만들고, 이 염증이 아무런 증상 없이 심장 구조를 바꿔 심장마비나 뇌졸중 위험을 극적으로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1일(현지 시각) 영국 의학연구협회(MRC) 의학연구소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연구진이 성인 약 48만 명의 데이터를 추적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만성 염증 수치가 높은 그룹(상위 20%)은 염증 수치가 낮은 그룹에 비해 심장마비 및 뇌졸중 발생 위험이 무려 43%나 높았다.
더 놀라운 점은 당장 심장 질환 증상이 없더라도 만성 염증이 지속된 사람들은 심장 벽이 두꺼워지고 내부 공간이 줄어드는 등 신체적 변형(리모델링)이 일어났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변화는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십수 년에 걸쳐 조용히 누적된 뒤 심부전이나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이어진다.
연구를 이끈 데클런 오리건 교수는 “수백만 명의 현대인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심장을 천천히 파괴하는 ‘숨겨진 염증’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며 “만성 스트레스와 불안, 사회경제적 압박이 심장에 신체적 흔적을 남기는 생물학적 통로가 바로 염증”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몸속 염증을 일으키는 주범은 무엇일까. 연구진은 흡연이나 비만 같은 전형적인 요인 외에도 만성적인 심리적 스트레스, 수면 부족, 외로움, 그리고 사회경제적 환경이 염증 단백질 수치를 지속적으로 높인다는 점을 확인했다.
면역 체계는 외부 공격에 대응하는 인체의 방어 시스템이다. 하지만 일상적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면역 체계가 꺼지지 않고 ‘저강도 활성화’ 상태를 유지한다. 이 상태가 수개월, 수년간 이어지면 혈관과 심장 세포를 지속적으로 자극해 구조적 손상을 입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유전적 요인이나 환경적 스트레스를 당장 바꿀 수는 없더라도, 일상 속 작은 습관 변화로 몸속 염증 스위치를 끌 수 있다고 조언한다.
첫째, ‘수면과 휴식’의 질 개선이다. 하루 7시간 미만의 수면이나 불규칙한 수면 패턴은 몸속 염증 지표인 사이토카인(Cytokine)을 급증시킨다. 주말 몰아자기보다는 규칙적인 수면 시간을 유지해야 한다.
둘째, 식단에서 항염증 식품 비중 늘리기다. 정제당, 가공육, 튀긴 음식은 염증을 유발하는 대표적 식품이다. 대신 오메가-3가 풍부한 등푸른생선, 올리브유, 견과류, 그리고 항산화 물질이 많은 녹색 채소와 베리류의섭취를 늘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
셋째, 주 150분 이상의 유산소 운동이다. 중강도의 빠른 걷기나 수영 등은 혈액순환을 돕고 혈중 염증 지표를 즉각적으로 낮추는 효과가 있다.
심장 질환은 더 이상 노년층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요즘 따라 자도 자도 피곤하다거나 스트레스 때문에 가슴이 답답하다면, 이는 심장이 보내는 마지막 조용한 경고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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