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익·유해균 닥치는 대로 죽이는 대신··· 미생물 균형 유지하는 염증 치료 신소재 개발
입속 등에서 유익균과 유해균의 균형이 깨지면 만성 염증을 비롯해 다양한 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 게티이미지
입속 염증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유해균의 증식은 막아내면서 유익균을 보호해 미생물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도록 돕는 생체재료가 개발됐다.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최성환(교정과학교실)·차재국(치주과학교실)·만갈 웃커시(구강생물학교실) 교수, 연세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 홍진기 교수,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기계공학과 조반니 트라베르소 교수, 성균관대학교 식품생명공학과 최우진 교수 공동연구팀은 인체의 점막을 본떠 유해균 군집 형성을 억제하는 생체재료를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에 게재됐다.
입안을 비롯해 피부, 장 등에 서식하는 수많은 미생물은 서로 균형을 이루면 인체 건강 유지에 도움을 주지만, 특정 유해균이 지나치게 늘어나 균형이 깨지면 만성 염증을 비롯한 다양한 질환을 부를 수 있다. 이런 미생물 불균형을 해결하려 항균·살균 물질을 사용할 경우 유해균뿐 아니라 인체에 필요한 공생 미생물까지 함께 죽이는 한계가 있다. 연구진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미생물과 가장 많이 맞닿아 있으면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미생물 생태계를 유지하는 ‘점막’에 주목했다. 점막이 액체와 고체의 성질을 동시에 가진 독특한 표면 환경을 형성한다는 점에 주목해 해당 특성을 모사한 생체재료를 개발한 것이다.
이 연구에서 새롭게 개발한 소재는 유해균이 서로 달라붙어 ‘균막(바이오필름)’이라는 단단한 덩어리를 만들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균막을 형성한 세균은 외부 공격에 강해지고 주변 조직에 지속적인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데, 연구진은 점막과 비슷하게 ‘양쪽성 이온’의 연결망을 형성해 세균들의 군집 형성을 차단했다. 양쪽성 이온은 양전하와 음전하를 동시에 띠는 분자 구조 덕분에 물을 잘 끌어당겨 오염을 방지하는 특성이 있다.
이 소재는 유해균이 한데 뭉치는 것을 막을 뿐 강한 살균 작용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유익균도 사멸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유익·유해균을 가리지 않고 제거하는 대신 유해균이 우세해지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해 미생물 생태계가 건강한 균형을 되찾도록 한 것이다.
연구진이 개발한 생체재료를 동물의 감염성 상처 부위에 적용해 효과를 확인한 결과, 해당 부위에서는 급·만성 염증 반응이 크게 감소했다. 또한 미생물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유해균은 감소했고 병원성 독성 물질 생성과 관련된 유전자 발현도 크게 억제됐다. 반대로 유익한 공생 미생물은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최성환 교수는 “이번 소재가 향후 구강질환 치료용 패치나 치과용 임플란트 표면 코팅 등 다양한 의료기기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나아가 미생물 불균형이 질환 발생에 관여하는 장과 피부의 질환 등 만성 염증성 질환의 치료 소재로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재국 교수는 “이번 연구는 유해균을 무차별적으로 제거하는 기존 살균 방식에서 벗어나 인체가 본래 갖고 있는 점막의 환경을 공학적으로 구현해 미생물 생태계의 균형을 회복시키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 것”이라며 “향후 다양한 만성 염증성 질환에 활용할 수 있는 안전한 치료 소재로 더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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