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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18, 2026

[시선]외국인분들이 좋아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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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무소속 너나없이 많은 정치인의 상식 밖 행동으로 유권자의 삶은 계엄이 끝난 뒤에도 뒤숭숭하다. 올해 한글날을 지나며 모처럼 정치의 자장에서 벗어나,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발명된 한글과 우리말에 대해 평소 나누고 싶었던 얘기를 하려 한다.

매년 한글날이면 방송에서는 외국어 남용 문제를 짚곤 하지만, 여전히 많은 프로그램에서는 ‘만렙’ ‘OMG’ ‘바이브’ 등의 낯선 표현들이 드물지 않다. 그런데 너무 익숙해져 문제인지조차 모르게 된 우리말 ‘경어(敬語) 오남용’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한 방송사의 시청자위원회에 참여하며 이 문제를 지적하는데도 시정되지 않는 걸 보면, 제작진이 출연자의 이미 굳어진 언어습관을 고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듯하다.

방송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직원분, 고객분, 외국인분, 가수분, 변호사분, 선배분 등의 표현이 학생들의 말과 글에도 심심치 않게 쓰이는 것을 보며, 세대가 내려갈수록 한자(漢字) 교육이 약해졌기에 생기는 문제인가 했다. 사람을 뜻하는 원(員), 객(客), 인(人), 수(手), 사(士), 배(輩) 등의 의미를 모르니, 그 뒤에 사람을 의미하는 불완전명사 ‘분’을 또 넣어 ‘예의 바르게’ 경어를 쓰려고 하는 것 같아서다. 이 착각이 게스트분, 클라이언트분, 셀럽분, 팬분, 카운슬러분, 아미분 등처럼 영어 단어까지 이어져 유무선 매체 안에서, 그리고 그것을 통해 우리말 경어 표현 원칙이 무너져 가는 것 같다.

그렇다면 한자 교육을 충분히 받은 중장년 정치인의 국민분, 시민분, 유권자분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또한 시사방송에 토론자로 출연한 중장년의 그들이 유권자가 뽑은 대통령과 그의 배우자, 혹은 동료 정치인을 언급하며 바로 그 유권자인 시청·청취자에게 “대통령님께서는” “여사님께” “국회의원분이” “말씀하셔서”와 같은 경어를 당연한 듯 쓰는 것은 어찌 봐야 할까. ‘국민분’으로 부르며 유권자를 떠받드는 척하는 정치인도 경멸스럽지만, 유권자에게 권력자를 깍듯한 경어로 언급하는 정치인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그들을 떠올리기에, 그곳의 권위주의로 이곳을 물들일까 염려한다.

듣는 사람이 누구든 상관없이, 영어에까지 ‘분’을 붙이면 경어가 된다고 여기는 이들이 유무선 매체에 자주 등장하며 현대국어에 느슨하게 존재하는 압존법(壓尊法: 말 속 인물에 대한 경어 사용을 듣는 사람에 따라 자제하는 원칙)을 흔드는 데 기여하는 건 아닐까. 얼마 전 시사방송에서 전화로 연결한 범행 현장 목격자의 인터뷰는 이런 추측에 힘을 보탰다. 목격자는 진행자에게 “렌터카 직원분을 찌르신 것 같더라고요”라며 피의자의 범행을 묘사하는 방식은 다만 그 개인의 잘못된 어법이 아니라, 우리말 경어법 훼손이 꽤 보편적임을 보여준다.

언어는 생각을 담는 그릇이라고 했다. 올해 한글날에는 한국 사회 구성원들의 생각이 권위주의로 회귀하고 있지 않다면, 도대체 어떤 방향으로 흐르고 있기에 이렇게나 경어가 오남용되는지 생각해봤다. 한글을 사용하는 모두가 매해 10월9일이 오기 전에 꾸준히 관심 갖고 우리말의 유연한 압존법을 회복해야 하지 않을까. 더 늦기 전에 우리말 전문가들이 도움을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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