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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September 17, 2026

권력의 경제학 멱살잡이, 뿌리친 시장 [아침햇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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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백악관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 의장에게 귓속말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백악관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 의장에게 귓속말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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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달 보름 남은 중간선거에 악재일 게 분명한 금리 인상을 저지하려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연준이 정치적 압력을 막아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이미 오른 시장금리를 뒤따라간 데 가깝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5.0%를 뚫고 올라 19년 만의 최고치를 찍은 뒤였다. 연준이 금리를 동결했다면 물가와 싸우겠다는 의지와 독립성을 시장이 의심했을 것이고, 그 대가는 더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지난 30여년간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은 경제이론과 시장이 가장 합리적으로 작동하는 영역이었다. 중앙은행들은 물가·성장·고용을 두고 금융시장과 소통하며 금리 수준을 정해왔고, 이런 결정이 정치에서 독립된 것으로 보이도록 하는 데 실패하지 않았다.

하지만 패권의 규범이 무너지는 시대, 협량한 권력은 합리성의 난간을 붙들고 서 있는 경제학을 거칠게 흔든다. 트럼프는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금리 동결도 아닌 ‘인하'를 압박해왔는데, 그 근거가 ‘아무 말 대잔치’ 수준이다. 그는 “미국 경제가 너무 강하기 때문에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금리를 적용받아야 한다”고 했다. 국민 경제 전반에 시차를 두고 효과를 내는 통화정책을, 개인이나 기업이 은행에서 신용대출 받는 것처럼 말한 것이다. 폴 크루그먼은 “경제가 강하다는 것은 금리를 올려야 하는 요인이지 낮춰야 하는 이유는 될 수 없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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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뿐 아니라 제이디 밴스 부통령,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도 비슷한 주장을 한다. 트럼프 진영이 1기 때부터 이런 ‘틀린’ 주장을 계속해온 점은 의도를 짐작게 한다. 탈진실 시대의 특징은 말의 ‘진실값'이 흐려지는 것이다. 철학자 해리 프랭크퍼트는 ‘개소리에 대하여’란 책에서 거짓말은 말하는 사람이 적어도 참·거짓에 대한 인식은 있지만, ‘개소리'(bullshit)는 진위에 관계없이 자신의 목적을 위해 아무렇게나 내뱉는 말이라고 했다. 트럼프의 금리 인하 주장은 ‘경제학적 개소리'라 할 수 있다.

대통령의 허튼소리는 통화정책에 그치지 않는다. “경제가 역대 최고”라는 이유를 이번엔 재정을 풀어 선심 쓰는 데 갖다 붙였다.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을 유지하면 관세 수입을 바탕으로 성인 1인당 5천달러(약 690만원)를 ‘트럼프 배당금'으로 지급하겠다고 한다. 1조2천억달러에 이르는 재원 마련도 어림없지만, 통화는 완화하고 재정에서 대규모로 현금을 살포하면, 물가가 어디까지 뛸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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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에 대해서도 트럼프는 “미국 소비자는 한푼도 안 낸다. 중국이 우리에게 수십억달러를 내고 있다”고 반복해서 주장한다. 하지만 관세는 미국인에게 대부분 전가된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올 2월 “트럼프 집권 8개월간 관세 비용의 94%가 미국 기업과 소비자에게 전가됐다”는 보고서를 냈다. 트럼프는 이달 초 “금리를 안 내리면 무역 적자국과 교역을 중단하겠다”고 트루스소셜에 썼다. 통화정책과 무역 적자가 어떻게 연관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물론 없다. 무역을 제로섬 게임으로 보고, 자신들의 무역수지 적자와 자본수지 흑자가 동전의 양면임을 외면하는 식견이다.

권력으로 이론을 찍어누르려 한 지도자는 트럼프만이 아니다. 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금리를 올리면 오히려 물가가 오른다”는 비주류 이론을 신봉했다. 중앙은행을 압박해 금리를 내리게 했는데 물가가 연 85% 넘게 치솟았다. 견디지 못한 그는 2023년 9월 기준금리를 20년 만의 최고치인 30%까지 끌어올렸다. 나중에 생각을 바꾸긴 했으나 국민이 혹독한 대가를 치른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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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가 세계를 지배하던 시절, 경제학은 모든 학문의 왕으로 군림했다. 워싱턴 컨센서스는 전세계 정부에 재정건전성과 자유무역, 규제 완화라는 문법을 처방전으로 내렸고, 그 처방을 거스르면 시장과 국채금리, 신용평가사가 응징한다는 걸 각국 정부는 경험으로 배웠다. 경제학은 그렇게 물리법칙 행세를 했다.

지금은 미국의 최고 권력자가 그 촘촘한 이론적, 실천적 틀을 스스로 허무는 상황이다. 물론 아직은 버티고 있다. 연준과 채권시장은 트럼프의 ‘경제학적 개소리'에 논쟁이 아니라 가격으로 응답했다. 대통령이 임명한 의장마저 채권시장을 거스를 수 없었다. 하지만 트로이성을 무너뜨린 건 목마라는 변칙 공격. 허무맹랑한 주장의 파상공세에 마침내 경제학이 함락됐을 때, “불편한 설명(이론)이나마 있던 때가 나았다”는 말이 나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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