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유엔 연설서 ‘적국조항’ 삭제 요구···중·일 갈등 속 재부상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2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유엔헌장 내 ‘적국조항’ 삭제를 요구했다. 이 조항은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자위대 개입’ 발언에 반발한 중국이 일본에 대한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거론하며 근거로 제시한 조항이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연설에서 “제정 81주년을 맞은 유엔헌장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적국조항을 조속히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적국조항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독일 등 패전국이 침략 정책을 재개하는 데 대비해 안보리 승인 없이 군사적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강제 조치 요건 등을 규정한 유엔헌장 제53조와 제107조 등을 지칭한다.
일본은 적국조항이 사실상 사문화됐다고 주장해왔다. 유엔총회는 1995년 적국조항이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규정하고 이를 삭제하기 위한 헌장 개정 절차를 추진하기로 했다. 2005년 적국조항을 유엔헌장에서 삭제하기로 다시 한번 결의했지만, 실제 헌장 개정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적국조항은 최근 중·일 갈등 과정에서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해 11월 대만 유사시 일본이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하자, 중국은 적국조항에 근거해 일본에 대한 군사적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2005년 유엔총회 결의안을 언급하며 “해당 결의에 따라 (적국조항) 관련 조항은 삭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지난 70년간 유엔의 활동에 크게 이바지해왔다는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이 같은 입장을 강하게 강조하고자 한다”고 했다.
안보리 개혁도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거론하며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 등 5개 상임이사국과 비상임이사국의 수를 모두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일한 전쟁 피폭국으로서 일본이 ‘핵무기 없는 세계’를 위한 노력을 주도해야 한다며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유지·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협력에 따른 핵·미사일 기술 확산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와 관련해서는 “대화와 구체적인 행동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재차 제안했다.
이밖에 핵심 광물 등의 공급 중단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 협력을 제안하고, 고성능 인공지능(AI)의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AI 서밋’을 일본에서 조기에 개최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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