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틸법 시행 넉 달…저탄소 철강, 기준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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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철강사들이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탄소감축에 나섰지만, 정부는 어떤 제품을 ‘저탄소철강’으로 인정할지 기준을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 고로 중심의 포스코는 대형 전기로를 지었고, 현대제철은 고로·전기로 쇳물을 섞어 탄소저감 자동차강판 생산에 들어갔다. 전기로 업체 동국제강은 기존 전기로의 전력 사용량을 줄이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포스코는 지난 6월 약 6천억원을 들여 광양에 석탄을 쓰는 고로보다 탄소배출이 적은 대형 전기로를 준공했다. 석탄 대신 수소를 활용하는 ‘하이렉스’(HyREX) 기술도 개발 중이다. 앞서 지난해부터는 철스크랩(고철) 사용을 늘린 탄소저감 강재를 판매해왔다. 현대제철은 지난 2월 당진제철소에서 고로·전기로 쇳물을 섞어 자사 기존 고로 강판보다 탄소배출량을 20% 이상 줄인 자동차강판 양산을 시작했다. 동국제강은 고철 예열·투입 방식을 개선해 전력 사용량을 줄이는 ‘하이퍼 전기로’ 기술을 개발 중이며, 2028년 상업 적용을 목표로 한다.
문제는 이러한 업계의 노력을 평가할 저탄소철강 제품 인증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지난 6월 시행된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K-스틸법)의 시행령은 생산방법과 온실가스 배출량·감축량 등을 고려해 산업통상부 장관이 인증기준을 고시하도록 했다. 정부는 같은 달 저탄소철강기술·협력모델 선정과 특구 지정 절차에 관한 고시 세 건을 마련했지만, 정작 제품 인증기준은 법 시행 넉 달이 지나도록 내놓지 않은 상태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전문가·업계 의견을 수렴하며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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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사들이 이 인증기준에 민감한 것은 생산공정과 탄소감축 방식이 달라 유불리가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쟁점은 제품 1톤당 탄소배출량인 ‘탄소집약도’와 기존 생산방식 대비 ‘감축률’ 중 무엇을 중시하느냐다. 탄소집약도 중심이면 일반적으로 전기로 제품이, 감축률 중심이면 고로에서 배출을 줄인 제품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실제 배출량 감축에 기여하는 정도를 고려할 때 기존 대비 감축률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철강업체 관계자는 “지원 기준이 감축 폭 위주로 짜이면 원래 배출이 적은 전기로 업체는 감축 여력도 작다는 이유로 오히려 불리해지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생산공정별 특성을 고려한 균형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인증기준 마련이 늦어지면 철강사들의 후속 투자·기술 개발도 더뎌질 수 있다. 생산한 강재의 탄소감축 성과가 어떻게 인정받을지, 향후 저탄소철강에 대한 국내생산세액공제 등이 도입될 경우 지원 대상에 포함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지난달 7일 발표한 한국형 녹색대전환 전략에서 내년 저탄소철강 인증제도 시행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세부 기준 마련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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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성 기후솔루션 철강팀 연구원은 인증기준 고시 등 후속 정책이 “철강산업이 어떤 방향과 속도로 저탄소 공정 전환을 추진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물리적 감축 원칙을 명시하고, 상용화 단계를 포함한 저탄소 전환의 단계별 지원 방향과 연계 구조를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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