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진단 초기 중증도 높거나 빠르게 악화했다면···췌장암 발생 위험 높아
당뇨병 진단 당시 환자의 상태와 악화 속도를 바탕으로 췌장암 발병 위험을 분석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게티이미지
췌장암은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도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 탓에 생존율이 낮아 조기 발견이 특히 중요한 암으로 꼽힌다. 당뇨병 진단을 받았을 때 중증도가 높거나 악화 속도가 빠르면 췌장암 위험 또한 높게 나타나므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정문재 교수와 내분비내과 이민영 교수,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장성인 교수, 연구지원부 유민희 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의 연구를 국제학술지 ‘거트(Gut)’에 발표했다고 22일 밝혔다. 연구진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해 2005~2019년 새롭게 제2형 당뇨병을 진단받은 40세 이상 성인 11만6064명과 비당뇨병 대조군 28만6599명 등 총 40만2663명을 최대 15년간 추적했다.
췌장암은 환자 중 80~90%가 진단 당시 수술이 어려울 정도로 암이 악화된 상태에서 발견되며, 수술이 가능한 환자도 이후 5년 생존율이 약 20%에 그칠 정도로 치명적인 암이다. 이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기 전 위험도가 높은 환자를 선별해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생존율 향상을 위한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췌장암의 대표적인 조기 신호 중 하나로 당뇨병이 꼽히는데, 췌장암 환자 중 절반가량은 당뇨병이 동반되며 그중 상당수는 암 진단에 앞서 고혈당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더 구체적으로 당뇨병 진단 당시 중증도나 이후 악화 속도가 췌장암 위험도와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에선 신규 당뇨병 환자를 진단 당시 위중한 정도에 따라 약물을 사용하지 않은 무투약군(8만1644명), 먹는 치료제를 쓴 경구혈당강하제군(2만7876명), 인슐린 주사군(6544명)으로 나눠 분석했다. 그 결과, 췌장암 발생 위험은 진단 당시 당뇨병의 치료 강도가 높을수록 증가했다. 비당뇨병 대조군과 비교해 무투약군의 췌장암 발생 위험은 3.01배, 경구혈당강하제군은 4.32배, 인슐린 주사군은 5.6배 높게 나타났다. 이 같은 경향은 당뇨병 발병 후 3년 이내 췌장암 진단을 받은 경우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 무투약군 4.75배, 경구혈당강하제군 9.44배, 인슐린 주사군 10.73배로 분석됐다.
또한 당뇨병을 진단받은 후 6개월 동안 병세가 악화돼 치료 강도를 높인 정도에 따라 췌장암 발생 위험 역시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분석해보니, 같은 수준의 치료로 시작했더라도 약물을 추가나 인슐린 주사를 맞는 등 치료 강도가 높아진 환자의 췌장암 위험이 높게 나타났다. 당뇨병 진단 당시에는 약제를 사용하지 않았으나 6개월 이내 당뇨병 약물 치료를 새롭게 시작한 환자의 췌장암 위험은 비당뇨병 대조군 대비 6.50배 높았다. 이는 진단 초기부터 먹는 약을 사용했지만 이후 치료 강도가 상승하지 않은 환자의 위험도(3.67배)보다 높았다. 특히 먹는 약으로 치료를 받다 6개월 이내 인슐린 주사 치료가 필요해진 환자는 비당뇨병 대조군에 비해 췌장암 발생 위험이 26.54배까지 상승했다.
연구진은 당뇨병을 처음 진단받을 때부터 상태가 위중하거나 빠른 속도로 악화되면 췌장암 위험에 대비할 필요가 있지만, 전체 당뇨병 환자 중 췌장암이 발생하는 비율이 높은 것은 아니므로 과도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정문재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신규 발생 당뇨병의 초기 중증도와 단기간의 진행 양상을 췌장암 조기 발견 전략에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면서 “다만 신규 당뇨병 환자에서 췌장암의 절대 발생 위험은 1~2% 미만으로 낮아, 임상 양상과 위험예측모형·생체표지자를 결합한 정밀 감시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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