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부족은 구조적 변화, 공급 부족은 전 정부 책임···국토장관·LH사장의 ‘반쪽짜리’ 진단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국정감사에서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현 부동산 시장에 대해 정부 정책 책임론을 부정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지만 실제 시장 현황과는 다소 동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홍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전세 물량 감소 원인으로 민간 임대사업자 규제, 실거주 요건 강화 등을 꼽은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규제 지역이나 토지거래허가 구역은 서울과 일부 경기도에 국한돼 있는데 문제는 그런 규제가 없는 지방에서도 전월세 매물이 감소하고 있고 월세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전세 매물 감소세에 정책 영향은 크지 않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지난 8월 발표된 세제개편안엔 민감 임대사업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등 혜택 축소가 담겼고, 지난해 10월부터 서울 전역과 경기 남부에선 주택 취득 직후 실거주 의무를 부여하는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 중이다.
하지만 지방의 월세화는 정책 영향을 부인할 근거가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만큼 전세 부족 현상이 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를 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서울과 경기는 각각 105.5에서 124로, 100.9에서 106.1로 늘어났다. 전세수급지수가 100을 넘으면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 공급 부족 상태임을 뜻한다. 반면 다른 광역시는 수도권으로 분류되는 인천(104→110.3)을 제외하면 낮아지거나 100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홍 장관은 지난 21일 엑스에 쓴 글에선 “2020년대 초반부터 전세 계약은 줄고 월세 계약은 늘어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전세의 월세화는 최근에 갑자기 생긴 현상이라기보다, 1인 가구 증가와 전세사기의 여파 등에 따른 임대차 시장의 구조적 변화”라고 했다. 정부 정책보다 1인 가구 증가 등 사회적 배경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선 1인 가구 수요와 거리가 있는 ‘국민평형’ 85㎡(전용면적) 아파트에서도 올해 들어 월세화가 가속화됐다.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을 통해 2022년부터 올해까지 1~9월 아파트 월세 거래 비중을 분석한 결과, 85㎡ 초과 102㎡ 이하는 2022년 38.3%에서 2025년 35.1%까지 떨어졌다가 올해 41.1%로 뛰었다.
60㎡ 초과 85㎡ 이하 역시 2022년 42.3%에서 2025년 34.9%로 줄었다가 올해 44.8%로 커졌다. 20·30평대 아파트가 모두 올해 월세 거래 비중이 갑자기 크게 늘어난 것이다.
1인 가구가 많이 찾는 60㎡ 이하에서도 2022년 49.4%에서 2025년 53.6%로 3년동안 천천히 상승하다 올해 60.7%로 가파르게 월세 비중이 높아졌다. 올해 갑자기 월세화가 빨라진 것은 현 정부 정책의 영향이 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의 아파트 매물을 유도하는 정부 정책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한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과거와 달리 현재는 시장에 공급될 수 있는 전세 매물 자체가 부족하기도 하지만, 기존 전세 매물의 월세 전환 움직임도 큰 편”이라며 “세제개편안에 따라 비거주 주택자, 임대사업자, 다주택자의 매도 물량이 꾸준히 나오면서 시장에 임차가 가능한 물량은 더욱 감소할 수 있다”고 했다.
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윤석열 정부 기간인 2022~2024년 수도권 착공 물량이 줄어든 것을 두고 “집값 폭등의 시한폭탄을 설치한 것과 같다”며 사실상 지난 정부에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연 평균 착공량을 보면 2022~2024년 약 15만8000가구로, 2019~2021년 약 28만6000가구에 한참 못 미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해는 16만7000가구, 올해는 10월 둘째주까지 9만9000가구로 현 정부가 들어선 후에도 회복은 여전히 더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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