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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October 17, 2026

[위근우의 리플레이]‘계약결혼’, ‘나솔’ 유니버스라는 쇼가 멈추지 않고 계속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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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계약결혼>에서는 <나는 SOLO> 출연자들이 등장해 계약서를 쓰고 결혼을 체험한다. 유튜브 캡처

예능 <계약결혼>에서는 <나는 SOLO> 출연자들이 등장해 계약서를 쓰고 결혼을 체험한다. 유튜브 캡처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그래서 연애도 계속되어야 한다. 지난 9월28일부터 KBS Joy와 MBC every1 채널을 통해 방영 중인 <계약결혼>, 그리고 이런저런 방식으로 다른 방송과 연예기사를 통해 계속해서 반복 및 확장되는 ENA <나는 SOLO>(나솔) 세계관을 보며 드는 생각이다. 2022년 스핀오프인 <나는 SOLO, 그 후 사랑은 계속된다>(나솔사계)를 통해 일종의 패자부활전을 시도했던 이 세계는 2025년 리얼리티 여행 예능 콘셉트인 <지지고 볶는 여행>으로 이어졌으며, 이번 <계약결혼>에 이르렀다. 현재 싱글인 기존 출연자들이 계약결혼 형태로 동거하며 벌어지는 일을 중계하는 <계약결혼>엔 16기 상철과 28기 영숙, 32기 영수와 <나솔사계> 13기 국화가 가상 결혼 생활을 한다. 직접적인 스핀오프만으로 이 세계가 확장하는 건 아니다. 최근 <나솔> 22기 현숙과 16기 광수는 JTBC <연애전쟁>에 제목 그대로 전쟁을 벌이는 연인으로 재등장했으며, 28기에서 최종 커플로 맺어졌던 영자와 영철 역시 tvN STORY <이호선 상담소>에 출연해 결혼 후 경험하는 갈등을 고백했다. 결은 많이 다르지만 28기 최종 커플이었던 28기 광수와 정희는 MBC <구해줘! 홈즈>와 SBS <미운 우리 새끼> 등에 함께 출연하며 정다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쯤 되면 <나솔> 유니버스라 해도 될 듯하다.

인기 프로그램 종영 후 스핀오프를 통해 시청률과 화제성을 연장하는 건 낯선 일이 아니다. 트로트 오디션의 흥행 이후 각 프로그램들은 다양한 스핀오프로 인기 출연자를 활용했다. 오디션의 시즌이 거듭될수록 출연자가 겹치면서 이젠 뭐가 어느 프로그램의 스핀오프인지도 알기 어려울 정도로 뒤섞인 트로트 유니버스가 만들어졌다. 이 세계에선 매일 잔치가 벌어지는 중이다. <나솔> 유니버스도 비슷하다. 이 세계에선 매일 연애가 벌어지는 중이다. 좀 더 정확히는 연애라는 맥락을 유지하는 중이다. <나솔사계> 제목처럼 사랑이 계속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유니버스의 일원이기 위해선 만남과 연애와 갈등과 헤어짐과 다시 만남의 굴레에 들어가야 한다. 즉 이 세계에서 연애라는 개념과 분리된 온전한 솔로의 자리는 없다. 헤어졌거나 만남을 기다리는 것뿐이다. <나솔> 스핀오프가 아니어도 현실 커플인 28기 영자와 영철, 광수와 정희, 22기 현숙과 16기 광수는 타 프로그램에 등장할 수 있었고, 우연이지만 그들 모두 근래 헤어졌다는 소식을 알렸다. 그들의 갈등처럼 결별도 모두 기사화되었고 어느 정도 화제도 됐다. 연애의 주체에서 헤어짐의 주체로, 그리고 다시 기다림의 주체로. 연애의 바깥은 없다. <나솔>이라는 쇼가 끝난 이후에도 스핀오프나 그 바깥에서 연애 리얼리티쇼는 계속되는 중이다. 여전히 몇 기 영수, 영철, 영자의 이름으로.

대한민국이 연애에 미친 사회인 걸까. 그보단 평범한 아무개의 삶을 엔터테인먼트로 소비하기 위해서, 또한 그런 아무개가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로서 자신의 삶을 전시하기 위해서 연애라는 명분이 필요하다는 게 더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애초에 <나솔>이 성공할 수 있던 건, 연애 앞에 비루해지는 군상극을 통해 출연자의 내밀한 본심을 투명하게 관찰하고 있다는 환상(illusion)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시청자는 놀이공원 사파리의 관람객이 되어 안전한 자리에서 동물의 왕국을 구경한다. 이 왕국은 욕망하고 갈등하는 주체들을 통해 사파리로서의 진정성을 얻는다. 그래서 연애가 필요하다. 욕망을 통해 연애가 이뤄지기 때문이 아니다. 그 반대다. 연애라는 이성애적 규범의 각본을 수행할 때만 출연자의 일거수일투족은 욕망하는 주체로 재해석된다. 순정파, 깍쟁이, 팔불출, 통제광, 욕정남, 그리고 빌런. <나솔> 유니버스를 구성하는 캐릭터들은 연애 각본에 참여하는 방식으로서만 대중에게 전시되고 소비되는 엔터테인먼트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이성애 규범의 각본이 이번 <계약결혼>에 이르러 제목 그대로 계약결혼의 방식으로 재현되는 건 그래서 필연적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계약결혼은 출연자들이 실제 결혼에 이르기 전 서로를 천천히 알아보고 판단할 안전한 거리를 위한 안전망이 아니라, 결혼 각본을 통해 그들의 욕망과 결핍을 더 적나라하게 드러내기 위한 장치다. 16기 상철과 28기 영숙이 섭외된 건 그 둘이 서로와 결혼하고 싶지만 아직 서로를 잘 몰라서가 아니라 그냥 여전히 솔로이면서 여전히 이성과의 만남을 갈망하는 주체로 제시되기 때문이다. 그들의 갈망과 결핍이 얼마나 진심일지 인터뷰만으로는 알 수 없고 증명될 수도 없다. 단지 <나솔>보다 더 통제되고 부조리한 연애 각본을 기꺼이 수행하느냐는 것으로서만 진정성이 증명될 수 있다. 그들이 미국 상철의 집에서 가상의 결혼 생활을 앞두고 서명하는 계약서는 서로에 대한 계약도, 제작진과의 계약도 아니다. 시청자와의 계약이다. 식사는 하루 한 끼 이상 함께 하고, 같은 방에서 자고, 결혼 생활 중 남편과 아내의 의무를 다한다는 시청자와의 서약. 최소한 이런 계약 사항은 영숙이 상철이 사는 미국까지 날아오기 전엔 알려줘야 하지 않느냐, 둘 사이의 계약이니 서로의 협의로 사항을 조절해야 하지 않느냐는 당연한 질문은 MC들을 통해 제기되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 이 계약은 결혼을 안전하게 체험하기 위한 안전망이 아니라, 앞으로 벌어질 수많은 부조리한 결혼 각본 혹은 연애 각본을 정당화하기 위한 구속이므로. 기대대로 3회 만에 상철은 음주로 반쯤 인사불성 상태가 되었고, 영숙은 그를 챙겨준 뒤 진저리를 친다. 이 모든 건 TV와 넷플릭스를 통해 중계되며 연예매체를 통해 기사화된다. 이것이 <나솔> 유니버스의 일원이 되는 방식이자 이 세계가 유지되는 방식이다.

프로그램은 이런저런 갈등 상황을 통해 마치 결혼의 명암을 리얼하게 보여주는 척하지만, 애초에 서로를 선택하거나 조율할 최소한의 과정도 없이 둘을 한 집에 몰아넣고선 이것이 진짜 결혼의 모습이라 말하는 건 기만이다. 하지만 그 기만을 폭로하는 건 별 의미도 효과도 없다. 당장 ‘막연한 결혼에 대한 환상과 현실을 미리 경험하는 리얼 웨딩 프로젝트’라는 <계약결혼> 소개 문구를 진심으로 믿는 이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시청자들 역시 이게 기만인 걸 안다. 문제는 그 기만에 기꺼이 속음으로써 <나솔> 유니버스가 완성된다는 것이다. 이제 리얼리티쇼는 시청자가 진짜라고 믿게 만드는 사기술을 통해 리얼리티를 제공하지 않는다. 이제 진짜라는 환상은 한쪽의 속임수가 아니라, 그 환상을 진짜로 가정하자는 대중과의 합의 혹은 거래를 통해 유지된다. 중요한 건 사파리에서 얼마나 리얼한 야생의 풍경이 벌어지느냐가 아니라, 대중이 원하는 각본으로서의 야생이 펼쳐지는 것이다. 안전한 자리에서 구경하고 평가하고 혀를 차고 욕할 수 있는 그 쾌감을 유지하고 정당화하기 위해 우리 눈앞 야생의 스펙터클은 진실이어야 한다. 그러니 다시, 쇼는 계속되어야 하고 연애도 계속되어야 한다. 연애에 미친 세상이라서가 아니라 쇼에 미친 세상이기에. TV 안에서든 밖에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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