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외교부, ‘캄보디아 취업 사기’ 여행경보 상향 건의 묵살”
캄보디아 내 한국 국민에 대한 취업사기·납치 등 강력 범죄가 장기간 이어졌는데도 외교부가 여행경보 상향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적기에 시행하지 않았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은 외교부가 위험을 인지하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은 배경에 업무 해태와 부서 간 혼선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재외공관 재외국민 보호 등 운영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 결과 외교부는 2023년 12월 재외공관과 민간업체 자료 등을 통해 캄보디아에서 한국 국민 대상 취업사기·감금 피해 등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을 인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캄보디아 대사관이 2024년 4월과 7월 특별여행주의보(2.5단계)로 여행경보를 높일 것을 건의했지만 외교부 본부는 “취업사기 사건은 특별여행주의보 요건에 맞지 않는다” “공관이 여행경보 조정 양식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2024년 8월 언론에서 캄보디아 취업사기 사태를 보도하고 나서야 외교부는 여행경보 상향을 추진했다.
감사원은 외교부 내 부서 간 혼선도 여행경보 조정이 지연된 이유라고 밝혔다. 2025년 4월 외교부 내 A부서에서는 여행경보 상향을 추진했지만 B부서에서는 “캄보디아 전역에 대해 상향하는 것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냈다. A부서는 B부서가 여행경보 상향 자체에 반대한 것으로 이해해 이를 추진하지 않았다. 계속 미뤄지던 여행경보 상향은 대학생 사망 사건 보도가 나온 2025년 9월에야 이뤄졌다.
외교부가 조치를 취하지 않는 동안 한국인 감금·납치·폭행 등 피해는 2023년 17명, 2024년 220명, 지난해에는 504명으로 증가했다. 감사원은 “캄보디아 취업사기 피해가 발생한 지 약 2년이 지난 후에야 여행경보를 상향해 피해를 예방할 기회를 놓쳤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2024년 9월 이후 외교부가 재외국민보호대책본부를 가동했어야 하지만 관련 회의도 열지 않았다고 했다. 외교부는 ‘취업사기는 국가위기·해외위난 사항이 아니다’라고 판단하고 회의를 열지 않았다.
감사원은 외교부에 여행경보 상향 등을 적기에 추진하지 않은 직원 3명을 경징계 처분하라고 통보했다. 이미 퇴직한 당시 주캄보디아 대사에 대해선 외교부에 비위 내용을 전달해 재취업 등을 위한 인사 자료로 활용하도록 했다.
감사원은 최근 3년간 재외공관 건의에 따른 여행경보 수시 조정 사례 54건을 분석한 결과 15~30일 걸린 사례가 7건, 30일 이상 걸린 사례가 9건에 달하는 등 여행경보 조정에 상당 기간이 소요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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