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안 할 거면 나가”···숙소 찾아가 이주노동자에 소화기 뿌린 선주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등 노동·인권단체 관계자들이 22일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흥 어선 선주의 이주노동자 대상 소화기 분사 사건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고용허가제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제공
전남광주시 고흥의 한 어선 선주가 숙소에 있던 이주노동자들을 향해 분말소화기를 뿌려 논란이 되고 있다. 고흥군은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22일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등에 따르면 베트남 국적 이주노동자 2명은 최근 고흥의 한 숙소에서 고용주인 선주 A씨에게 폭행당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이들은 공개한 2분50초 분량의 영상에는 A씨가 “일 안 할 거면 나가”라고 소리치며 방안을 향해 소화기를 여러 차례 분사하는 모습이 담겼다. 숙소 내부는 순식간에 흰색 분말로 뒤덮였다.
노동자들은 소화기 분말이 눈과 입으로 들어가 시야가 흐려지고 호흡곤란과 구토 증세를 겪었다고 주장했다. 건강보험이 없어 병원비가 많이 나올 것을 우려해 응급실에도 가지 못하고 인공눈물로 버텼다고 밝혔다.
이들은 고용허가제를 통해 지난 7월14일 입국해 A씨의 어선에서 일해왔다. 근로계약서에는 문어 통발 작업을 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꽃게잡이용 그물을 손질하는 등 작업에도 투입됐다고 주장했다. 하루 평균 12시간 넘게 일했지만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했다.
사건은 지난 19일 조업 과정에서 발생했다. 노동자들은 폭염 속에서 장시간 일한 뒤 물을 마시며 잠시 쉬려고 하자 A씨가 폭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배를 외딴섬으로 몰아 노동자들에게 내리라고 요구했고, 이들이 응하지 않자 조업을 마친 뒤 숙소까지 찾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이들의 퇴거를 요구하며 방 안을 향해 소화기를 분사했다.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등 노동·인권단체는 이날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엄정한 수사와 피해 노동자들의 사업장 변경을 촉구했다.
단체들은 “이번 사건은 이주노동자의 취약한 처지를 악용한 명백한 인권 유린이자 구조적 폭력”이라며 피해 노동자들의 즉각적인 사업장 변경과 고용허가제 개선을 요구했다.
논란이 일자 고흥군은 입장문을 내고 유감을 표명했다. 관리 주체나 체류 자격과 관계없이 지역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를 근절하기 위한 종합대책도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오는 10월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 농어업 사업장을 전수 점검하고, 인권침해가 확인된 사업장에는 노동자 배치를 중단하기로 했다.
군 관계자는 “어떠한 이유로도 노동자의 기본적 인권과 안전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며 “노동자와 고용주 모두가 존중받는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데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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