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6년 전 청해부대 같은 ‘원거리 지원’ 구상…보복 위험 여전
정부 ‘파병 완전 회피 불가’ 기류
비전투·우회 지원 방식 택해도
이란, ‘적대행위’로 받아들일 듯
종전 후 외교·경제적 보복 우려
전문가 “단독 파병 결단 자제를”
“반대 여론 활용 타협안” 제안도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두고 비전투·우회 지원 방식을 검토하고 있지만 현재 중동 정세상 파병의 명분과 실리 모두 약한 상황에서 간접 지원 방식조차 위험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그럼에도 미국 정부가 연일 한국에 군 자산 투입을 요구하면서 파병이 불가피하다는 정부 내 분위기가 읽힌다.
7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과 관련해 비전투·우회 지원 방식을 검토 중이다. 2020년 1월 도널드 트럼프 1기 미국 행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요청할 당시 문재인 정부가 아덴만에 배치됐던 청해부대의 작전구역을 호르무즈 해협까지 넓혀 미국 주도의 국제 해양안보 구상을 간접 지원했던 방식과 유사하다. 전쟁 지역에 해상초계기나 폭발물처리반(EOD) 등을 직접 투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인근 혹은 원거리에서 우회 지원하는 방안이다.
당시 호르무즈 해협 일대는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 우려가 높았던 상황이었다. 양국 간 긴장이 호르무즈 해협 유조선 피격·나포 사건으로 이어지자 정부는 국민 보호, 선박 안전 항행 등을 명분으로 내걸고 우회 지원 방식의 작전 참여를 결정했다. 그때도 미국은 한국에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미군 휘하 연합군에 합류하지 않고 청해부대의 작전범위를 넓히는 독자 파견 형식을 취했다. 이를 통해 국회 파병 동의안 의결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줄이는 한편, 이란에는 교민·선박 보호 목적이라는 명분을 제시해 외교적 마찰을 최소화했다.
현재 상황은 6년 전과는 다르다. 이란이 이러한 우회 지원조차 ‘적대 행위’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이란이 미국 주도의 군사작전에 한국이 참여할 경우 중동 지역의 한국 자산이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는 상황에서, 비전투·우회 지원 방식을 취하더라도 한국 민간 유조선 등을 향한 직접 타격 위험이 커지고 종전 후 외교·경제적 보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03년 이라크전 때보다 파병 명분이 약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할 당시 각국은 안보 및 정치적 이해관계를 고려해 미국 주도 다국적군에 참여했고, 다국적군의 목표도 전후 재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에 비해 현재 중동 정세는 사실상 전시 상황으로 파병 장병의 위험도가 훨씬 더 높다. 더욱이 이번 사태는 미국의 선제 타격 성격이 짙어 국제적으로나 국내적으로 파병 명분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정부는 최근 호르무즈 해협 내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다시 격화하는 것을 두고 “상황이 유동적”이라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연일 미국 정부의 군 자산 투입 압박 발언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현시점에서는 파병을 완전히 피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도 읽힌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영국·프랑스가 주도하는 연합체 등 국제사회의 흐름에 발맞추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미국과 이란의 교전이 멈춰야 기뢰 제거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파병에 관한 여론이 부정적인 상황에서 정부는 반대 여론을 통해 실리를 추구하는 동력을 얻을 수 있다”며 “여론을 적극 활용해 미국과 현실적인 타협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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