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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4, 2026

[황규관의 전환의 상상력]유해진씨를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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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자(들)> 때문에 벌어진 배우 유해진씨에 대한 언어폭력 양상을 보면서 새삼 민주주의에 대한 위기감이 들었다. 사실 이런 언어폭력 사태는 한 사람의 삶이 파괴하기까지 한다는 점에서 테러에 가깝다고 할 수 있으며 우리는 그런 상황을 그동안 몇차례 겪어봤다. 영화 <암살자(들)>은 1974년 8월15일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의 석연치 않은 면들을 소재로 했다고 한다. 박정희나 전두환 시절에 있었던 사건을 토대로 만들어진 시대극이 그동안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특정 배우를 지목하며 언어 테러를 가하는 사례는 흔치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배우 유해진씨가 그간 유별난 정치적 견해를 밝히며 살았던 배우였나?

우리나라 정치인들, 특히 현재 야당 정치인들 중에서 유독 파괴적인 언어를 구사하는 이들이 몇 있는데 그들은 대부분 검사나 판사 출신들이다. 굳이 지목하자면, 한동훈, 주진우, 김태규, 나경원 의원 등이다. 우리는 법의 언어가 최대한 객관 사실적이고 엄정한 논리에 기반하고 있다는 상식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우리가 받은 교육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우리의 이런 상식이 주입된 허구에 지나지 않았다는 게 노골적으로 드러난 계기는 윤석열의 등장과 더불어서였다. 그런데 윤석열은 윤석열 혼자가 아니라 수많은 윤석열‘들’의 대표 선수였을 뿐이다. 그를 내란 혐의로 감옥에 보내놓고도 포스트 윤석열을 자처하는 이들을 목도하는 것은 그것의 생생한 방증이리라.

야당 정치인들의 노골적 언어폭력

문제는 이런 파괴적인 언어들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는 사실이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내정 때 벌어진 한동훈 의원의 입에 담지 못할 저급한 언어도 언론을 통해 광범하게 유포됐다. 우리는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렵지 않게 간파할 수 있고, 왜 그렇게 하는지 그 의도도 잘 알고 있다. 이것은 우리의 이성이 발휘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역량일 뿐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런 이성을 점점 마비시키는 쪽으로 진행됐고, 드디어 주진우 의원은 배우 유해진씨의 외모를 비하하며 ‘북한상’이라는 혐오 발언을 했다. 이는 유해진씨 개인과 어떻게든 함께 평화체제를 만들어야 할 상대인 북한에 대한 동시적 혐오다. 그러고는 표현의 자유를 들먹이지만 우리는 명석한 두뇌로 법관을 했다는 이들이 표현의 자유가 무엇인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하루이틀 겪은 것이 아니다.

고대 아테네가 민주주의를 본격적으로 꽃피우기 시작한 것은 3차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하고 난 뒤부터다. 3차 페르시아 전쟁에서 아테네는 아테네 시내를 비우고 모두 바다로 나가면서까지 전쟁을 치렀는데 그때 필요한 것이 바로 노잡이였다. 그 이전까지 아테네는 중무장이 가능한 정도의 재산이 있는 시민들이 주축인 육군 위주였지만 해군으로 ‘승부’를 보기 위해서는 배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노잡이가 절대 필요했고, 중무장할 재산이 없는 민중들이 주로 이 노잡이가 됐던 것이다. 전쟁을 승리로 끝내자 노잡이로 활약한 민중의 힘이 세진 것은 당연한 것이었으며 고대 아테네의 민주주의는 바로 이 시기, 기원전 480년 이후부터를 가리킨다. 한동훈 의원이 한때 ‘동료 시민들’ 운운하며 흉내를 냈던 페리클레스는 그 시기의 뛰어난 민주주의 지도자였다.

그런데 이 시절이 세계 예술사 혹은 지성사에서도 가장 빛나는 시기로 기록되고 있으니, 바로 고대 그리스 비극을 꽃피웠기 때문이다. 아이스킬로스부터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가 연달아 등장해 아직까지 영화, 연극, 문학 등에 큰 영향을 주는 작품을 썼다. 니체가 그 유명한 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의 대립, 통일로 정식화한 예술 양식, 그리스 비극이 이때 탄생한 것이다. 니체는 아테네 민주주의와 그리스 비극의 영향 관계를 부인했지만 그의 입장과는 상관없이 그리스 비극과 민주주의를 떼어놓기는 힘들다. 데모스(마을)별로 조직된 합창단의 존재와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는 그 명백한 증거일 것이다. 반대로 읽으면 시민의 참여가 그리스 비극이라는 탁월한 예술 양식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아테네의 정치와 경제는 그것을 적극 지원했다.

예술에 테러하는 민주주의는 없다

주진우 의원이 유해진씨를 향해 언어폭력을 가하자, 극우 단체인 신자유주의연대는 유해진씨 집 앞에서 집회를 하겠다고 반응했다. 이것 또한 명백한 테러다. 이런 사태는 현실의 정치적 상황과 깊이 연동돼 있으며, 윤석열 구속 이후 그의 분신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되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들의 기득권이라는 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 집안과도 관계가 있어 보이기까지 한다. 문화예술에 대한 소수 문벌(門閥)과 집단의 정치적 테러는 우리 민주주의의 수준과 방향을 가리키는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유해진씨를 지키는 일이다. 모든 인종적, 문화적 혐오와 맞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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