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압승’으로 끝난 홍해 전투…미국·사우디 ‘머뭇’, 예멘군 ‘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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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 입구를 둘러싼 예멘 정부군과 후티 반군과의 전투는 호각이라는 애초 예상을 깨고 일단 후티의 완승으로 끝났다. 확전을 원치 않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이 지원을 머뭇댄 데다, 예멘군이 여러 군벌로 나뉘어 지리멸렬한 결과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가 11일(현지시각) 공개한 예멘 내전 전황 지도를 보면, 후티 반군은 예멘 서부 홍해 연안의 최남단 도시 알아라디를 점령했다. 인근 해상의 마이윤섬과 홍해 안쪽의 하니쉬제도도 보트로 병력을 보내 장악했다. 정부군은 후티가 내륙 산악지역에서 해안 평지로 나오지 못하도록 바브엘만데브해협 북동쪽 고지대에서 저항했지만 이날까지 모두 밀렸다. 이로써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해협 등 예멘의 홍해 연안 전체가 후티 손에 떨어졌다.
정부군과 후티는 지난 7월 예멘군이 후티 거점 사나 국제공항을 공습한 뒤 휴전을 깨고 교전해왔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지상군을 동원한 전면전은 이달 1일께 시작됐다. 지상전 열흘여 만에 후티가 정부군을 압도하고 공세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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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전 초기만 해도 사우디의 공습 지원을 받는 정부군이 쉽게 밀리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많았다. 정부군이 올해 초 예멘 동부 기반 반군 남부과도위원회(STC)를 해산시키면서 후티 전선에 병력을 집중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 수출길이 막힌 사우디가 또다른 핵심 수로인 바브엘만데브해협을 잃지 않기 위해 예멘 정부를 전폭 지원할 거라는 예상도 나왔다.
이에 예멘군은 지난 8일까지만 해도 이번 작전의 목표가 해협 방어를 넘어, “2015년 1월부터 후티가 통제하는 예멘 수도 사나를 탈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나 동쪽 알자우프에서 자국군이 진격 중이라고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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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우디 지원은 예멘 정부 기대보다 소극적인 수준에 그쳤다. 르몽드는 예멘 당국자를 인용해, 타레크 살레 예멘 부통령이 최근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홍해 연안 모카가 함락 직전에 몰리자 사우디에 공중 폭격을 간청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는 이에 한번도 응하지 않았다. 다른 전선에서도 후티의 자국 영토 폭격에 대응해 보복 공습만 벌일 뿐 지상군은 보내지 않았다.

이를 두고 사우디가 이란의 대리세력인 후티와의 전면전을 부담스러워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사우디는 2014년부터 예멘 내전에서 정부군을 도왔다가 2022년 유엔 중재로 휴전이 성립되기까지 이미 인명·장비 손실을 겪었다. 후티가 이란 지원으로 자폭 드론과 탄도 미사일 전력을 강화한 지금은 민간인 피해도 불어날 수 있다. 여기에 미국이 예멘 방어를 외면하면서 사우디가 홀로 후티를 맞상대하기는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두차례 전화를 걸어 후티를 공격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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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사정을 잘 아는 예멘 고위 관료는 르몽드에 “사우디가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전쟁을 다시 시작할 의지가 있을지 우려된다. 이들은 이미 트럼프에 도움을 청했다가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예멘 정부군의 분열도 패배를 부채질했다. 예멘군은 예멘 국방부가 통제하는 정규군 외에도 정치 세력들의 연합체인 대통령지도위원회(PLC) 산하 ‘국가방패군’, 살레 부통령 주도의 ‘국민저항군’ 등 여러 세력으로 나뉘어 있다. 이들은 후티를 적대한다는 공통 목표만 공유할 뿐 지휘체계가 제각각이다. 예멘계 미국인인 중동 군사 전문가 무하마드 알바샤는 알자지라에 “후티 전투원들은 소규모 팀으로 여러 전선을 공격하면서 산악로·매복·드론을 활용해 (유리한 고지에 있던) 정부군 진지를 압도했다”며 “지휘통제 체계가 분열돼 있고, 사실상 8개의 군대가 영향력을 놓고 경쟁하는 예멘군은 후티를 이길 수 없다”고 짚었다.
다만 후티가 정부군을 추가로 몰아붙여 단기간에 예멘 정권을 전복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후티가 이번에 장악한 모카 등 해안지대와 섬은 공습으로부터 병력을 숨기기 어려워 오래 사수하기 어렵고, 평지를 따라 더 진격하는 데도 희생이 따른다는 얘기다. 알바샤는 “후티는 나라 전체를 장악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할 것”이라면서도 “어느 한쪽도 빠르게 무너지지는 않은 채 결국 양쪽이 협상에 나서는 ‘장기 분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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