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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October 30, 2026

극한 폭염·폭우 경험이 ‘녹색 지지’ 높여…‘저학력 남성’ 변화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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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영국 총선을 앞두고 기후·자연 보호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기후 투표 프로젝트’(Project Climate Vote)을 조직해 활동하고 있는 모습. 그린피스 누리집
2024년 영국 총선을 앞두고 기후·자연 보호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기후 투표 프로젝트’(Project Climate Vote)을 조직해 활동하고 있는 모습. 그린피스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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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인해 전지구적으로 폭염, 폭우, 산불 등이 잦아지면서, 이런 재해의 경험이 투표 행태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극단적인 기상현상을 경험한 사람들일수록 ‘기후변화 대응’을 약속하는 정당을 지지할 가능성이 크단 것이다. 실제 2020년 오스트레일리아의 대규모 산불 피해 지역에서, 또 2021년 독일의 홍수 피해 지역에서 각각 녹색당에 대한 지지율이 올랐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가 새로 나왔다. 비영리 연구기관 국제응용시스템분석연구소(IIASA) 연구진은 최근 극한 기상현상에 대한 개인적 경험이 유권자들의 투표 행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논문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논문은 유럽 25개국 15만여명의 10년치 데이터가 모인 유럽사회조사(2012~2022)를 바탕으로 했다.

연구진은 “이례적으로 높은 기온을 경험한 사람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감을 더 크게 느끼고, 그 영향에 대해 더 걱정하며, 총선에서 녹색당과, 녹색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려는 정당을 지지할 가능성이 더 크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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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지난 12개월간 극심한 고온 현상으로 최고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기후변화에 대해 우려할 확률, 기후변화에 대해 책임감을 느낄 확률, 녹색당 및 녹색 연합에 투표할 확률이 각각 4%포인트, 2.5%포인트, 2.8%포인트 증가했다.

이 고온 현상은 일일 평균 기온이 지난 10년 상위 95% 이상인 날이 최소 3일 연속 이어질 때를 말하는데, 이런 날이 하루 더 발생할 경우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는 7.3%포인트,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감은 3.2%포인트, 녹색당 및 녹색 연합에 투표는 5%포인트 올랐다. 이 결과에 대해 연구진은 “기후변화의 영향이 단지 인식을 높일 뿐 아니라 실제 정치적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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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022년 유럽 지역 녹색당 및 녹색 연합의 지역별 평균 득표율. 논문 갈무리
2012~2022년 유럽 지역 녹색당 및 녹색 연합의 지역별 평균 득표율. 논문 갈무리

특히 주목할 만한 대목은, 원래 ‘녹색 지지’ 성향이 강하지 않던 집단인 ‘저학력 남성’에서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극한 기상현상에 대한 경험이 ‘녹색 지지’ 투표로 이어지는 것은 대략 세 가지 경로로 가능하다. 첫째는 평소 투표하지 않을 사람이 ‘녹색 지지’ 투표를 하는 경우로, 이때는 투표율이 올라간다. 둘째는 원래 ‘녹색 지지’를 하는 사람이 더 투표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덜 투표하는 경우로, 이때 전체 투표율엔 변화가 없다. 셋째는 극한 기상현상이 없었다면 다른 정당에 투표했을 사람이 ‘녹색 지지’ 투표를 하는 경우로, 이 경우도 투표율에 변화가 없다.

그런데 분석 결과, 극한 기상현상이 투표율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고, 유권자 집단의 구성에도 큰 변화가 없었다. 이는 원래 다른 정당을 지지하던 사람들이 극한 기상현상 경험을 계기로 ‘녹색 지지’ 투표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 중심에 저학력 남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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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기상현상이 없을 경우, 저학력 남성은 저학력 여성, 고학력 남성, 고학력 여성에 견줘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감을 덜 느끼고, 덜 우려하고, 녹색 지지 투표 확률도 낮았다(책임감은 6.4%포인트·12%포인트·17.3%포인트, 우려 확률은 6.8%포인트·8.9%포인트·15.4%포인트, 녹색 지지 투표 확률은 1.1%포인트·4%포인트·6.8%포인트 낮았다). 그러나 극한 기상현상이 심화할수록 그 격차가 줄어들었다. 가장 극심한 고온 현상을 경험할 경우, 저학력 남성이 ‘녹색 지지’ 투표를 할 확률은 저학력 여성, 고학력 남성, 고학력 여성에 견줘 각각 1.1%포인트, 1.8%포인트, 6.2%포인트 낮은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교육 수준 및 성별에 따른 기후 변화에 대한 책임감, 기후 변화에 대한 우려, 녹색당 및 녹색 연합 투표 확률 예측치. 고온 현상의 정도(x)가 강할수록 확률(y)이 올라간다. 논문 갈무리
교육 수준 및 성별에 따른 기후 변화에 대한 책임감, 기후 변화에 대한 우려, 녹색당 및 녹색 연합 투표 확률 예측치. 고온 현상의 정도(x)가 강할수록 확률(y)이 올라간다. 논문 갈무리

다른 인구집단별 분석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원래 농촌보다 도시가 ‘녹색 지지’ 성향이 강하지만, 극한 기상현상을 경험할 경우 이 차이는 상당 부분 사라졌다. 고령층, 특히 고학력 남성일수록 극한 기상현상에 더 강하게 반응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연구진은 “개인적인 경험은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행동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하며, 특히 이전에는 기후 관련 문제에 덜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 사이에서 더욱 그렇다”고 짚었다.

반면 경제적으로 덜 풍족한 지역, 실업률이 높은 지역, 온실가스 배출 산업에 더 의존적인 지역에서는 극한 기상현상 경험이 정치적 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경제에 대한 우려가 환경에 대한 우려를 압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일부 계층의 경제적인 이해관계를 간과하는 기후 대응 정책은 반발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를 이끈 로만 호프만 연구원은 “탈탄소화 과정에서 지역 간, 지역 내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하면 기후 대응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더욱 줄어들 수 있다. 기후 대응 정책은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는 전환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지역, 즉 온실가스 배출 산업에 의존적이고 소득 수준이 낮은 지역을 지원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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