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남기지 않으려 한 수행자들 41명의 삶을 기록하다
생몰연대조차 정확히 남지 않은 금봉 스님, 상좌도 탑도 없이 사라진 혜수 스님. 세상에 이름을 드러내기보다 산중의 암자와 토굴에서 평생을 수행하며 살았던 수행자들의 삶을 찾아 기록한 책이다. 오랫동안 종교를 취재해 온 저자는 2007년 30명의 수행자를 담아 초판을 냈고 20년만에 11명의 수행자를 더해 모두 41명의 삶을 담아 개정증보판을 냈다.
고우, 도천, 서암, 연관, 오현, 청화, 현기 등 직접 만나 교유한 수행자들을 포함했고 박한영, 백학명, 삼성, 취봉 등 한국 근현대 불교사에서 충분히 조명받지 못했던 인물들도 새롭게 추가됐다.
저자가 관심을 두는 것은 이들이 어떤 깨달음을 얻었느냐만이 아니다. 그 깨달음을 어떻게 살아냈느냐를 오래 들여다본다. 그래서 거창한 법문보다 수행자의 일상과 삶의 태도를 보여주는 이야기가 많다. “일심으로 일하는 것이 바로 선(禪)이다”는 도천 스님, “진실한 삶보다 높은 도는 없다네”라는 취봉 스님의 말은 수행은 일상의 삶 속에 있음을 강조한다.
수행자 41명의 특별한 일화들도 새롭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찾아낸 과정도 흥미롭다. 저자는 전국의 외딴 암자와 토굴을 찾아 수행자들을 만났고 이미 입적한 수행자들의 삶을 복원하기 위해 제자와 도반, 공양주와 주변 사람들을 찾아 증언을 들었다. 초판 당시 스승들의 삶을 증언했던 이들 중 상당수가 지난 20년 사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당시 받아놓은 이야기는 다시 얻기 어려운 기록이 됐다.
화려한 자취를 남기기보다 묵묵히 자신의 방식으로 수행했던 사람들의 삶, 그리고 그들을 기억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이 책에 생명력을 더한다. 조현 지음 ㅣ 불광출판사 ㅣ 488쪽 ㅣ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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