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위 “국제법 수호자” 필라이에 평화상…트럼프·이스라엘에 경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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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위원회가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국제 법 질서의 수호자” 나바네템 나비 필라이(85)를 선정했다. 강대국들이 앞장서 국제법을 형해화하는 현실에 경종을 울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제 사법기관들에 제재를 가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와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을 벌여온 이스라엘에 대한 문제 제기의 뜻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9일(현지시각) 노르웨이 오슬로 노벨연구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필라이를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위원회는 필라이를 선정한 이유를 밝히며 ‘국제법’을 핵심 키워드로 삼았다. 위원회는 그를 “국제법 질서의 수호자”라고 부르며 “국제법을 통한 분쟁 해결의 중요성”을 “노벨평화상 수여 125년 역사를 관통하는 주요 주제”라고 설명했다.
필라이는 이날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국제법 포럼에 참석한 자리에서 노벨상 수상 소식을 접했다. 국제엠네스티 사무총장이 올린 영상에서 필라이는 100여명의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인권을 지지하는 친구들, 동료들과 함께하는 이 상황이 (평화상 수상을 접하기에) 적절한 듯하다”며 “이게 농담이 아니길 바란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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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는 선정 이유에서 “전쟁과 분쟁의 수가 증가하고 국제법의 법관들과 기구들이 정치적 공격을 받고 있는 지금, 노벨위원회는 무력이나 폭력 없이 분쟁을 해결하는 능력이 국제적 법치주의에 달려 있음을 상기시키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위원회가 전쟁과 국제법을 강조한 것은 이란전쟁을 일으킨 미국과 우크라이나전쟁을 벌인 러시아에 대한 비판으로 보인다. 국제법 학계에선 임박한 공격에 대한 증거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 없이 지난 2월말 일방적으로 이란을 공격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국제법 위반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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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위원회가 명시적으로 법관에 대한 제재를 언급한 것은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해온 트럼프 정부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는 “법관들이 제재를 받고 그 기관들이 공격받는 오늘날, 우리에게는 용기와 비전, 결단력을 갖춘 인물이 필요하다. 이는 바로 나비 필라이가 재판석에서 보여준 자질”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는 2024년 재판소가 팔레스타인 가자 전쟁과 관련한 전쟁 범죄 혐의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에 체포영장을 발부하자, 이듬해 재판소 관계자들에 대한 제재를 부과했다. 지난 8월에는 아카네 도모코 소장과 이스라엘 관련 수사를 이끄는 법률가를 제재 대상으로 올렸다. 지난달엔 재판소 자체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해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고립시킬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아카네 소장은 성명을 내 “이번 (노벨평화상) 수상은 지속 가능한 평화의 주춧돌로서 국제 사법 정의가 담당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높이 평가한 중요한 결과”라며 “국제 법질서와 법치주의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한 시점에서 이번 인정은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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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이가 최근까지 유엔의 팔레스타인 독립 국제 조사위원회(COI)의 위원장을 맡았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위원회는 지난해 가자전쟁 동안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주민을 말살하려는 구체적인 의도를 가지고 집단학살을 저질렀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당시 필라이는 “국제 사회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상대로 자행한 집단 학살 행위에 대해 침묵할 수 없다”고 촉구한 뒤 개인적인 이유로 2021년부터 맡아온 위원장직을 사임했다.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 정권 아래에서 인도계 가정에서 태어난 필라이는 28년간 남아공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며 넬슨 만델라를 비롯해 아파르트헤이트에 저항했던 이들을 변호해왔다. 변호사로 활동하던 중엔 장학 프로그램을 통해 남아공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하버드 로스쿨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만델라가 대통령에 취임한 다음 해인 1995년에는 남아공 고등법원 판사로 임명됐다. 이 법원 판사가 된 최초의 비백인 여성이었다.
이후 필라이는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1999~2003), 국제형사재판소(ICC, 2003~2008)에서 판사로 재직하며 국제 사법기관과 국제 인권기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이어 유엔 인권최고대표(2008~2014)를 역임했고, 2015년부터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미얀마 집단살해 의혹 사건을 특별히 담당하는 임시 재판관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로 재직하던 2014년에는 이례적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하며 “일본은 전시 성노예 문제에 대해 포괄적이고 공평하며 영구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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