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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September 12, 2026

베고 또 베어도 번지는 소나무재선충병…'밑 빠진 독' 된 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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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 단풍처럼 물든 재선충병 감염목들

단풍처럼 물든 재선충병 감염목들

[촬영 양지웅]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류호준 기자 = 소나무재선충병이 전국 사방으로 퍼지면서 감염목을 찾아 제거하는 기존 방제 방식은 그 한계를 명확히 드러냈다.

죽은 나무를 찾아 베어내는 데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는 사이 재선충병은 방제망 바깥으로 퍼져나가며 감염지역을 넓혔다.

베고 또 베어도 그보다 빠르게 감염지역이 넓어지는 상황이 반복됐다.

이처럼 막대한 방제비를 쏟아붓고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벗어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지 확대 춘천 남산면 일대 소나무 재선충병

춘천 남산면 일대 소나무 재선충병

[녹색연합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 피해목만 쫓다 놓친 '확산 전선'…방제비 눈덩이 '악순환'

강원도는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사업에 2021년 17억원, 2022년 30억원, 2023년 55억원, 2024년 80억원, 2025년 98억원 등 최근 5년간 총 280억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피해목은 2021년 5천969그루, 2022년 7천792그루, 2023년 1만8천880그루, 2024년 3천746그루, 2025년 1만8천589그루를 기록하며 2021년과 비교해 3배 이상 증가했다.

도는 올해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에 역대 최대 규모인 165억원을 투입한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을 들여 피해목을 제거하더라도 이미 확산 속도가 방제 속도를 앞지른 상황에서 재선충병의 기세를 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2005년 소나무재선충병 방제특별법 시행 이후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한때 피해목을 크게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피해목을 모두 제거하는 데 방제의 초점을 맞추면서 정작 재선충병이 새롭게 번져나가는 확산 전선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

피해목 수가 줄어든 시기에도 재선충병 발생지역은 계속해서 넓어졌다.

정종국 강원대 산림환경보호학과 교수는 "당시 방제 목표를 '박멸'로 잡으면서 모든 피해목을 제거하는 것이 방제 성과가 됐고, 방제 실행부서도 피해목이 집중된 곳에 우선해서 예산을 투입했다"며 "피해목은 증감을 반복했지만, 피해를 본 지자체의 숫자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고 짚었다.

재선충병 방제에서는 발생지역의 가장 바깥쪽이자 주변 산림으로 병이 퍼져나갈 위험이 큰 경계 지역을 '선단지'라고 부른다.

피해가 만연한 중심부에서 고사목을 아무리 많이 제거하더라도 선단지가 뚫리는 일이 반복되면서 방제해야 할 영역은 갈수록 넓어졌고, 이는 다시 더 많은 방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이미지 확대 강원도 소나무재선충병 피해지역

강원도 소나무재선충병 피해지역

[강원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겉으론 멀쩡한데 이미 감염…'숨은 피해목'에 속수무책

재선충병 방제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감염되고도 한동안 겉으로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잣나무의 특성이다.

소나무는 재선충에 감염되면 비교적 빠르게 병징이 나타나 고사하지만, 잣나무는 감염된 뒤 1년 넘게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다가 갑자기 말라 죽는 경우도 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이미 재선충에 감염된 이른바 '비병징 감염목'이 존재하는 탓에 고사목을 발견해 제거할 때는 이미 주변 나무로 감염이 번진 뒤일 가능성이 있다.

눈에 보이는 고사목을 찾아 베어내는 기존 방제가 재선충병의 확산 속도를 뒤쫓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강원지역 피해의 90%가 잣나무에 집중된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시차'는 도내 방제의 가장 큰 난제로 꼽힌다.

여기에 재선충을 나무에서 나무로 옮기는 매개충의 생태도 방제를 까다롭게 한다.

재선충은 감염목에서 겨울을 난 매개충이 이듬해 성충이 돼 빠져나와 건강한 나무를 갉아 먹는 과정에서 퍼지기 때문에 매개충이 우화하기 전 고사목을 제거하는 것이 확산 차단의 관건이다.

문제는 기후변화로 매개충의 발생 시기와 분포지역까지 달라지면서 이 같은 방제 적기를 맞추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오충현 동국대 융합환경과학과 교수는 "예전에는 애벌레가 겨울철에 얼어 죽었는데 온난화로 겨울철에도 살아남으면서 해충이 창궐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 재선충병에 베어진 침엽수

재선충병에 베어진 침엽수

[촬영 양지웅]

◇ 피해목 숫자만 따진 방제…정작 '어디까지 번졌나' 놓쳐

재선충병 방제의 또 다른 맹점으로는 실제 피해가 어디까지 번졌는지 정확한 규모와 공간분포를 파악하는 기초조사가 부족하다는 점도 꼽힌다.

숫자 중심의 방제 실적 관리가 아니라 위치와 밀도, 확산 방향을 공간 단위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재선충병 대응은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과 유사하다"며 "암 환자를 치료하기 전에 병의 위치와 진행 정도를 정확히 진단해야 수술과 항암치료의 방법을 결정할 수 있는 것처럼 재선충병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체 상황을 보지 않고 주어진 예산 범위에서 피해목을 제거하는 것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와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원도 역시 피해목 개체 수를 중심으로 한 기존 관리 방식의 한계를 고려해 내년부터 면적 단위로 피해를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일정 면적을 격자로 나눠 구역별 피해 정도를 표시하고 방제 전후 피해 수준의 변화를 살펴보는 방식이다.

몇 그루를 베어냈느냐보다 재선충병이 어디까지 퍼졌고 방제 이후 실제 감염 면적이 줄었는지를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서 전문위원은 "실제 피해 규모와 확산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방제 방법과 예산을 결정하면 효과적인 대응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미지 확대 원주 간현리 덮친 재선충병

원주 간현리 덮친 재선충병

[촬영 양지웅]

ryu@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9월12일 07시0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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