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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4, 2026

[미디어세상]역사적 사건이란 영원한 떡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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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잘됐다. 이참에 다 꺼내놓고 이야기해보자.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쟁이 산을 넘어 안드로메다로 가는 걸 보니, 역사적 사건의 재현이야말로 최대의 떡밥이 되는구나 싶다. 영화든 다큐든, 기사든 논문이든 할 것 없이 그렇다.

일단 인터넷에서 1993년 ‘월간조선’ 4월호를 검색해서 이정훈의 ‘문세광의 비밀’이란 기사를 읽어보자. 이 글은 그때까지 문세광 사건에 제기된 온갖 의혹들에 답변하겠다고 다짐한 듯 쓰였다. 그러나 읽다 보면 구절마다 물음표가 떠오른다.

한국어를 못하는 문세광이 비표 없이 행사장에 입장했다고? 권총을 북한에서 받은 게 아니라 경찰서에서 훔쳤다고? 총격 후 1분도 지나지 않아 다시 일어선 대통령이 8분간 연설을 계속했다고? 일본 수사당국이 비협조적이어서 수사를 문세광의 진술에 집중했다고? 더 찾아보자.

찾아볼수록 이 사건이 왜 간단치 않은지 알게 된다. 당시 서울에 있던 리처드 핼로런은 1974년 8월16자 뉴욕타임스 1면에서 3면으로 이어지는 기사로 1보를 썼다. 17일자 기사로 문세광을 도운 요시이 미키코를 소개했다. 18일자 기사가 흥미롭다. 핼로런 기자는 한국 수사당국이 발표한 북한지령설을 소개한 후, 몇가지 의혹을 덧붙였다. 요컨대 1968년 1월 무장공비를 남파해 대통령 암살을 시도했던 그 북한이 어째서 이렇게 뻔한 방식으로 암살을 기획했냐는 것이다.

당시 일본 언론의 의혹도 대단했나 보다. 경향신문은 16일자 도쿄 특파원의 기사로 NHK 해설위원 야마무로 히데오의 발언을 소개했다. 야마무로는 사건이 “현 정권에 의해 조작됐을 가능성”을 언급했고, 심지어 사태를 1933년 독일의 의사당 방화 사건에 비유했다. 기사는 주일대사관 공사가 NHK를 항의방문했다고 전했다. 관련 논문을 찾아봐도 마찬가지다. 일단 연구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가운데, 그나마 쓰인 글들도 빈약한 사실에 모호한 논의를 덧대고 있다.

요컨대, 사건 자체가 문세광의 자백에 의존한 수사기록과 일본 언론에서 나온 르포 기사를 제외하곤 별로 밝혀진 게 없다. 뭔가 종결은커녕 아직 제대로 시작도 되지 않은 연구나 탐사보도가 기다리는 느낌이다. 제기된 의혹에 답하는 게 언론이, 학자가, 그리고 호사가들도 힘을 합쳐 할 만한 일이 아니겠나.

덧붙여 <암살자(들)>을 두고 벌어진 논쟁의 와중에 염려와 기대가 교차하는 전개에 대해 말하고 싶다. 일단 ‘내가 주장하는 것은 정당한 의혹 제기지만, 네가 제시한 의혹은 처벌해야 마땅하다’는 태도가 ‘내로남불’로 취급돼 규탄받는 일은 새삼 다행이지 싶다. 그러나 역사적 사건을 재현하는 일에 민감한 나머지 누군가 또다시 ‘역사적 사실은 신성하며, 따라서 이를 부정하면 처벌해야 마땅하다’는 비이성적인 주장을 들고나올 것만 같아 염려스럽다.

문세광 사건만 봐도 알 수 있다. 누구도 역사적 사건의 재현 결과에 대해 최종 권위를 주장할 수 없다. 어떤 권위 있는 학자의 연구 성과든, 어떤 정부의 수사기록이든 판결문이든 완결적이라고 할 수 없다. 심지어 당사자의 주장도 왜곡이 가능하다. 역사적 사실이란 각자 성실하게 사실성과 타당성을 주장하며, 겸손하게 타인의 검토와 비판, 그리고 인정을 구하는 가운데, 서로 사후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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