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수출 중소기업이 주목해야 할 CBAM 대응 정부지원사업

EU 수출기업, 이제 ‘탄소’도 원가다. 중소기업이 주목해야 할 CBAM 대응 정부지원사업
“우리 회사는 제품만 잘 만들면 되는 것 아닌가요?”
EU에 제품을 수출하는 중소기업이라면 이제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달라져야 한다. 가격과 품질, 납기만 관리하던 시대를 넘어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탄소가 배출됐는지까지 관리해야 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이른바 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이 있다. 특히 철강과 알루미늄 등 CBAM 대상 제품을 EU에 직접 수출하는 기업뿐 아니라 국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을 통해 간접적으로 EU 공급망에 참여하는 중소 제조기업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탄소관리는 이제 환경부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출과 원가, 공급망을 결정하는 경영문제가 되고 있다.
CBAM, 왜 중소기업이 주목해야 할까
CBAM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핵심은 EU로 들어오는 특정 제품에 대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을 관리하고 그에 상응하는 탄소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다.
문제는 중소기업이다. 대기업은 이미 ESG 전담조직과 탄소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전문인력과 시스템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더 큰 문제는 탄소배출량을 계산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장에서 사용하는 전력과 가스 등 에너지 사용량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제품별 탄소배출량을 산정하고, 이를 보고할 수 있는 자료로 관리하며 필요하면 전문기관의 검증까지 받아야 한다. 이를 MRV라고 한다. 이는 Measurement, Reporting, Verification, 즉 측정·보고·검증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추진하는 ‘중소기업 CBAM 대응 인프라구축 사업’도 바로 이 MRV 역량을 중소기업 스스로 갖추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첫째, 탄소배출량을 ‘측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탄소배출량을 계산하려면 가장 먼저 정확한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상당수 중소 제조기업은 공장 전체 전기사용량은 알고 있어도 개별 생산설비나 공정별로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지 파악하지 못한다. 이 상태에서는 제품 하나를 만드는 데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정확하게 산정하기 어렵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설비와 유틸리티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사용량을 측정할 수 있도록 전력량계와 유량계 등 계측설비 구축을 지원한다.
탄소관리의 첫걸음은 거창한 ESG 보고서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우리 공장에서 어디에 에너지가 얼마나 사용되고 있는지를 숫자로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둘째, 제품별 탄소배출량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데이터를 측정했다면 다음 단계는 이를 관리하는 것이다. 정부는 에너지 사용량을 모니터링하고 제품별 탄소배출량을 산정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도 지원한다. 특히 EU CBAM 규정에 맞춰 필요한 정보를 관리하고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인프라 구축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이 부분은 중소기업 입장에서 매우 중요하다. 탄소관리를 담당자의 엑셀 파일 하나에 의존해서는 지속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품별 원가를 ERP로 관리하듯 앞으로는 제품별 탄소배출량도 데이터로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한 번 구축한 시스템은 CBAM 대응에만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에너지 사용량을 분석하면 에너지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공정과 설비를 찾아낼 수 있고, 향후 탄소감축과 생산원가 개선의 기초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탄소관리 시스템을 단순한 규제 대응 비용이 아니라 생산성과 원가관리를 위한 DX 투자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셋째, 우리가 계산한 탄소배출량이 맞는지도 검증받을 수 있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탄소배출량을 계산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거래처 입장에서는 그 숫자가 얼마나 신뢰할 만한지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문기관을 통해 기업이 산정한 탄소배출량의 신뢰성을 확인하고 검증 의견서를 작성하는 과정과 규제 대응도 지원한다. 이 과정은 향후 EU 거래처나 국내 원청기업에서 탄소배출량 자료를 요구할 때 특히 중요해질 수 있다.
결국 CBAM 대응의 핵심은 단순히 숫자를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회사의 탄소데이터를 거래 상대방이 믿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직접 수출하지 않아도 확인해야 한다
여기서 중소기업 대표들이 특히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 “우리는 EU에 직접 수출하지 않으니 관계없다”고 생각하는 경우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사업 대상도 EU에 CBAM 대상 품목을 직접 또는 간접 수출하거나 수출을 희망하는 제조 중소기업을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내 대기업에 부품이나 소재를 공급하고 그 제품이 최종적으로 EU에 수출된다면 향후 원청기업으로부터 제품의 탄소배출량 데이터를 요구받을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CBAM은 수출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출 공급망 전체의 문제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은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까
정부지원사업에 신청하기 전에 대표가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첫째, 우리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의 HS코드와 EU CN코드를 확인해야 한다. 둘째, 해당 제품이 CBAM 대상 품목인지 확인해야 한다. 셋째, EU 직접수출뿐 아니라 고객사를 통한 간접수출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넷째,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전력, 가스, 연료 등 에너지 데이터를 어느 수준까지 관리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다섯째, 주요 거래처가 이미 탄소배출량이나 ESG 관련 자료를 요구하고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이 다섯 가지를 점검해 보면 우리 회사가 CBAM을 얼마나 시급하게 준비해야 하는지 대략적인 판단이 가능하다.
정부지원사업은 ‘설비를 받는 것’보다 ‘관리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지원사업을 활용할 때도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 계측기 하나를 설치하거나 소프트웨어 하나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해서는 안 된다. 측정 → 산정 → 보고 → 검증으로 이어지는 관리체계를 회사 내부에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생산관리 담당자만 참여해서도 안 된다. 생산, 품질, 원가, 수출, ESG 담당자가 함께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지원이 종료된 이후에도 기업 스스로 제품별 탄소배출량을 산정하고 고객사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어야 진정한 사업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지금 3차 참여기업을 모집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현재 2026년 중소기업 CBAM 대응 인프라구축 사업 3차 참여기업을 모집하고 있다. 공고번호는 중소벤처기업부 제2026-522호이며, 신청기간은 8월 25일부터 9월 15일까지다. 지원 대상은 기본적으로 EU에 CBAM 대상 품목을 직·간접 수출하거나 수출을 희망하는 제조 중소기업이다. 사업을 통해 에너지 사용량 측정을 위한 계측설비, 탄소배출량 산정 및 모니터링을 위한 시스템, 전문기관을 통한 탄소배출량 검증과 규제 대응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신청을 검토하는 기업이라면 먼저 자사 제품이 CBAM 대상인지 확인하고, 현재의 에너지 측정 및 탄소배출량 관리 수준을 진단한 뒤 필요한 지원 분야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사업 관련 문의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탄소중립지원센터를 활용할 수 있다. CBAM 대상 품목의 CN코드 등 제도 자체에 대한 사항은 정부합동 CBAM 헬프데스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탄소를 관리하는 기업이 공급망을 지킨다
과거 수출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가격과 품질, 납기였다. 앞으로는 여기에 하나가 더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 탄소 경쟁력이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이 공급망 전체의 탄소배출량을 관리하기 시작하면 탄소데이터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는 협력기업은 새로운 거래를 확보하는 데 불리해질 수 있다. 반대로 정확한 탄소데이터를 관리하고 감축할 수 있는 기업은 이를 새로운 경쟁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CBAM을 또 하나의 규제로만 볼 필요는 없다. 정부지원을 활용해 탄소배출량을 측정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먼저 갖춘다면 오히려 EU 시장과 글로벌 공급망에서 새로운 거래 기회를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제 중소기업 대표가 물어야 할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CBAM 때문에 얼마를 부담해야 하는가”보다 “우리 제품의 탄소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탄소가 원가가 되고, 탄소데이터가 거래조건이 되는 시대가 이미 시작됐기 때문이다.
KioskNews shows a cleaned-up reading view extracted from the publisher’s page — the original always lives on their site, not 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