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성전환자 현역복무 관련 연구
지난 9월12일 제18회 대구퀴어문화축제가 대구 2·28기념공원 앞에서 개최됐다. 부스로 축제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한 분이 다가와서 질문을 건넸다. 트랜스젠더 당사자이고 직업 군인을 희망하고 있는데, 그 꿈을 계속 가져도 되는지 고민이라며 변희수 하사 이후로 군에서 변화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안타깝게도 아직 드러난 변화는 없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계속해서 군대 내 성소수자 인권 개선을 이야기하고 있고 변화는 만들어질 것이니 부디 포기는 하지 말아달라 당부했다.
그로부터 얼마 뒤인 9월18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재판이 있었다. 국방연구원이 ‘성전환자 현역복무 관련 연구’ 보고서를 비공개한 것을 취소해달라며 사단법인 오픈넷이 제기한 소송이었다. 대리인이지만 재판 자체는 별로 준비할 것이 없었다. 소송이 시작되자 지난 8월 국방연구원이 자체적으로 보고서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소송의 목적 자체가 이미 진행 중에 달성된 것이다.
성전환자 현역복무 관련 연구는 국방부가 국방연구원에 의뢰해 트랜스젠더의 군복무와 관련한 제도 및 장병, 시민의 인식 등을 조사한 연구이다. 보고서는 머리말에서 “성전환자의 기본권 보호와 국가 안전보장이라는 사명을 다하기 위해 성전환자의 현역복무가 군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며 연구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2022년 연구가 마무리된 후 국방부는 이를 비공개 처리했다. 이후 4년이 지나 오픈넷이 정보공개를 청구하자 국방연구원은 해당 보고서가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며 비공개했다.
공개된 보고서의 내용을 보면 위 비공개 사유가 터무니없음을 바로 알 수 있다. 보고서 내용은 트랜스젠더에 관한 전반적인 개념, 법제도, 국제인권규범을 정리하고 트랜스젠더의 군복무 실태와 장병 및 시민들의 인식, 해외 사례 등을 살펴본 뒤 관련 방안을 검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방안으로 제시하는 것 역시 복무 제한부터, 성별확정 수술 여부, 시기별로 각 경우를 나눠서 가능한 방안을 이야기하고 있다. 정책의 근거자료가 되는 이 보고서의 공개가 어떠한 국익을 저해하는지 알 수 없다.
보고서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인식조사이다. 트랜스젠더의 군복무가 군대에 부정적 영향을 주느냐는 질문에 병사와 간부 모두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 병사의 경우 특히 부대단결, 사기 등 모든 분야에서 다수가 악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시민들의 경우 트랜스젠더의 군복무에 대해 적극적 허용이 8.2%, 조건부 허용이 42.2%인 반면, 복무를 제한해야 한다는 응답은 20.2%에 그쳤다. 유일하게 복무에 부정적인 집단은 군 간부였지만 이들 역시 이로 인해 부정적 영향이 초래될 것이라고 보지는 않았다. 트랜스젠더의 군복무에 대한 반대가 막연한 편견에 의한 것인지 구체적 근거를 담은 것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제라도 보고서의 내용을 이렇게 알게 되어서 다행이지만 한편으로 아쉬운 지점이 크다. 만일 2022년 연구 완료 후 즉각 이를 공개했다면 어떠했을까.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군대 내 제도와 정책을 정비했다면 어떠했을까. 그랬다면 대구에서 만난 당사자의 질문에 군은 변했고 안심하고 가셔도 된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 않았을까.
“어떠한 방안을 선택하더라도 장병의 인식 개선과 시대 상황에 따른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함으로써 인권친화적이고 다양성이 존중되는 정예 군인으로 거듭나야 한다.”
보고서는 이 말로 끝을 맺는다. 그 취지대로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사실을 바탕으로 인권이 보장되는 군을 만들기 위한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 보고서의 공개는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더 이상 다르다는 이유로 꿈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이제 사회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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