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몰랐어?”…일본서 품절 대란 난 ‘이 장난감’, 한국서도 돌풍 일으킬까
멜로조이는 음식의 질감까지 흉내 내는 데 공을 들인다. 크림처럼 폭신한 제품부터 떡처럼 쫀득한 제품까지 종류마다 촉감이 다르다. 멜로조이 공식 홈페이지
빵처럼 생긴 물체를 손으로 꾹 누른다. 푹 찌그러진 모양이 천천히 되돌아온다. 이번에는 초밥을 집어 들고 다시 꾹 누른다. 먹음직스러운 음식 모양과 묘하게 말랑한 촉감에 빠져 계속 만지게 된다.
최근 일본에서 이런 ‘말랑이’ 장난감이 심상치 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름은 ‘멜로조이(MELLOJOY)’다. 케이크와 쿠키, 모찌, 햄버거, 초밥 등 각종 음식 모양을 정교하게 구현한 스퀴시 장난감이다.
단순히 누르면 찌그러지는 장난감은 아니다. 멜로조이는 음식의 질감까지 흉내 내는 데 공을 들인다. 크림처럼 폭신한 제품부터 떡처럼 쫀득한 제품까지 종류마다 촉감이 다르다. 손으로 눌렀을 때 천천히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는 ‘복원 과정’ 자체가 놀이가 된다.
이 장난감이 일본에서 뜬 계기는 틱톡이었다. 제품을 포장에서 꺼내 실제로 눌러보는 영상, 여러 제품을 비교하는 영상, 어떤 제품이 나올지 모르는 상품을 개봉하는 ‘언박싱’ 영상이 잇따라 올라왔다. 화면을 통해 촉감을 직접 전달할 수는 없지만,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가 천천히 되돌아오는 모습만으로도 묘한 만족감을 준다.
멜로조이 코리아 홈페이지
멜로조이 일본 공식 틱톡 계정은 올해 6월 기준 팔로워가 약 50만명에 이르렀고, 라이브 판매에는 한때 동시 시청자 4만명 이상이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판매를 시작한 지 1분 만에 품절되는 상품도 생겼다. 너무 구하기 어려워지자 일본 팬들은 멜로조이의 이름에 ‘무리(無理·무리)’를 붙여 ‘무리조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멜로조이를 사는 것 자체가 무리일 만큼 힘들다’는 뜻이다.
열풍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 번졌다. 일본에서는 지난달 TBS 인기 프로그램 ‘마츠코가 모르는 세계’에서 스퀴시가 소개됐고, 9일에는 도쿄 하라주쿠에 멜로조이의 세계 최초 실매장이 문을 열었다. 매장에는 약 150종의 스퀴시가 마련되고, 거대한 스퀴시를 활용한 포토존까지 들어섰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인기인 멜로조이는 일본 장난감이 아니다. 일본 매체 시부야경제신문에 따르면, 멜로조이는 ‘중국에서 태어난 아트토이 브랜드’다. 일본 공식 판매 사이트의 사업자 정보에도 운영 주체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소재한 회사로 기재돼 있다.
중국 브랜드가 일본에서 인기를 얻는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의 아트토이와 캐릭터 브랜드는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팝마트의 ‘라부부(Labubu)’다. 중국에서 성장한 캐릭터가 미국과 유럽, 일본 등으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수집품 시장을 흔들었다.
그렇다면 멜로조이가 한국에서도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까. 이미 온라인에서는 ‘멜로조이 코리아’ 판매 채널이 운영되고 있다. 햄버거와 케이크, 쿠키, 모찌, 와플 등 다양한 제품이 올라와 있으며 제품에 따라 1만원대 중반부터 3만원 안팎에 판매된다. 일부 제품은 품절된 상태다.
다만 한국에서의 분위기는 일본과는 조금 다르다. 국내에서도 제품을 찾는 소비자와 수집가가 생겨났지만, 일본처럼 대규모 틱톡 팬덤이 형성되거나 ‘무리조이’ 같은 유행어가 등장한 단계까지 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런 촉감형 장난감의 인기는 최근 소비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다. 눈으로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지고, 누르고, 뜯어보는 과정에서 만족을 얻는 제품이다. 특히 SNS에서는 결과물보다 ‘과정’ 자체가 콘텐츠가 되고 있다. 무엇이 들어 있을지 모르는 포장을 뜯고, 처음 손에 쥐었을 때의 촉감을 확인하고, 여러 제품을 늘어놓고 비교하는 행동이 그대로 영상이 된다.
멜로조이는 여기에 ‘음식처럼 보이지만 먹을 수 없는 것’이라는 엉뚱함까지 더했다. 실제 음식과 얼마나 비슷하게 만들었는지를 보는 재미와, 음식과 전혀 다른 말랑한 촉감을 누르는 재미가 동시에 있다.
제품 제작 방식도 차별점으로 내세운다. 멜로조이는 일반적인 스퀴시 제품에 많이 쓰이는 열가소성 고무(TPR)나 폴리우레탄(PU) 대신 100% 푸드그레이드 실리콘을 사용한다고 홍보한다. 푸드그레이드라는 표현 때문에 ‘먹어도 되는 제품’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식품이 담기는 용기나 조리도구처럼 식품과 접촉해도 안전성을 확보한 소재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제품 하나하나를 사람이 손으로 마감해 섬세한 형태와 촉감을 구현한다.
멜로조이가 앞으로 라부부처럼 글로벌 수집품 브랜드로 성장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라부부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데에는 단순히 귀여운 인형이라는 이유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캐릭터 자체의 세계관과 다양한 컬렉션, 한정판, 협업 상품 등이 이어지면서 ‘다음 것을 또 사고 싶은’ 수집 구조를 만들었다.
멜로조이도 이 점을 의식한 듯 자체 캐릭터인 ‘멜로이야(Melloya)’를 내세우기 시작했다. 하라주쿠 매장 역시 장난감만 진열하는 공간이 아니라 캐릭터와 사진을 찍고, 거대한 제품을 구경하는 체험형 공간으로 꾸몄다.
물론 반짝 인기로 그칠 가능성도 크다. 지난해 전 세계를 휩쓴 중국 아트토이 브랜드 팝마트의 라부부도 한때는 출시와 동시에 품절되고 웃돈이 붙을 정도로 뜨거웠지만, 올해 들어 열기가 한풀 꺾였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8월 라부부를 둘러싼 소비자 관심이 약해지면서 팝마트의 성장세도 둔화했다”며 “최근 출시된 라부부에 대한 수요가 이전 제품보다 훨씬 약해졌고, 소셜미디어의 화제성도 사그라들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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