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반등 고민에 앞서 [세상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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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홍식 |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복지국가재구조화연구센터장
여론은 참 무섭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 잘하는 대통령이라는 칭찬이 넘쳐났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역임했던 행정 경험이 국정운영에도 빛을 발한다는 평가였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 특유의 ‘실용주의’와 국정을 직접 챙기는 부지런함이 더해졌다. 그게 뭔지 손에 잡히지 않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바뀔 것 같은 막연한 기대가 넘쳐났다. 하지만 기대가 실망으로 뒤바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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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 7월 초 54%에 달하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가 두달여 만인 9월 둘째 주, 38%로 떨어졌다. 부정 평가는 같은 기간 36%에서 51%로 급증했다. 이번엔 성남시와 경기도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비등했다. ‘만기친람식’ 부지런함도 독선과 독단으로 비판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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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같은 모습을 다르게 보게 한 것일까? 높아지는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 평가는 이재명 정부도 민주화 이후 반복되었던 심판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는 ‘강력한 징후’처럼 보인다. 위기를 직감한 것일까? 대통령은 개혁 의지를 강조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그러나 대통령의 이번 인사에 대한 싸늘한 여론의 반응에서 드러났듯, 지지율을 되돌리는 일은 쉽지 않다.
이 대통령이 지지율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을까? 전례는 있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 논란으로 취임 몇달 만에 긍정 평가가 10~20%대로 급락했다. 이후 ‘중도실용과 친서민’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반전을 이루었다. 지지율은 1년 넘게 40%대를 유지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반전은 있었다.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서는 일이 잦아지던 시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했다. 정부의 위기 대응이 긍정적 평가를 받으면서 지지율이 크게 올랐다. 한번은 국정운영 기조의 변화가, 다른 한번은 예기치 않은 위기에 대한 대응이 계기가 됐다. 하지만 불행히도 두 정부 모두 임기 말에는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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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심판은 단호했다. 설령 단기적으로 지지율 반등에 성공하더라도, 기대가 다시 실망으로 바뀌는 근원을 그대로 두곤, 심판을 피할 수 없었다. 물론 임기 말 지지율이 낮고 민생을 어렵게 하는 근원을 완화하지 못했는데도, 정권을 재창출한 예도 있다. 단, 조건이 있다. 여당 내 유력 후보가 현직 대통령 또는 여당 내 주류 세력과 대립하며,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을 국민에게 보여주었을 때였다. 김영삼은 노태우, 노무현은 김대중, 박근혜는 이명박과 다른 세상을 만들 것이라는 기대가 정권 재창출의 동력이었다.
고민이 깊어진다. 이재명 정부를 심판하고 나면? 정권교체를 하면? 민주화 이후 우리는 정부를 비판하고, 심판하고, 끌어내리는 데 관심을 쏟아왔다. 하지만 심판을 통해 들어선 권력이 어떤 사회를 만들지는 심판만큼 집요하게 묻지도, 대답을 요구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대신 그 빈자리는 참신한, 때론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에 대한 근거 없는 기대가 채웠다. 이번엔 다르겠지. 그렇게 엄청난 기대와 단호한 심판은 반복되었지만, 우리의 삶을 고단하게 만드는 정치, 경제, 사회의 근본 구조는 거의 바뀌지 않은 채 지속되고 있다.
국민이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나라를 만들지, 서로 충돌하는 생각을 공론장에 올리고, 무엇을 우선하며 어떻게 부담을 나눌지 합의를 만들어가는 것은 대통령과 정치의 몫이다. 대통령과 정치가 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정부는 관료의 익숙한 관성에 묶이고, 그때그때 변덕스러운 유권자의 욕망에 흔들린다. 그러면 유권자는 변하지 않는 삶에 실망해 다시 심판에 나선다. 악순환이 반복된다.
국민은 집요하게 물어야 한다. 어떤 나라를 만들고 싶은지. 대통령도 어떻게 지지율을 반등시킬 것인지 고민하기에 앞서, 어떤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국민의 지지가 필요한지 보여줘야 한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고 그 성과가 모두의 안정된 삶으로 이어지게 하려면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 자산을 가진 사람의 이익과 일하는 사람의 삶이 충돌할 때 무엇을 우선할지, 누구나 돌봄과 노후를 보장받으려면 어떤 개혁이 필요한지. 대통령의 실용주의와 국정을 직접 챙기는 부지런함은 이런 질문에 대한 답 위에 서 있어야 한다. 비판과 심판만 있고 대안 없는 사회에 미래는 없다. 이제 겨우 1년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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