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탑승 시외버스 단 1대도 없어”…장애인단체, 인권위에 의견제출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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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계신 시민분들은 어디 갈 때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개연성’이 있게 이동하시나요? 갑자기 친구랑 놀러 가고 싶은데, 거기에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이유가 필요합니까?”
휠체어를 이용하는 유진우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활동가는 22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물었다. 전라북도 군산이 고향인 유씨는 이번 추석 명절에도 시외버스를 타지 못하고 11시간이 걸려 고향에 가야 한다며 “동서울터미널에 군산 가는 버스가 있는 줄도 몰랐다. 대한민국에서 장애인이 탈 수 있는 저상 시외버스는 한 대도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은 이날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등과 기자회견을 열어 “장애인의 이동권이 일부 노선에 한정되는 권리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에 접근할 권리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달라”고 인권위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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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2014년 휠체어 사용 장애인들이 시외버스와 광역형 시내버스를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며 휠체어 탑승설비 제공 등을 요구한 장애인 차별 구제 소송에서 시작됐다. 11년 만인 지난해 서울고법은 장애인의 이동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정하면서, 원고 개인의 주거지와 직장, 가족관계 등을 토대로 앞으로 이용할 ‘구체적·현실성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한 7개 노선에 대해서만 탑승설비 제공 등 적극적 조처를 명령했다.

장애인 단체들은 이런 판단이 장애인이 이동하지 못한 ‘차별의 결과’를 오히려 권리 구제 범위를 줄이는 근거로 사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상원 공익법단체 두루 변호사는 이날 회견에서 “비장애인이 언제든 자신이 원하는 도시로 이동할 자유가 있듯 장애인의 기본권도 그렇게 받아들여져야 한다”며 “이 사건에서는 장애인의 이동 범위를 가족관계나 주거지 등을 근거로 7개 노선으로 한정할 수 있는지, 그것을 실효적인 권리 보장이라고 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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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지난 4월 원고 쪽의 상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했다. 이에 원고는 법원의 판단이 이동권과 평등권 등을 침해했다며 헌재에 재판소원을 냈고, 현재 헌재 전원재판부가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
김아람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팀장은 법원이 장애인에게 앞으로 이용할 노선을 미리 증명하도록 요구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장애인에게 이동할 권리를 누리라는 것이 아니라 ‘이 버스를 타야만 하는 아주 간절한 사정이 있다’는 것을 평생 증명하며 살라는 뜻”이라며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자신의 삶을 계획하고 어떤 내일을 꿈꿀지 스스로 선택하는 존엄의 문제이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최소한의 조건이 이동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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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들은 특히 국가인권위가 이미 장애인의 시외버스 접근권과 관련해 여러 차례 권고와 판단을 내린 만큼 이번 재판소원에도 의견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2015년 휠체어 승강설비 도입을 위한 정책적 지원 등을 권고했고, 2017년에는 고속·시외버스에 휠체어 승강설비를 갖추지 않은 것을 장애인에 대한 차별로 판단한 바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28조는 인권의 보호와 향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재판이 진행 중일 경우 인권위가 법원이나 헌재에 법률상 사항에 관한 의견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인권위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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