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성범죄 ‘둘만의 문제’ 아냐…64%는 가족 겨냥
이혼소송 중 장모 살해 및 아내를 납치한 20대 중반 남성 A씨가 13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서울 송파 장모 살해 사건과 제주 부녀 사망 사건 등처럼 부부나 연인 사이에서 시작된 갈등이 가족과 지인 등 주변인의 생명과 안전 위협으로 번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이별이나 이혼 과정에서 보복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잇따르며 관계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과 자녀까지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16일 공정식 경기대 교수 연구팀이 한국안전문화학회 학술지 ‘안전문화연구’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1973년부터 2021년까지 발생한 친밀관계 폭력 사건 관련 판결문 약 80건을 분석한 결과 당사자가 아닌 ‘관계 밖 피해자’는 최소 157명으로 집계됐다. 관계 밖 피해자는 갈등의 당사자가 아님에도 보복이나 화풀이의 대상이 된 가족, 자녀, 새 연인, 지인, 사건 현장 개입자 등을 의미한다.
관계 밖 피해자 157명 가운데 144명은 사망했다. 나머지 13명은 살인미수와 감금, 성폭력 등의 피해를 입었으나 생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별도로 사망한 당사자는 31명이었다.
피해 유형별로는 부모와 형제자매 등 가족을 공격한 사례가 39건이었다. 자녀나 아동을 공격 대상으로 삼은 경우는 31건, 상대방의 새 연인이나 배우자를 공격한 사례는 20건이었다. 여러명을 함께 공격하는 경우는 중복 집계됐다.
범행의 주요 배경으로는 관계의 종료와 이탈이 꼽혔다. 전체 분석 대상 사건 약 80건 중 37건(46.3%)은 친밀관계가 끝나거나 상대방이 관계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상대방에 대한 질투나 새로운 연인이 생긴 데 따른 공격은 25건(31.3%)이었다. 관계의 종료가 공격으로 이어진 경우가 77.5%에 달하는 셈이다.
최근 발생한 사건에서도 이 같은 특징이 드러났다. 송파구 장모 살해 사건의 20대 남성 A씨는 자신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진행하던 아내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제주 부녀 사망 사건의 40대 남성 역시 전 부인과 이혼소송을 진행 중이었다.
유형별로 보면 배우자나 연인과 자녀, 부모 등 가족 구성원을 함께 겨냥한 공격이 27건(33.8%), 가족에게 대신 보복한 공격이 24건(30.0%), 새 연인이나 관계를 방해한다고 여긴 사람을 공격한 사례는 17건(21.3%)이었다. 가족을 직접 겨냥하거나 가족에게 보복한 사건이 전체의 63.8%에 달했다.
연구팀은 “직접 피해자에 대한 접근만 차단하고 가족이나 새 연인의 위험 노출을 함께 고려하지 않으면 공격 대상이 관계 밖 사람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놓칠 수 있다”며 “가족을 위협한 적이 있는지, 가족의 주거지를 찾아가거나 사진을 촬영했는지도 별도의 위험신호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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