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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September 11, 2026

폭행·가슴 상처 호소에도 ‘학폭 아님’…경찰은 잇단 송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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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선배 지목한 후배 2명 피해 호소
같은 날 같은 위원 5명이 잇따라 심의
멍 사진·목격 진술에도 “객관적 증거 부족”
경찰은 상습폭행 등·강제추행 혐의 송치

전주의 한 고교 운동부 선배가 후배를 5개월간 68차례 폭행하고 협박한 혐의 등으로 검찰에 송치된 가운데, 학폭위는 앞서 같은 사안을 ‘객관적 증거 부족’으로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전경.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전주의 한 고교 운동부 선배가 후배를 5개월간 68차례 폭행하고 협박한 혐의 등으로 검찰에 송치된 가운데, 학폭위는 앞서 같은 사안을 ‘객관적 증거 부족’으로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전경.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같은 고교 운동부 선배를 가해자로 지목한 후배 2명의 사건을 같은 학폭위원들이 모두 ‘학교폭력 아님’으로 판단했지만, 경찰은 두 사건 모두 일부 혐의를 인정해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학폭위가 ‘진술 불일치’와 ‘증거 부족’을 이유로 피해를 인정하지 않은 것과 달리 경찰은 상습폭행·협박·강요와 강제추행 혐의를 각각 적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전주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지난 6월 2일 전주의 한 고등학교 운동부 2학년 A군과 B군이 각각 같은 운동부 3학년 C군을 상대로 신고한 학교폭력 사건을 심의했다. 두 사건은 같은 날 같은 심의위원들이 심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결과도 같았다. 학폭위는 두 사건 모두 ‘학교폭력 아님’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두 사건의 학폭위 결정문과 당시 제출된 자료, 이후 경찰 수사 결과를 하나씩 대조하면 학폭위가 증거 부족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피해 주장 가운데 일부는 경찰 수사에서 구체적인 범죄 혐의로 송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A군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약 5개월 동안 학교 체육관과 대회 숙소 등에서 C군에게 모두 68차례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춤을 추도록 강요받은 뒤 해당 장면이 촬영돼 틱톡에 게시됐다는 내용도 신고했다.

학폭위는 이를 학교폭력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결정문에는 관련 학생들의 진술이 서로 다르고 제출된 자료와 목격 학생들의 진술도 일치하지 않아 가해행위를 입증할 명확하고 객관적인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취지의 판단이 담겼다.

하지만 A군 측이 이후 제기한 행정심판 청구서를 보면 학폭위에는 A군의 진술만 제출된 것은 아니었다. A군 측은 같은 운동부 학생들이 C군의 폭행 사실을 목격하거나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함께 운동부 생활을 한 일부 학생들은 A군이 C군에게 반복적으로 폭행을 당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는 게 A군 측 주장이다.

A군 측은 5개월 동안 발생했다는 68차례의 폭행을 날짜와 장소 등으로 정리한 범죄일람표도 제출했다. 틱톡 영상 캡처와 정신과 진단서 등도 증거자료에 포함됐다. 학폭위는 이 같은 자료를 검토하고도 관련 학생과 목격 학생들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어 학교폭력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난 6월에 실행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독자제공]

지난 6월에 실행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독자제공]

경찰 수사 결과는 달랐다. A군 측 법률대리인 김영신 변호사에 따르면 경찰은 A군이 고소한 혐의 가운데 상습폭행과 협박, 강요 등 3개 혐의에 대해 C군을 검찰에 송치했다. 반면 틱톡 영상 게시와 관련해 고소한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는 불송치됐다. 경찰 역시 A군 측이 제기한 모든 혐의를 받아들인 것은 아닌 셈이다.

수사 과정에서는 학폭위 심의 당시와 달리 참고인 조사와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도 이뤄졌다. 경찰은 C군의 휴대전화를 압수했지만 비밀번호가 풀리지 않아 휴대전화 내부까지 확인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변호사는 “경찰에서는 참고인들을 조사하면서 사실관계를 더 확인했고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했다”며 “학폭위에서도 A군이 C군에게 맞았다는 취지의 학생 진술이 있었지만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B군 사건에서는 학폭위와 경찰의 판단 차이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B군은 지난해 9월 충남 에서 열린 대회 기간 숙소 엘리베이터에서 C군이 자신의 양쪽 가슴 부위를 강하게 눌러 상처와 출혈이 생겼다고 신고했다. 또 지난해 3월부터 8월까지 학교 체육관과 숙소, 시합장 등에서 C군의 운동장비를 대신 매도록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피해 주장은 학폭위 결정문에도 구체적으로 적시됐다. 학폭위는 가슴 부위를 강하게 눌러 상처와 출혈이 발생했다는 주장 등을 심의했지만, 관련 학생들의 진술이 서로 다르고 제출된 자료와 목격 학생들의 주장도 상반돼 가해행위를 입증할 명확하고 객관적인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결국 B군 사건 역시 ‘학교폭력 아님’으로 결론 냈다.

당시 B군 측이 학폭위에 아무런 자료를 제시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행정심판 청구서의 증거자료 목록에는 B군의 양쪽 가슴에 시퍼렇게 멍이 든 모습을 촬영한 사진이 포함돼 있다. 운동장비를 대신 매도록 했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도 C군이 B군에게 지시한 내용이 담겼다는 문자메시지 캡처가 제출됐다.

그럼에도 학폭위는 행위 주체와 경위 등을 입증할 명확하고 객관적인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경찰은 달리 판단했다. 전주덕진경찰서는 B군의 가슴 부위를 누른 행위가 강제추행 혐의에 해당한다고 보고 C군을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은 검찰에서도 종결되지 않았다. B군 측이 제공한 사건 처리 자료를 보면 전주지검은 지난 6월 30일 해당 사건을 소년보호사건으로 송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같은 선배를 가해학생으로 지목한 후배 2명의 사건을 같은 날 같은 학폭위원들이 심의해 모두 ‘학교폭력 아님’으로 판단했지만, 이후 경찰 수사에서는 두 사건 모두 일부 행위에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돼 송치된 것이다.

특히 A군 사건에서는 학폭위가 증거 부족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반복적인 폭행과 협박·강요가 경찰 수사를 거쳐 송치됐고, B군 사건에서는 학폭위에서 인정되지 않았던 가슴 부위 신체접촉이 경찰에서 강제추행 혐의로 판단됐다.

다만 학폭위와 경찰의 판단 대상과 조사 권한이 동일한 것은 아니다. 학폭위는 학교 사안조사 보고서와 당사자가 제출한 자료, 관련 학생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학교폭력 해당 여부를 심의하는 반면 경찰은 형사 절차에 따라 참고인 조사와 압수수색 등을 할 수 있다. 전주교육지원청 관계자도 “학폭위는 행정처분이기 때문에 경찰 조사와는 별개의 절차”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같은 가해학생을 지목한 두 피해 신고를 같은 위원들이 같은 날 심의해 모두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고, 이후 경찰이 두 사건에서 각각 범죄 혐의를 인정해 송치하면서 당시 학폭위가 피해학생들이 제출한 자료와 목격 진술을 어떻게 판단했는지를 둘러싼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주교육지원청은 경찰 수사 결과와 학폭위 판단이 엇갈린 데 대해서도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폭위와 경찰 수사는 별개의 절차라는 입장을 되풀이하며 “피해자 측이 받은 결정서 등을 보고 판단하면 될 것 같다”는 취지로 답했다. 같은 위원들이 두 사건을 모두 ‘학교폭력 아님’으로 판단한 구체적인 근거나 제출된 증거와 진술을 어떻게 평가했는지에 대해서는 비밀유지 의무를 이유로 “개별 사안에 대해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결국 두 차례 ‘학교폭력 아님’ 결정을 내린 학폭위의 판단이 이후 경찰 수사 결과와 잇따라 엇갈렸지만, 정작 심의위원회를 운영하는 교육지원청은 결정문 외에는 설명할 내용이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는 셈이다.

C군 측은 취재진에게 변호사를 통해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지만 이후 별도의 답변을 하지 않았다. 취재진은 추가로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통해 입장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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