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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October 5, 2026

계단·복사기앞·화장실…관객 선 자리가 ‘극,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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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장(Spatial, Scene)’ 공연 장면. 서울연극창작센터 제공
‘극, 장(Spatial, Scene)’ 공연 장면. 서울연극창작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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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저녁 서울 성북구 서울연극창작센터. 2층 연극인라운지에 모인 40여명의 관객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3층 투명 유리 벽을 올려다봤다. 반바지 차림의 남성이 유리 벽을 주먹으로 마구 내리쳤다. 비명을 지르더니 유리에 몸을 붙인 채 미끄러져 내려갔다. 관객이 계단을 따라 3층 사무실로 이동하자 이번에는 러닝셔츠에 붉은 바지를 입은 남성이 “저기요”를 외치며 바닥을 기고 쓰러지는 기이한 동작을 반복했다. 복사기에 얼굴을 들이밀고 일그러진 제 모습을 연거푸 복사하기도 했다.

무대는 없었다. 아니, 건물 전체가 무대였다. 서울연극창작센터의 공간개방축제 ‘장면출고’의 오프닝 공연 ‘극, 장(Spatial, Scene)’은 연극은 특정한 무대에서 관람한다는 관념부터 흔든다. 지하 2층 보일러실에서 지상 6층 소품실까지 8개 층의 계단과 복도, 화장실, 하역장, 사무 공간이 모두 공연장이 된다. 90분 동안 관객은 배우를 찾아 이동하고, 그 동선도 공연이 된다. 어디에서 무엇이 벌어질지 알 수 없고, 그 의미도 확정되지 않는다.

‘극, 장(Spatial, Scene)’ 공연 장면. 서울연극창작센터 제공
‘극, 장(Spatial, Scene)’ 공연 장면. 서울연극창작센터 제공

어느 계단에선 편의점 아르바이트 직원 복장의 인물이 11개의 계단을 움직이는지 멈춘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속도로 내려온다. 하역장 벤치에서 노숙자처럼 잠자던 배우는 몸을 뒤틀며 계단을 구르고 헤집는다. ‘질식 주의’ ‘촉수 엄금’ 등의 문구가 붙은 공조 장비가 가득한 지하실 환기 구멍에서 한 여성이 바닥에 붙은 몸을 떼어내려 발버둥 친다. “오른쪽 뺨이 땅에 닿아 있고, 왼쪽 어깨는 짓눌려 있고, 어깨가 무겁고….” 4층 분장실 화장실에서는 더 기괴한 소리가 들려온다. 남녀가 목욕하는 야릇한 소리인가 싶더니 누군가 물고문을 당하는 듯한 신음으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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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장(Spatial, Scene)’ 공연 장면. 서울연극창작센터 제공
‘극, 장(Spatial, Scene)’ 공연 장면. 서울연극창작센터 제공

김경희 연출은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힘겹게 연극 작품을 무대에 세우려는 젊은 예술가들의 창작 과정과 삶을, 그들이 실제 무대에 서기 위해 끊임없이 오르내리는 건물의 다양한 공간에 담아낸 작품”이라며 “관객이 그들의 몸짓과 소리, 말글을 통해 그 과정을 함께 경험하길 바랐다”고 말했다. 기괴한 소리에 대해선 “극장엔 무대에 오르지 못하고 죽은 귀신이 있다고 하지 않나. 그런 느낌까지 담았다”고 했다. ‘극, 장’은 작품을 무대에 올라가기까지 연극인들이 견뎌야 하는 힘겨운 나날에 대한 은유인 셈이다.

오는 24일까지 서울연극창작센터 건물 곳곳에서 17개 작품을 공연하는 축제 ‘장면출고’가 지향하는 것도 이 지점이다. 지난해 3월 문을 연 센터는 창작 준비·개발·실험·발표 각 단계에서 젊은 창작자를 지원하는 공간이다. ‘장면출고’는 지난 1년 이곳에서 이뤄진 실험 결과를 공개하는 자리다. 완성된 작품만이 아니라 연극이 어떻게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무대에 이르는지를 보여주는 게 축제의 핵심이다. 때문에 미완성 단계인 ‘창작 준비 트랙’과 구체적 실현 단계에 들어선 ‘무대실험 트랙’을 함께 펼쳐낸다. ‘홀리발리볼’, ‘반도착’, ‘기라성’ 등 창작 준비 트랙과 ‘디졸브: 전화를 거는 일에 대하여’, ‘껍질 벗기기’, ‘신의 연극 만들기: 우리의 연극 편’ 등 무대실험 트랙 작품이 관객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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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으세요?’ 공연 장면. 서울연극창작센터 제공
‘괜찮으세요?’ 공연 장면. 서울연극창작센터 제공

‘극,장’같은 이동형 공연도 2편 더 선뵌다. 이중 폐막작인 ‘마중하는 오르내림’은 6층 옥상에서 내려오는 ‘바리데기’와 1층에서 올라가는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여정 가운데 하나를 관객이 선택해 따라가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서로 다른 신화가 관객의 이동 속에서 마주치는 순간을 경험하는 작품이다. 축제 프로그램 관람은 무료이며 예약·참여 방법은 서울연극창작센터 누리집(www.stccenter.or.kr)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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