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형소법 한달, 현장 혼란·‘축소 기소’ 우려…“기관 협조, 입법 보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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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을 뼈대로 하는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한달이 지난 1일, 현장은 새로운 제도가 안착하지 못한 채 혼란이 커지는 분위기다. 10월2일 이후 ‘수사하는 검사’가 사라지면서 피해자나 고발인 등은 추가 증거 제출 등에 곤란을 겪고 있고 보완수사 요구가 늘어나는 등 경찰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수사 기간이 정해진 구속 사건의 경우 ‘축소 기소’ 우려도 나온다. 새로운 형사·사법 제도가 뿌리내리려면 수사·기소 기관의 긴밀한 협력과 함께 적극적인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추가 증거 제출 두고 현장 혼란
고소·고발인이나 피해자들은 추가 증거나 의견서 등 제출부터 혼돈을 겪고 있다. 법률사무소 빈센트의 남언호 변호사는 “스토킹 같은 범죄는 지속적으로 벌어져 사건 송치 뒤에도 증거를 추가 제출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형소법 개정으로 경찰에 추가 증거를 제출하는 것이 맞지만 증거가 기소 전에 제대로 전달될지 확신이 없다 보니 공소청에도 자료를 제출하게 된다. 매번 두군데에 증거를 내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재판 시작 뒤에는 사정이 더 복잡하다. 개정 형소법은 검사가 사건 관계자 면담 등을 통해 사실관계 확인은 할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취득한 자료·진술을 재판 증거로 낼 수 없도록 한다. 검사가 이를 빌미로 수사를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추가 증거를 법원에 제출하려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거나 재판부에 사실조회 등을 신청해 자료를 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형사 사건 경험이 많은 곽준호 변호사는 “검사가 추가 증거를 하나 내려고 해도 절차가 복잡해 재판이 지연된다. 별거 아닌 일로 한번에 끝날 재판이 여러번 열리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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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완수사 요구 증가, 축소 기소 우려
검사의 구속·압수영장 등 오탈자 수정도 수사에 해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보완수사 요구도 늘고 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10월2일부터 29일까지 28일 동안 공소청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사건은 총 1만2465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1~6월) 월평균(30~31일) 1만985건에 견줘 13% 넘게 늘어난 것이다. 같은 한달 기준으로 견주면 20% 안팎의 증가가 예상된다. 보완수사 요구의 증가는 수사 지연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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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등 수사 기간이 정해진 사건의 경우 ‘축소 기소’가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강력 사건에서는 범행 동기에 따라 형량이 다르다. 같은 살인이라도 강도 목적인 경우 형량이 무기징역과 사형뿐이지만, 단순살인은 징역 5년 이상으로 차이가 크다. 통상 긴급체포가 이뤄지는 강력 사건의 경우 구속 기간 안에 수사를 마치고 사건을 재판에 넘겨야 한다. 경찰은 10일, 공소청은 최장 20일 동안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다. 과거에는 사건이 검찰로 넘어오면 검사가 피의자를 조사해 범행 동기가 새롭게 확인되면 혐의를 변경해 기소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형소법 개정 뒤 검사가 새로운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한다.
지난 9월15일 충북 진천에서는 20대 남성 ㄱ씨가 여자친구를 숨지게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경찰은 ‘말다툼을 하다 부모를 욕하는 말을 듣고 화가 나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진술에 근거해 ㄱ씨를 단순살인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하지만 청주지방공소청은 피의자 면담 과정에서 범행 목적이 피해자의 퇴직금을 빼앗으려는 의도였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뒤 ㄱ씨를 형량이 훨씬 높은 강도살인 혐의로 10월12일 재판에 넘겼다. ㄱ씨의 사례는 면담에서 비교적 빠르게 범행 동기가 확인된 경우지만, 시일이 오래 걸리는 포렌식을 바탕으로 감춰졌던 범행 동기가 파악되는 경우 구속 기간 내 보완수사 요구 등 절차를 거쳐 새롭게 혐의를 적용하는 것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염려가 나온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구속 사건은 보완수사 요구 절차를 밟다 보면 시간이 부족해지고, 결국 축소된 범죄 사실로 기소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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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밀한 협조와 입법 보완 필요
법조계에서는 이런 초기 혼선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사·기소 기관의 긴밀한 협조와 함께 적극적인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상태가 지속되면 결국 범죄 피해자가 부담을 지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남언호 변호사는 “수사·기소 기관이 새 형소법에 바탕을 둔 실무 경험을 많이 쌓으면서 더 긴밀히 협력하기를 기대하는 방법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케이원챔버의 최용훈 변호사는 “검사가 조사하거나 수집한 내용을 법원에 제출할 수 없도록 하는 형소법 조항만이라도 바뀌어야 한다”며 “공소청이 피의자나 고소인 면담 내용도 증거로 낼 수 없고 압수수색도 못 하게 된 상황에서 (피해자 등이 낸) 자료마저 법원에 제출하지 못하게 하면 재판이 제대로 진행되기 어렵다”고 짚었다.
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 박찬희 기자 chpark@hani.co.kr 임철휘 기자 hw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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