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한해 6억개 쓰는 CJ그룹… 국제동물단체 “케이지 사육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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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에게 필요한 건 더 큰 케이지가 아니라 케이지 없는 삶입니다.“
씨제이(CJ)그룹이 전세계 사업장에서 쓰는 달걀을 모두 ‘케이지 프리’(Cage-free, 닭을 사육망에 가두지 않는 방식)로 바꾸라는 국제 동물단체 연합의 요구가 나왔다. 한 해 약 6억개의 달걀을 쓰는 대형 식품기업인 만큼, 국내 산란계 사육면적 기준이 바뀌는 시점에 ‘더 넓은 케이지’가 아닌 ‘케이지 없는 사육’으로 업계가 옮겨가도록 영향력을 발휘해달라는 것이다.
지난 30일 국제 동물보호단체 연합 ‘오픈 윙 얼라이언스’(Open Wing Alliance·OWA)는 서울 중구 씨제이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세계 사업장에서 쓰는 달걀을 100% 케이지 프리로 바꿀 목표와 시한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회견 뒤에는 케이지 프리 전환과 직접 대화를 요청하는 공식 서한을 씨제이 쪽에 전달했다. 오픈 윙 얼라이언스는 75개 나라 100여개 동물보호단체가 참여하는 국제 연합체로, 전세계에서 산란계 배터리 케이지(철망 우리를 층층이 쌓아 닭을 가두는 밀집 사육 시설)를 퇴출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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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씨제이그룹은 ‘비비고’와 ‘뚜레쥬르’ 등 국내외에 잘 알려진 식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연간 약 6억개의 달걀을 사용한다”며 “이를 낳는 산란계만 약 200만마리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이어 “씨제이가 국제 캠페인의 대상이 된 것은 단순히 달걀 사용량이 많기 때문만은 아니다”라며 “씨제이는 비비고 등을 통해 케이푸드(K-food)의 세계화를 이끌어 온 한국의 대표적 식품기업”이라고 짚었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 식품의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제품이 어떤 공급망과 기준으로 생산되는지에 대한 책임도 커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요구는 일반란뿐 아니라 액란(껍데기를 깨 액상으로 만든 달걀)과 식품 제조 과정에서 원료로 쓰이는 달걀까지 모두 케이지 프리로 바꾸라는 것이다.
국내 산란계 농가 상당수는 여전히 마리당 최소 사육면적 0.05㎡ 기준에 맞춰 지어진 케이지에서 닭을 기른다. 이는 A4 용지 한 장(약 0.062㎡)에도 못 미치는 넓이다. 농가에서는 가로 35~40㎝, 세로 45㎝, 높이 40㎝ 안팎의 케이지 한 칸에 닭 3~4마리를 넣어 기른다. 이런 환경에서 닭은 걷거나 날개를 펴지 못하고, 바닥을 쪼며 먹이를 찾거나 모래로 몸을 씻는 등의 본능적인 행동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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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식품안전청(EFSA)도 움직임의 제한과 탐색·먹이찾기 행동을 할 수 없는 점을 케이지 사육의 주요 동물복지 문제로 꼽았다. 이 때문에 해외 여러 나라는 케이지 사육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스위스는 1992년 세계 최초로 산란계 케이지를 모두 금지했고, 유럽연합(EU)도 2012년부터 재래식 배터리 케이지를 금지했다. 현재 유럽연합에선 마리당 0.075㎡ 이상에 횃대와 산란장 등을 갖춘 ‘개량형 케이지’만 허용되는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마저 단계적으로 없애는 법안을 올해 4분기에 내놓겠다고 예고했다. 그 밖에도 부탄(2012년)과 노르웨이(2012년), 뉴질랜드(2023년)도 재래식 배터리 케이지를 금지했다.

단체들은 씨제이그룹의 케이지 프리 전환 결정이 아시아 식품업계뿐 아니라 국내 사육 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내년 9월부터 산란계 한 마리당 최소 사육면적 기준이 기존 0.05㎡에서 0.075㎡로 넓어지는데, 이를 계기로 농가가 케이지를 넓히는 데 그치지 않고 아예 평사·방사 등 케이지 없는 사육으로 넘어가도록 대형 구매기업이 시장에 신호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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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시설 투자가 앞으로 수십 년의 사육 방식을 좌우한다는 점도 단체들이 ‘시점’을 강조하는 이유다. 산란계 사육시설은 한두 해 쓰고 바꾸는 설비가 아니다. 오픈 윙 얼라이언스는 호주 국세청이 산란계용 케이지와 축사 구조물의 유효수명을 각각 20년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들며 “지금 새 케이지 시설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면, 그 선택이 향후 수십 년간 케이지 사육을 지속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에선 새 면적 기준 적용을 앞두고 사육시설 개선·교체 투자가 본격화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4~2026년 약 1250억원 규모의 시설개선 융자를 지원하고 있으며, 케이지를 쌓을 수 있는 단수 제한도 9단에서 12단으로 완화했다.
반면 세계 식품업계는 이미 케이지 프리로 방향을 틀고 있다. 오픈 윙 얼라이언스는 2016년 출범 이후 전세계 기업으로부터 3천건 넘는 케이지 프리 약속을 받아냈다. 스타벅스와 배스킨라빈스, 필리핀 외식기업 졸리비 등도 동참했고, 한 해 달걀 40억개를 쓰는 일본 마요네즈 기업 큐피는 2024년 아시아 시장을 대상으로 케이지 프리 정책을 내놨다. 단체는 씨제이와 같은 대형 구매기업이 전환 계획을 밝힌다면 생산 현장에 “전혀 다른 시장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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