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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18, 2026

[조현철의 나락 한 알]녹색대전환과 홍천양수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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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정부는 ‘한국형 녹색대전환’ 사업을 발표하고 여기에 향후 10년간 1000조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지난 6월 말에 발표한 3대 메가프로젝트에 이은 또 하나의 초대형 프로젝트다. 이재명 대통령은 녹색대전환이 3대 메가프로젝트 성공의 필수 전제라며 기후위기에 대응하면서 산업경쟁력도 키우겠다고 했다.

기후위기 대응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는 메가프로젝트를 ‘속도전을 넘어 전격전’으로 밀어붙이며 이루려는 녹색대전환이 어떤 것일지 궁금하다. 하지만 ‘1000조원’이라는 거창한 녹색 이야기가 ‘지금 여기’의 녹색 이야기를 가려서는 안 된다. 신공항이나 산지 개발로 녹색을 없애면서 말하는 녹색대전환은 공허하기만 하다. 정의로운 녹색대전환이 될 것이라고 하지만, 지금 당장 녹색을 훼손하는 정부 정책으로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에게는 딴 나라 얘기일 뿐이다.

지난 3일 오후 동료 신부들과 함께 홍천군 화촌면 풍천리 마을회관을 찾았다. 올해로 8년째 홍천양수발전소 건설 반대 집회가 열리는 곳이다. 집회가 시작되자 고요한 마을에 구호가 울려 퍼진다. “양수발전소 백지화하라!” 풍천리에 양수발전소를 지으면 인근 가리산 잣나무 숲을 가꾸며 평생을 살아온 마을 주민은 집과 마을과 숲을 잃게 된다. 삶 전체가 망가진다.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양수발전소가 들어서면 일자리 창출로 주민 소득과 지방 세수가 증가하고 관광도 활성화된다고 홍보하지만, 주민들이 발전소가 들어선 지역을 직접 찾아가 확인한 실상은 달랐다. 지역은 사람 다니는 걸 보기 힘들 정도로 죽었고 물은 댐에 막혀 썩었다. 양수발전소는 전기가 남을 때 하부댐의 물을 상부댐으로 끌어올리고 전기가 필요할 때 물을 떨어뜨려 발전하는데, 생산 전력이 소비 전력보다 적다. 정부와 한수원은 만년 ‘적자 발전’ 신세인 양수발전소가 재생에너지 간헐성 보완에 필요하다고 하지만, 발전량 조절이 힘든 핵발전의 잉여전력을 ‘처분’해 ‘블랙아웃’을 막는 게 실제 용도일 공산이 크다. 풍천리에서 양수발전소는 ‘전기 쓰레기장’으로 불린다. 녹색대전환은 거짓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주민 삶·숲 파괴한 산업은 국가폭력

정부는 집과 마을과 숲을 망가뜨려서라도 발전소를 지어야 할 이유를 주민들에게 제시하지 못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7월 홍천 현장을 둘러보고 ‘애초에 하지 말았어야 할 사업’ 같다고 하더니 8월에는 법률적 하자가 없고 공사를 중단하면 매몰 비용이 발생하니 공사를 계속하겠다고 통보했다. 잘못됐지만 들어간 돈 때문에 강행하겠다는 공사로 주민의 삶과 가리산 숲이 망가지게 생겼다. 명백한 국가폭력이다. 녹색대전환은 폭력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역의 녹색을 파괴하고 나라의 녹색대전환을 이루겠다는 건 자가당착이다. 녹색대전환은 거대 자본과 기술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먼저 마음이 녹색으로 변해야 한다. 3대 메가프로젝트 같은 초대형 사업을 툭 던져놓고 전력 수요가 급증하니 핵발전소를 더 짓겠다는 마음은 녹색과 거리가 멀다. 지난 8월 말 세상을 떠난 농부이자 시인이며 생태사상가인 웬들 베리는 화석연료는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적은 에너지’로도 대체해야 한다고 했다. 바로, 녹색으로 물든 마음이다. 녹색대전환은 녹색 마음에서 시작한다.

녹색 마음이 없는 기술은 사람을 교만하게 한다. 그런 기술이 녹색일 수 없다. 장자는 ‘기심(機心)’, 기계로 인한 욕심을 경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기술이 우리 마음을 일방적으로 지배하는 ‘기술지배 패러다임’을 우려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기술이 모든 것의 기준이 되면 무엇이 중요한지를 기술이 결정하게 되고 피조물은 착취 대상으로, 인간은 효율을 숭배하는 시스템의 부품으로 전락한다고 경고했다.

“풍천리 그대로!” 우리나라 잣 가운데 62%가 가리산에서 나오고 풍천리는 그 중심이다. 산에는 70~100년 된 나무가 많다. 주민들 소망은 잣나무 숲에 기대어 살던 대로 사는 것이다. 성장주의의 눈으로 보면 ‘그대로’ 살겠다는 주민들의 삶은 ‘정체’로 보인다. 녹색의 눈으로 보면 ‘그대로’ 사는 것은 정체가 아니라 자연의 흐름에 순응하는 순환이다. 녹색대전환은 순환으로 이루어진다.

상호 존중·돌봄의 녹색대전환 이뤄야

“우리가 나무다!” 양수발전소가 들어서면 가리산의 나무가 11만그루 넘게 없어지고 숲이 품어온 흙과 뭇 생명도 함께 사라진다. 기후위기 대응과 녹색대전환에 흙과 나무만큼 중요한 게 있을까. 올해 들어 주민들은 집회 후 숲에 들어가 1970년대 초 인도 히말라야 지역 여성들이 그랬듯이 나무를 ‘껴안는다’(칩코). 나무 껴안기는 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제공하는, 토양을 보존하고 홍수와 가뭄을 막아주는, 열매를 내주며 뭇 생명을 보듬는 나무에 감사하고 보답하는 마음을 상징한다. 녹색대전환은 상호 존중과 돌봄으로 이루어진다. 기꺼이 뭇 생명과 함께 살려는 마음으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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