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가르드 조기 사임 이유, 프랑스 대선 개입?···“극단 진영 조작 선전에 침묵 못 해”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ECB 정책위원회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임기를 1년여 앞두고 조기 사임하기로 한 이유는 내년 봄 프랑스 대선 국면에서 직접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극우·극좌 후보들의 재정 공약을 비판하며 “사실과 데이터, 진실에 근거해 목소리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대선 출마 가능성은 부인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8일 공개된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조기 사임을 결정한 배경을 묻는 질문에 “세계적으로 일련의 원칙과 가치가 공격받고 있다고 본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달 29일 임기를 앞당겨 마치겠다고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사임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라가르드 총재는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로 “법치주의와 국제협력, 번영과 성장의 원칙으로서의 무역, 모든 문화와 사람에 대한 존중”을 꼽았다. 그는 “이런 가치들은 내가 자라온 환경의 중요한 일부였고 평생 나와 함께해 온 신념”이라며 “지금 이 가치들이 위협받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 원칙들이 공격받고 있는 만큼 내가 나서서 이를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프랑스 대선 후보들의 국가채무 관련 주장을 문제 삼았다. 그는 “많은 중요한 문제와 쟁점이 논의되지 않거나 잘못된 사실과 원칙에 근거해 논의되고 있다”며 “여론조사에서 비교적 높은 지지를 얻는 후보 중 한 명이 ‘국채는 불태워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도 그냥 침묵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작된 선전을 묵묵히 듣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사실과 데이터, 진실에 근거해 목소리를 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는 프랑스 대선에서 지지율 선두권을 형성한 극우·극좌 진영의 경제·재정 공약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극좌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랑숑 후보는 중앙은행이 보유한 국채를 소각해 국가부채 부담을 줄이자며 “프랑스은행이 보유한 국채의 18%를 불 속에 던져버리면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극우 성향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도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중도 진영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후계자로 꼽히는 후보들이 지지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만 라가르드 총재는 직접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그것은 내 계획도, 미래 모습도 아니다. 하지만 대선 논의의 장에서 내 의견을 밝히고 싶다”며 “목소리를 내지 않은 채 단순한 방관자로서 편안하게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했다. 다보스포럼을 주관하는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직도 향후 선택지 가운데 하나로 언급했지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대해서는 권력분립과 견제·균형의 제도가 작동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나는 언제나 미국 국민을 신뢰해왔다”며 공화당 소속 대통령과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 사법부가 서로 견제하는 체제가 “더 나은 결과를 낳고 국제협력을 촉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ECB 수장으로서의 성과로는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로 구성된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정책이사회를 하나로 결속시킨 점을 꼽았다. 그는 “각국의 경제 상황과 입장을 반영하면서도 단순히 개별 의견을 취합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나의 조직으로서 공동의 결정을 내리는 문화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KioskNews shows a cleaned-up reading view extracted from the publisher’s page — the original always lives on their site, not 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