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반에 문 여는 은행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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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면 문 닫는 은행이 어디 있느냐.”
2015년 10월 최경환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이 파장을 낳았다. 최 부총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참석차 방문한 페루에서 기자들에게 이같이 지적했다. 금융 서비스를 개선하려면 ‘평일 오전 9시~오후 4시’인 은행 점포의 영업시간부터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부총리의 질책 이후 저녁까지 문 여는 지점을 늘리는 방안 등이 검토됐으나, 기존 영업점의 운영시간 자체는 바뀌지 않았다.
지금도 적용되는 은행의 오전 9시~오후 4시 영업시간이 처음 도입된 건 2009년 4월이다. 창구를 빨리 닫아야 은행원들의 만성적 야근을 줄이고 일찍 퇴근할 수 있다는 이유로 개·폐점 시간을 종전보다 30분씩 앞당겼다. 은행을 찾는 고객들의 불만도 나왔다. 노동자만 좋고 정작 금융 소비자 편의는 뒷전이 아니냐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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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바뀐 영업시간을 두고도 시행 3년 만에 “다시 30분 늦추자”는 원상 복귀 논쟁이 벌어졌다. 은행 문을 일찍 닫아도 퇴근은 그대로이고 출근만 30분 앞당겨졌다는 금융노조의 문제 제기 때문이다. 당시 ‘조기 출근’ 논란은 김석동 금융위원장까지 “고객 편의를 외면하는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대하면서 현행 유지로 일단락됐다.
17년간 유지돼온 은행 점포의 영업시간이 내년 4월부터 바뀐다. 오후 4시 폐점은 그대로 두고 개점만 오전 9시30분으로 30분 늦춘다. 지난달 말 금융권 노사가 산별 교섭에서 이렇게 잠정 합의해서다. 영업점 직원들이 개점 준비를 위해 근무 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오전 8시30분까지 출근해야 하는 관행을 고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영업시간이 30분 줄면 인터넷 뱅킹을 쓰기 어려운 고령층, 연차를 내고 은행을 찾는 일반 직장인, 자영업자 등의 불편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땅 짚고 헤엄치기식 이자 장사로 역대 최대 이익과 고임금을 챙기는 국내 은행들이 소비자 편의를 외면한다는 비판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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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노조는 2002년 노사 합의를 통해 국내 산업계에서 최초로 ‘주 5일 근무제’를 전면 도입했다. 이는 주 5일제의 사회적 확산과 2004년 법정 시행의 마중물이 됐다. 이번 영업시간 변경도 ‘그들만의 늦출(늦은 출근)’에 그쳐서는 안 된다. 금융 소비자 불편을 덜 보완책이 함께해야 근로시간 단축의 마중물이라는 명분도 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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