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싸움, 막말, 과잉의전...‘나사 빠진’ 민주당, 민심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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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7 전당대회 이후에도 노선·계파 갈등으로 지지율이 하락하던 더불어민주당이 추미애 경기지사와 부승찬 의원의 잇따른 ‘소방 재정 빨대’ 실언이 겹치며 위기에 직면했다. 당 지도부는 거푸 사과하고 당원들에게 언행에 신중해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파장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조짐이다. 당 안팎에서는 이번 악재를 계기로 책임감과 긴장감이 느슨해진 당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민주당은 종일 어수선했다.
지도부 투톱은 모두 고개를 숙였다. 김민석 대표는 이날 당 공식 유튜브 채널 ‘민주당티비’에 나와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말했다. 한병도 원내대표도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 소속 공직자들의 언행이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점에 대해 원내대표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한정애 사무총장은 전날 밤 전국 시·도당 위원장과 지역위원장들에게 “국민 정서에 반하는 언행에 각별히 신중을 기해달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다만, 김 대표 역시 지역 축제 과잉 의전과 응급환자 전용 주차 논란 탓에 곤혹스러운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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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소방 예산이 지방자치단체 재정을 진짜 ‘쭉쭉’ 빨아먹는 것 아니냐”고 했던 부승찬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저의 발언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소방공무원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썼다. 추미애 경기지사도 이날 오후 도지사 집무실에서 권영각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장, 박진규 경기소방지부장 등 노조 관계자 6명과 면담하며 “저의 잘못된 단어에 의해 마음의 상처가 컸다면 진심으로 마음을 다해 사과드린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민주당 안에서는 위기감이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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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에서는 당면한 진짜 위기는 불거진 실언들이 아니라 8월 전당대회 이후 두달여 동안 쌓인 난맥상과 민심을 외면한 오만이라는 자성이 나온다.
전당대회 이후 통합 대신 당내 갈등이 이어지며 리스크를 관리하고 조정해야 할 당대표의 리더십은 떨어진 상태다. 한 친명계 재선 의원은 “추 지사가 반명(반이재명) 상징으로 돼 있다 보니 (당이) 엄중 경고나 징계를 신속하게 못 한 면이 있다”며 “(김 대표가) 전당대회 직후 당내 갈등 완화에 나섰어야 하는데 실기한 탓”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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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시 불거진 신천지(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신도의 집단 입당 의혹은 계파 갈등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김 대표는 신천지 교인의 집단 가입 정황과 전당대회 개입 증언을 확보했다며 당헌·당규 절차에 따라 문제를 매듭지을 것이라는 뜻을 나타냈다. 당내 친정청래계인 최민희 최고위원 등은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명백히 진상을 규명하자고 반발하고 있다.
사법·검찰개혁을 둘러싼 당내 갈등과 이견이 여과 없이 노출되는 점도 여당이 보여야 할 안정감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을 거론하며 갈라진 지지층 결집을 꾀하고 있지만, 당내에서조차 탄핵 추진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명확한 일정표가 없는 상태다. 검찰개혁 강성파인 추미애 경기지사와 김용민 의원 등은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중수청장) 임명 과정에서 청와대의 재검증 조처에도 격한 반대를 멈추지 않았다. 당내에서는 “저마다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내느라 다른 걸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 돈다.
위기를 돌파할 뚜렷한 정책이나 메시지도 안 보인다. 김 대표는 취임 직후 ‘에이비시(ABC) 플랜’(민생·확장·유능)을 제시하고, ‘메가텐’(당 혁신 10대 과제 이행을 위한 특별기구) 등 각종 티에프(TF)를 구성해 시동은 걸었다. 그러나 ‘선택과 집중’이 안 되면서 대표적인 지향점이 뭔지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너무 많이 벌여놓기만 한 탓에 당이 무엇에 집중하는지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민심을 청와대에 전달하는 역할도 아쉽다는 평가다. 민주당은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낙마 과정에서 “볼수록 잘된 인사”(김 대표)라고 감쌌다.
이런 가운데 당 지지율은 지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당 주변에선 벌써 ‘이대로면 2028년 총선도 어렵다’는 비관이 적지 않다. 앞서 리얼미터가 아시아경제 의뢰로 지난 12~16일 전국 18살 이상 2520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 자동응답 방식)한 결과, 민주당 지지도는 36.2%로 국민의힘 지지도(40.9%)를 밑돌았다.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전국 만 18살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전화면접조사)에서도 민주당은 36%, 국민의힘은 27%로 격차가 한 자릿수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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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주변에서는 이번 위기를 당 전열을 가다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지금 당은 좌충우돌하고 있지 않나”며 “김 대표가 좀 더 크게 포용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한 당직자도 “국정 과제나 민생 정책에서 핵심 의제를 설정하고 성과를 내어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부동산처럼 가장 절박한 문제에서 정책을 제시하고 성과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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